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오년 국내 석유·화학 산업은 2보 전진을 위한 1보 후퇴에 나선다. 지난해 마련됐던 구조조정 방안을 본격적으로 추진, 본격적인 생산량 감축에 나서면서 '덩치' 줄이기를 시작한다. 동시에 글로벌 경쟁에서 생존할 수 있도록 고부가가치 제품 위주의 연구·개발에 속도를 낼 예정이다. 말 그대로 '환골탈태'의 시작점이 될 한해가 될 전망이다.

덩치 줄일 시간…남아있는 숙제
여수, 대산, 울산 등 국내 3대 석화산업단지 내 주요 기업들은 올해부터 본격적인 설비 구조조정을 시작한다. 지난해 정부의 구조조정 로드맵에 따른 사업 재편안 제출 이후 이를 이행할 예정이다.
지난해 정부는 1470만톤의 나프타분해설비(NCC) 생산규모를 270만~370만톤 가량 감축하는 방안을 골자로 하는 구조조정 방안 계획을 세웠다. 각 산업단지별, 기업별 세부적인 사업 재편안 내용이 공개되지 않았지만, 연간 340만톤 가량의 생산량을 줄이는 것으로 목표치가 정해진 것으로 전해진다.
설비 감축을 위해 산업단지별로 기업들끼리 합작 법인을 세우거나 공장을 폐쇄하는 방안이 우선 추진될 것으로 관측된다. 단순 생산량을 줄이는 것을 넘어 이에 들어가는 설비 또한 폐쇄시키는 것이다. '고강도 구조조정'이라는 이야기가 나오는 이유다.
다만 현재까지는 '청사진'만 제시된 상태다. 이와 같은 구조조정이 원할하게 진행될 지 여부는 미지수다. 청사진을 제시하기는 했지만 석화산업단지가 지역 내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워낙 큰 이유다. 설비 감축과 인력 재배치 과정에서 기업, 지방자치단체, 근로자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의 의견이 엇갈리면서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는거다.
특히 정부는 구조조정 과정에서 지역경제와 고용 등에서 발생할 수 있는 피해를 최소화 해달라고 요청한 상황인데, 실제 설비를 감축하면서 이를 끌어안고 가기는 쉽지 않다는 게 업계 시각이다. 구조조정의 최대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거다.
업계 한 관계자는 "구조조정 과정에서 의견 수렴이 명확하게 되지 않는다면 지속적으로 비용이 들어가는 구조가 될 수 있다"라며 "지역경제와 고용을 모두 포용하면서 구조조정을 추진하기에는 부담이 너무 큰데, 이것이 금융지원 등 정부의 혜택과도 연결이 되는 부분이라 쉽지 않은 부분이 있다"고 전했다.
다른 관계자는 "석화 구조조정의 골든타임이라는 데는 의견이 모아진 상황"이라며 "계획안 마련 자체가 쉽지 않았던 만큼 이를 잘 수행할 수 있도록 이해 관계자들과 적극 소통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고부가가치 중심 재편 동시에
NCC생산규모 감축이라는 큰 틀의 구조조정이 진행됨과 동시에 석화 업계는 고부가가치 제품 중심으로 체질을 전환하는 것도 올해들어 본격화 될 것으로 전망된다.
일단 NCC 구조조정의 포문을 연 롯데케미칼이 구체적인 계획안을 내놨다. 전지 소재, 수소 에너지, 반도체 소재 등으로 포트폴리오를 고도화 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앞으로 글로벌 시장을 이끌 산업 분야의 밸류체인에 합류해 성장동력을 유지하겠다는 의미다.
롯데케미칼 뿐만 아니라 다른 기업들 역시 수익성이 높은 제품 위주로 사업 포트폴리오를 재편하는 방식을 구체화해 조만간 발표한다는 방침인 것으로 전해진다.
고부가가치 중심 재편 역시 NCC생산규모 감축 이후 탄력을 받을 것이란 분석도 있다. 설비를 고부가가치 제품 중심 생산 거점으로 재편시키면 관련 전환도 속도를 낼 수 있을 거라는 이유에서다.
특히 지난해 정부가 석화기업(공급자)-반도체·자동차 등 미래산업 기업들(수요자)과 연계하는 사업을 펼치며 적극적인 지원책을 마련한 만큼 수요와 공급 역시 안정적으로 유지되는 환경이 마련될 것으로 관측되는 점도 긍정적인 요소다.
앞선 관계자는 "석화 구조조정의 끝은 체질을 고부가가치 제품 위주로 재편하는 것"이라며 "향후 현재와 같은 공급과잉 문제가 다시금 발생해도 생존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는 마음가짐으로 체질 개선에 나설 예정"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