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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가 커피보다 싸다"…'편의점 커피' 가격의 비밀

  • 2025.03.05(수) 07:00

1000원 안팎의 파우치 커피 내세워
동일한 제조사·사전 계약 등 주효
파우치 음료 인기…일종의 전략상품

편의점 파우치 음료 /사진=김지우 기자 zuzu@

편의점들이 자체브랜드(PB) 커피 가격 인하에 나섰다. 원두 가격이 치솟으면서 카페 프랜차이즈들이 메뉴 가격을 올린 것과는 다른 행보다. 편의점들이 원두 가격 급등에도 불구 PB커피 가격 인하를 단행할 수 있었던 것은 대형 제조사와의 사전계약을 통해 충분한 물량을 확보한 덕분이다.

어디까지 내려가나

최근 국제 원두 가격이 크게 상승했다. aT 식품산업통계정보(FIS)에 따르면 올해 2월 커피(아라비카)의 평균 가격은 톤당 8979.3달러로 전년 동월에 비해 116% 올랐다. 가뭄, 폭우 등 이상기후에 따른 가격 상승이다.

하지만 최근 편의점 업계는 원두 가격 급등에도 불구 오히려 커피 상품 가격을 인하했다. GS25는 3월 한 달 간 카페25 핫 아메리카노를 1000원에 판매하기로 했다. 기존에 1300원에서 300원 인하했다. 카페25는 전자동 커피 머신으로 커피를 내리는 방식이다. 다른 편의점 업체들이 파우치 커피를 앞세워 가성비 마케팅에 나서자, GS25는 커피 머신으로 내리는 커피를 앞세웠다. 

세븐일레븐 착한아메리카노 /사진=세븐일레븐

앞서 CU는 자체 파우치 음료 브랜드인 '델라페' 커피 메뉴 5종 가격을 100~200원 인하했다. 가격 인하 제품은 블랙아메리카노, 제로 스윗 아메리카노, 제로 헤이즐넛, 바닐라라떼, 캐러멜라떼 등이다. 콜드브루, 디카페인 등 커피 상품 7종은 가격을 동결하기로 했다. 2000원 안팎의 가격이다.

세븐일레븐의 경우 용량은 타사 PB보다 작지만 1000원 미만의 가격으로 커피 제품을 선보였다. 지난달 출시된 파우치 음료 '세븐셀렉트 착한아메리카노블랙'(230㎖)은 800원이다. 이마트24는 PB 파우치음료 '아임이 아메리카노'(340㎖)는 1100원에 판매 중이다. 오는 17일엔 500㎖ 용량의 파우치 커피 '1000블랙커피'도 출시할 예정이다.

제조사가 같네

이처럼 편의점들이 파우치 음료의 가격을 동결할 수 있었던 것은 비슷한 협력사를 통해 제품을 납품받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편의점 PB 파우치 음료 제조사는 쟈뎅, 동서웰빙, 바이오포트코리아 등이다. 이들 업체들은 여러 편의점 업체들의 PB상품을 제조하고 있다. 즉 일부 편의점 업체들의 PB상품 중 일부는 같은 업체에서 제조하고 있다는 이야기다. 

실제로 CU의 '스위트 아메리카노'와 GS25 '유어스 카멜 아메리카노 블랙'의 제조사는 쟈뎅이다. CU '델라페 블랙아메리카노'와 이마트24 '아임이 아메리카노 블랙'의 제조사는 바이오포트코리아다. 각 사가 PB 커피 상품을 내놓고 있지만, 같은 재료일 가능성이 높다. 편의점 업계 관계자는 "협력사와의 협의를 통해 납품가를 인상하지 않기로 했다"고 말했다. 

CU '델라페 스위트아메리카노'와 GS25 '유어스 카멜아메리카노블랙'의 제조사는 쟈뎅으로 동일했다. /사진=김지우 기자 zuzu@

또 편의점들이 PB커피의 가격을 동결하거나 인하할 수 있었던 비결로는 '사전 계약'이 꼽힌다. PB제품을 위한 물량을 사전에 계약함으로써 원재료 가격 조정 영향을 피할 수 있었다는 설명이다. 업계 관계자는 "사전 계약을 통해 충분한 물량을 확보해 생산을 진행하기 때문에 원재료 가격의 등락에 곧바로 영향을 받지 않아 합리적인 가격대를 유지할 수 있다"며 "PB상품의 경우 마케팅 비용 일반 상품에 비해 적다"라고 말했다.

또 다른 편의점 업계 관계자는 "편의점 파우치 커피의 경우 대량생산을 하고, 원두 블렌딩 방식에 차이가 있어서 저렴한 가격을 유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얼죽아' 노린 가성비 전략

파우치 커피의 장점은 '가격'이다. 불황 시기에 가성비를 중시하는 소비자들이 증가하면서 편의점들이 파우치 커피를 일종의 미끼 상품으로 활용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더불어 파우치 커피는 얼음컵에 부어 간편하게 마실 수 있어 여름철에 특히 인기가 많다.

하지만 최근에는 추운 겨울에도 파우치 커피의 인기가 유지되고 있다. 일명 '얼죽아(얼어죽어도 아이스아메리카노)' 수요가 뒷받침된 덕분이다. CU에 따르면 '델라페'는 연간 1억5000만여개가 판매된다. 전체 카테고리에서도 판매량 상위권에 속한다. 

커피 /사진=아이클릭아트

사실 편의점 파우치 음료의 인기는 꾸준히 늘어왔다. 실제로 최근 3개년간 CU의 아이스드링크의 전년 대비 매출신장률은 2022년 11.8%, 2023년 10.3%, 2024년 12.4%를 각각 기록했다. 세븐일레븐의 지난해 얼음컵 매출도 전년 대비 10% 이상 올랐다. 이는 이미 가성비 음료 수요는 증가하고 있었다는 의미다.

경기침체가 지속하면서 소비자들의 물가 부담은 한층 더 커지고 있다. 최근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1월 소비자물가지수(CPI)는 115.71로 전년 대비 2.2% 상승했다. 음식·비주류음료의 경우 전년 동기보다 2.4% 올랐다. 

이에 따라 업계에선 소비자들을 끌어들이기 위해 편의점들이 PB커피의 가격을 인하 혹은 동결하고 있지만 조만간 가격 인상에 나설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커피 제조사들도 원재료와 인건비 상승 등을 버텨낼 재간이 없기 때문이다. 

커피 업계 관계자는 "일반적으로 원두는 유통채널과 연간 계약을 하는데, 현재 커피 제조사 입장에선 원두 가격 상승과 인건비, 자재비 등이 오르면서 커피 가격을 내릴 명분이 없다"라며 "결국 추후엔 가격을 올릴 수밖에 없을텐데 현재는 고객 유인 효과를 내기 위한 전략 상품을 내놓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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