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검색

완성차에 드리운 '칩플레이션' 그림자…과거보다 걱정 큰 이유

  • 2026.03.02(월) 15:00

메모리 부족 현상에 '최첨단' 추구 완성차도 영향
학습효과로 재고 확보에도 하반기 공급부족 우려
메모리 부족은 과거처럼 옵션 삭제로 대응 힘들어

올해 완성차 업계에도 메모리 공급 부족에 따른 '칩플레이션' 주의보가 내려졌다. 최근 몇 년 새 첨단 전장을 탑재한 '똑똑한' 차가 쏟아지며 메모리 수요가 커진데 비해 공급이 이를 따라잡지 못하게 될 것이란 분석이다. 이미 칩플레이션 영향권에 있는 정보통신(IT), 모바일, 가전제품 가격 상승이 본격화한 만큼 완성차 역시 비슷한 상황에 놓일 것이란 전망이다. 

완성차 업계의 '칩플레이션' 고민은 새로운 것은 아니다. 2020년~2022년까지 비메모리 차량용 반도체 공급 부족으로 인한 생산 차질을 이미 겪은 바 있다. 다만 당시 취했던 대응 방식을 이번에도 그대로 적용하기 어려워 완성차 업체들에 고민을 안길 것으로 우려된다.

과거와 다른 자동차 칩플레이션

지난 2020년 완성차 업계는 반도체로 인해 한차례 비상이 걸렸다. 2020년 상반기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자동차 수요 감소를 예상하고 기존에 계약했던 반도체 주문을 대량 취소했지만 하반기에 예상보다 빠르게 수요가 늘어난 탓이다.

예상밖 수요 증가에도 반도체 생산 설비는 PC, 서버용 IT 기기 수요를 채우느라 차량용 반도체 공급을 뒷받침할 여력이 없었다. 여기에 더해 2021년에는 세계 주요 차량용 반도체 공장 일부가 자연재해로 셧다운되면서 공급 부족이 심화됐다.

이후 차량용 반도체 공급 부족 충격파는 2022년 본격화하기 시작했다. 완성차 기업들이 차량용 반도체를 프리미엄 모델, 대형 SUV, 전기차 등 마진이 높은 모델에 우선적으로 배정하면서다. 자연스럽게 중저가형 차량의 생산량이 줄어들었다. 일부 모델의 경우 스마트키, 시트 열선 등 일부 옵션을 삭제하기도 했다.

이에 일부 모델은 신차 출고 대기 기간이 최대 2년까지 확대되는 등 수요를 공급이 따라가지 못했다. 이 수요는 중고차로 이동했고 중고차 가격이 신차를 뛰어넘는 이례적인 상황이 펼쳐지기도 했다.

2023년 들어 IT기기 등의 메모리 생산 수요가 주춤하면서 완성차 기업에 기회가 다시 찾아왔다. 이들은 지난 3년간의 실패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넉넉하게 차량용 반도체 비축에 나섰다. 특히 자동차용 반도체를 전장기업들이 사고 이들이 탑재 부품을 수급하는 방식에서 핵심 반도체를 완성차 기업들이 직접 구매하는 방식으로 달라졌다. 

이런 가운데 지난해 말부터 다시 '칩플레이션' 조짐이 본격화했다. 수년전 칩플레이션 땐 비메모리 차량용 반도체가 부족했다면 이번에는 메모리 반도체가 부족해서다. 

비메모리 차량용 반도체 부족의 경우 일부 기능을 선택적으로 빼버리는 방식으로 대응이 가능했지만 메모리 반도체 부족은 이것이 힘들다. ADAS(자율주행보조시스템),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무선소프트웨어 업데이트 등에 동시다발적으로 제약이 생긴다. 과거에는 일부 기능을 빼더라도 빠진 기능 외에 차량 주행에는 큰 문제가 없었지만 메모리용 반도체를 줄이면 완성차 기업들이 추구하는 '똑똑한' 차량의 여러 성능이 한번에 낮아질 수 있다는 거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완성차는 ADAS 등 소프트웨어 경쟁력을 높여 마진을 확대하는 것이 핵심 전략 중 하나"라며 "메모리 공급 부족으로 인해 일부 성능을 저하시키면 차량 가격에 대한 소비자들의 심리 저항성이 과거 칩플레이션 당시 취해졌던 일부 옵션 삭제보다 더욱 클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아직은 괜찮은데

최근 완성차 한 대에 들어가는 메모리 반도체는 용량 기준으로 D램 16GB, 낸드 256GB정도로 추산된다. 용량 자체는 스마트폰에 들어가는 메모리 반도체와 비슷하지만 요구되는 조건은 더욱 까다롭다. 차량용 메모리는 외부 온도, 진동, 긴 수명 등을 보장할 수 있어야 한다. 자연스럽게 다른 메모리에 비해 가격이 높게 형성된다. 

단가가 높은 만큼 반도체 기업에는 더욱 높은 마진을 안길 것으로 생각할 수 있지만, 차량용 메모리가 차지하는 비중이 작다는 게 문제다. 반도체 공장은 같은 제품을 여러개 찍어내 파는 게 수익성이 더 높은데 아직 시장 물량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낮은 차량용 반도체에 설비를 배정할 요인이 떨어진다. 우선순위에서 밀린다는 거다. 들어가는 용량이 적은데도 칩플레이션 영향권에 든 이유다. 

일단 당장은 재고를 넉넉히 쌓아뒀지만 이르면 올해부터 이같은 재고가 소진될 가능성이 점쳐진다. 또다시 재고 확보를 위해 반도체 기업에 웃돈을 줘야하는 상황이 올 수 있다는 거다. UBS증권은 "늦어도 올해 하반기부터 완성차 기업들의 보유 메모리 재고가 한계에 봉착할 것"으로 전망했다. 시장조사업체 S&P 글로벌 모빌리티는 올해 중 자동차용 D램 가격이 100%까지 오를 것으로 봤다.

앞선 관계자는 "메모리 자체 가격이 2배 뛴다고 해서 완성차 원가가 크게 상승하지 않지만 문제는 메모리 반도체 부족으로 차량 출고 자체가 안되면서 공급이 부족할 수 있다"며 "메모리 부족으로 완성차 핵심인 첨단 기능을 축소해야 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과거에는 일부 옵션을 삭제하는 방식으로 대응됐지만 지금은 부족한 반도체의 성격이 달라 기존 전략을 펼치기 녹록지 않다"며 "하반기 본격적인 메모리 부족 대응 방안을 고민해야 하는 시점"이라고 덧붙였다. 

naver daum
SNS 로그인
naver
facebook
google
  • 오늘의 운세
  • 오늘의 투자운
  • 정통 사주
  • 고민 구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