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저가커피 대표 브랜드인 메가MGC커피가 소비자들에게 혼란을 주고 있다. 홈페이지에 기재한 일부 디카페인 커피의 '카페인 함량' 때문이다. 통상 커피는 용량이 커지면 들어가는 에스프레소 샷의 개수가 증가하는 만큼 카페인 함량도 늘어날 수밖에 없는 구조다. 하지만 메가커피는 커피 사이즈와 상관없이 카페인 함량을 비슷하게 적거나, 큰 사이즈에 오히려 카페인이 덜 들어간 것으로 썼다.없으면 안돼
디카페인 커피는 카페인에 민감한 사람들 사이에서 인기를 얻어온 제품이다. 생두(커피콩)에 들어있는 카페인을 90% 이상 제거한 원두로 커피를 제조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 들어서는 일반 소비자들까지도 디카페인 커피를 찾는 추세다. 카페인 섭취를 줄이고 싶어하는 이들이 늘고 있는 데다, '헬시플레저' 열풍이 불고 있어서다.
메가커피도 2023년부터 디카페인 커피를 선보이며 소비자 니즈에 대응하고 있다. 이전까지만 해도 디카페인 커피는 별도의 커피머신을 마련해야 하는 탓에 몇몇 대형 커피 프랜차이즈들만이 취급해 온 제품군이다. 하지만 저가커피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지면서 소비자를 끌어모으기 위해선 저가 커피 브랜드들에게도 디카페인 제품군 도입이 '선택 아닌 필수'가 됐다.

특히 메가커피는 저렴한 가격에 브랜드 이름에 걸맞는 '대용량' 제품으로 소비자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일부 제품은 한 가지 사이즈로 판매되기도 하지만, 소비자가 많이 찾는 디카페인 커피들은 대부분 기본과 메가로 나눠 판매 중이다. 기본 사이즈는 710㎖, 메가는 946㎖다.
디카페인 커피는 카페인 성분을 덜어내는 공정이 필요한 만큼 저가커피 치고 가격이 비싸다는 건 단점이다. 두 제품의 가격은 각각 3000원, 4500원이다. 일반 아메리카노보다는 1000원, 메가리카노보다는 1500원 더 높다. 그럼에도 대용량에 디카페인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이 정도 가격은 납득할 수 있다는 반응이 주를 이룬다."연하게 안시켰는데요?"
메가커피에서 가장 잘 팔리는 디카페인 음료는 단연 아메리카노다. 지난 1분기 메가커피의 디카페인 아메리카노 판매량은 전년 대비 70% 증가했다. 20잔 중에서 한 잔은 디카페인으로 판매됐다. 날씨가 더울 때는 물론 추운 날씨에도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선호하는 이른바 '얼죽아(얼어 죽어도 아이스)'족 덕분이다.
문제는 용량과 가격에 대한 차이가 명확한 것과 달리, 홈페이지상 카페인 함량 표기는 제멋대로라는 점이다. 일반적으로 커피의 용량과 들어가는 카페인 함량은 함께 늘어난다. 디카페인도 예외는 아니다. 샷 하나를 추출하기 위해 사용하는 원두의 개수가 동일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메가커피는 홈페이지 내 제품별 영양 정보에 디카페인 아이스 아메리카노의 기본과 메가 사이즈 카페인 함량을 각각 10.8㎎, 10.9㎎으로 표기했다. 샷이 추가적으로 더 들어가거나 덜 들어가는데도 카페인 차이는 겨우 0.1㎎이다. 메가커피에 따르면 현재 디카페인 아메리카노 기준 에스프레소의 샷 개수는 기본 2개, 메가 3개다. 메가커피의 말대로라면 1샷당 카페인 함량은 5.4㎎으로, 메가 사이즈는 16.2㎎이 되어야 한다.
디카페인 아이스 카페라떼는 더 심각했다. 기본 사이즈 기준 카페인 함량은 14.4㎎이지만, 메가는 11.2㎎이다. 용량이 확대됐음에도 들어가는 카페인 양은 오히려 줄어든 셈이다. 반면 같은 디카페인 카테고리에 속해있는 아이스 헛개리카노는 메가 사이즈가 기본보다 카페인 양이 2.5배가량 많았다. 기본은 5.3㎎, 메가는 13.1㎎이다.

일각에선 메가커피의 셈법 자체에 문제가 있다고 보고 있다. 메가커피와 함께 '저가커피 3대장'으로 불리는 컴포즈커피와 빽다방은 용량에 따라 카페인 함량이 2배씩 차이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컴포즈커피의 디카페인 아이스 아메리카노에 들어간 카페인 함량은 기본 사이즈가 9.2㎎, 이보다 큰 빅포즈는 18.4㎎으로 나타났다. 빽다방은 각각 15㎎, 30㎎이었다. 저가 브랜드 뿐 아니라 프리미엄 브랜드인 스타벅스도 용량이 커질 때마다 카페인 추출값이 5㎎씩 동일하게 늘었다.
이에 업계는 소비자 혼동을 방지하고 명확한 정보 전달이 필요한 만큼 빠른 수정이 이뤄져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커피 업계 관계자는 "소비자의 알 권리를 위해서라도 카페인 함량을 홈페이지에 정확히 기재하는 게 맞다"며 "카페인이 비례적인 구조로 증가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왜곡이 가득해 보인다"고 말했다.
메가커피 측은 산술적인 계산이 아니기 때문에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메가커피 관계자는 "직접 제조한 각 메뉴를 공인 시험성적기관에 의뢰해 받은 결과지를 토대로 수치를 기재했다"면서 "디카페인 원두는 카페인 함량이 워낙 미량이라서 검사 환경을 철저히 제어해도 실험적 편차에 의해 결과 차이가 발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