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그룹이 지난 2021년 인수한 미국 로봇회사 보스턴다이내믹스 기업공개(IPO)에 대한 관심이 쏠리고 있다. IPO 여부에 따라 현대차그룹이 추가로 보스턴다이내믹스 지분을 사들여야 하고, 장기적으론 그룹 지배구조 개편을 위한 자금 조달처가 될 수 있어서다.

보스턴다이내믹스, 내년에는 상장할까
2021년 6월 21일 현대차그룹은 소프트뱅크가 보유한 보스턴다이내믹스 지분 80%를 9963억원에 인수했다. 현대차 3736억원(30%), 현대모비스 2491억원(20%), 정의선 회장 2491억원(20%), 현대글로비스 1245억원(10%) 등 그룹과 오너가 나눠 투자했다. 잔여지분은 기존 대주주인 소프트뱅크그룹이 그대로 가졌다.
인수 당시 현대차그룹은 보스턴다이내믹스 상장 목표를 2025년 또는 2026년으로 잡은 것으로 분석된다. 소프트뱅크가 보스턴다이내믹스 잔여지분을 현대차그룹에 팔 수 있는 풋옵션 행사조건이 IPO였다.
2021년 6월 현대차가 공시한 풋옵션 행사 조건을 보면 ①거래종결일(2021년 6월21일)로부터 4년 이내에 보스턴다이내믹스 상장이 결정될 경우 ②거래종결일로부터 4년 이내에 상장되지 않을 경우 ③거래종결일로부터 5년 이내에 상장되지 않을 경우 등 3가지다.(단 현대글로비스의 풋옵션 행사 조건 공시를 보면 ①②조건은 현대차와 동일하지만 ③은 '거래종결일로부터 5년 시점'이다.)
이 조건에 따라 소프트뱅크는 이달 21일까지 보스터다이내믹스가 상장에 성공(①)·실패(②)하는 두 경우 모두 풋옵션을 행사할 수 있다. 보스턴다이내믹스의 올 6월 상장이 물건너 가면서, 조만간 소프트뱅크가 ②조건에 따라 풋옵션을 행사할 수 있게 됐다. 이 경우 현대차그룹은 수천억원대 지분매입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
이번에 소프트뱅크가 풋옵션을 행사하지 않을 수도 있다. 세 번째 조건(③)이 남아 있어서다. 내년 6월까지 보스턴다이내믹스 상장되지 않으면 그때 풋옵션을 행사할 수 있다. 보스턴다이내믹스가 상장에 성공하게 되면 더 큰 시세 차익이 예상되는 만큼 소프트뱅크 입장에선 1년을 더 기다려 보는 게 합리적인 선택이 될 수 있다.
"순환출차 해소할 현실적 방법"
보스턴다이낵믹스 상장 성공을 위해선 실적 개선이 필요하다. 올 1분기 보스턴다이내믹스 매출은 357억원에 머물렀고, 당기순손실은 1197억원에 이른다. 연간 당기순손실은 2021년 1970억원, 2022년 2551억원, 2023년 3348억원, 2024년 4405억원 등으로 늘고 있다. 작년 한해 매출(1161억원)과 당기순손실(4405억원)을 비교하면, 보스턴다이내믹스는 아직 연구개발 단계에 머물러 있다.
보스턴다이내믹스의 로봇 상용화가 늦어지면서 현대차그룹의 자금 지원은 계속되고 있다. 19일 iM증권은 현대차그룹과 정 회장이 보스턴다이내맥스 증자에 2022년 2400억원, 2023년 2040억원, 2024년 5380억원을 부담했다고 분석했다. 2021년 인수대금까지 포함하면 2조원 가까이 투자된 것이다. 이 증자에 불참한 소프트뱅크의 보스턴다이내믹스 지분율은 20%에서 12%까지 낮아진 것으로 추산된다.
올해 추가 수혈 가능성도 있다. 지난 4일 하나증권은 "올 2분기 중으로 (보스턴다이내믹스) 유상증자가 있을 것"이라며 "지난 3년과 같은 패턴이면 4000억~5000억원 수준의 증자금을 현대차그룹과 정 회장이 부담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자금지원과 함께 보스턴다이내믹스를 중심으로 한 지배구조도 개편했다. 2022년 현대차·기아·현대모비스는 보스턴다이내믹스 지분 전량을 미국 신사업 지주사 HMG글로벌에 출자전환했다. 이를 통해 지배구조가 '현대차·기아·현대모비스→HMG 글로벌→보스턴다이내믹스'로 바뀌었다. 현재 보스턴다이내믹스의 지분을 보면 △HMG 글로벌 50% △정의선 회장 20% △현대글로비스 10% 등이다.
보스턴다이내믹스 IPO는 현대차그룹 지배구조에도 적지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분석된다. 국내 10대 대기업집단 중 유일하게 순환출자구조를 가진 현대차그룹이 지배구조 개편을 위해 보스턴다이내믹스를 활용할 것이란 기대감 때문이다.
iM증권은 "현재까지 상장에 대한 공식적인 발표가 없었음에도, 시장 내 많은 참여자들은 상장을 내심 확신해왔다"고 강조했다. 이어 "지배구조 개편을 위해 정의선 회장의 현대모비스 지분(0.33%)의 확대가 필요하고, 이를 위한 현금이 조달돼야 한다"며 "현 시점에서 6조~8조원 수준 현금을 조달할 현실적인 방법은 상장 후 정 회장의 보스턴다이내믹스 지분 약 20%를 매각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