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등기이사 복귀가 또다시 불발됐다. 사법 리스크를 털어낸 뒤 책임 경영 강화를 위해 이사회에 합류할 것이란 관측이 힘을 얻었으나, 이번 정기 주주총회 안건에 포함되지 않았다. 이미 경영 전면에서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 만큼 당장 형식적 지위를 바꿀 필요성은 크지 않다는 판단이 깔린 것으로 보인다.
13일 삼성전자는 이사회를 열고 오는 3월 18일 경기 수원컨벤션센터에서 열리는 제57기 정기 주주총회 안건을 확정했다. 사내·사외이사 선임과 재무제표 승인, 이사 보수한도 승인, 정관 일부 변경 등이 상정됐다. 다만 이재용 회장의 사내이사 선임 안건은 이번에도 포함되지 않았다.
이 회장은 2019년 10월 등기이사 임기 만료 이후 줄곧 미등기 임원 신분을 유지해왔다. 지난해 7월 대법원에서 경영권 불법 승계 의혹 사건에 대해 무죄가 확정되면서 복귀 가능성이 재차 제기됐다. '삼성 위기론'이 확산된 상황에서 총수가 이사회에 직접 참여해 책임 경영에 힘을 실을 것이라는 관측이 뒤따랐다.
재계 안팎에선 이 회장이 이미 그룹 전반의 핵심 현안을 직접 챙기고 있는 만큼 등기이사 여부가 경영 책임의 본질을 가르는 문제는 아니라는 해석이 나온다. 대법원 판결 이후 이 회장은 글로벌 경영 행보에 속도를 냈다. 지난해 10월 방한한 젠슨 황 엔비디아 CEO와의 회동을 기점으로 삼성전자는 6세대 고대역폭메모리 HBM4의 엔비디아 납품을 공식화했다. 반도체 사업의 방향과 핵심 고객 전략을 총수가 직접 조율하고 있다는 평가다.
대규모 인수합병도 잇따라 단행됐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독일 플랙트그룹과 ZF ADAS 사업부, 미국 마시모 오디오 사업부, 미국 젤스 등을 연이어 품에 안았다. 공조와 전장, 오디오, 헬스케어로 사업 지평을 넓히며 미래 성장축을 다변화했다는 평가다.
재계 관계자는 "이 회장은 최대주주이자 총수로서 이미 주요 전략을 직접 챙기고 있다"며 "등기이사라는 형식적 지위 변화가 경영의 실질을 바꾸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글로벌 경영 불확실성이 커진 점도 변수다. 일각선 등기이사로 복귀할 경우, 각종 소송이나 수사 과정에서 직접적인 법적 책임을 부담해야 하는 만큼 경영 활동에 제약이 커질 수 있다는 점이 거론된다. 대외 변수가 확대된 상황에서 경영의 유연성을 유지하려는 판단이 작용했을 가능성도 있다는 분석이다.
아울러 이번 주총에서는 반도체 전문가를 이사회에 전진 배치하는 안건이 눈에 띈다. 김용관 DS부문 경영전략총괄은 신임 사내이사로 내정됐다. 김용관 사장은 메모리사업부 지원팀장과 DS부문 기획팀장, 미래전략실 경영진단팀 담당임원, 사업지원TF 담당임원 등을 거쳤다. 2024년부터 DS부문에서 반도체 사업 전반을 총괄해 왔다. 기술 중심 이사회 구성을 통해 반도체 경쟁력 회복에 속도를 내려는 포석으로 해석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