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조7200억원이 넘는 영업손실을 낸 삼성SDI가 보유 중인 알짜 계열사 삼성디스플레이 지분 매각에 착수했다. 작년 1조6000억원대 유상증자 이후에도 투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은 삼성SDI가 2024년 1조원을 배당한 알짜 삼성디스플레이 지분 매각 카드를 꺼내 든 것이다.

장부가만 11조
지난 19일 삼성SDI는 이사회에 "투자재원 확보와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보유중인 삼성디스플레이 지분 등의 매각 추진을 보고했다"고 공시했다. 이미경·권오경·김덕현·최원욱 사외이사로 구성된 지속가능경영위원회는 앞으로 거래 상대, 규모 등 조건을 검토할 계획이다.
작년 말 기준 삼성SDI는 삼성디스플레이 지분 15.2%를 보유하고 있다. 비상장사인 삼성디스플레이의 지분 15.2% 장부금액은 11조1543억원에 이른다. 장부가는 2024년 9조8717억원과 비교하면 일 년 만에 13% 늘었다.
삼성SDI 입장에선 삼성디스플레이는 '황금알을 낳는 거위'였다. 2024년 삼성SDI가 삼성디스플레이로부터 받은 배당금만 1조124억원에 이르렀다.
지분법 이익도 반영됐다. 삼성디스플레이 보유 지분은 20%를 밑돌지만 이사 선임권한이 있어 관계기업으로 분류된 덕분이다. 관계기업에 따른 회계에 따라 삼성SDI는 삼성디스플레이의 보유지분율 만큼만 실적으로 인식하는 지분법을 적용하고 있다.
작년 삼성디스플레이 매출은 29조7106억원으로 2024년보다 1.9% 늘었다. 작년 영업이익은 4조709억원으로 10.6% 증가했다. 영업이익률이 13.7%에 이른다.
유증만으로 부족해
삼성SDI가 알짜 자산 매각에 나선 것은 자금조달이 절실해서다. 작년 삼성SDI 매출은 13조2667억원으로 일년전보다 20% 급감했다. 작년 영업손실은 1조7224억원으로 적자전환했다. 전 세계적으로 전기차 성장세가 한풀 꺾였고, 가격과 성능을 앞세운 중국 배터리와 경쟁에서 밀리면서다.
대규모 적자가 났다고 '조 단위' 투자를 멈출 수 없다. 지난해 삼성SDI는 1조6549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로 투자재원을 마련했지만 역부족이었다. 작년 시설투자(CAPEX)만 3조3000억원에 이른다.
작년부터 꾸준히 삼성디스플레이 지분 등 자산 매각에 대한 문의가 이어졌다. 작년 3분기 컨퍼러스콜에서 삼성디스플레이 지분 활용을 묻는 질문에 회사 측은 "차입뿐만이 아니라 보유 자사 활용에 대해서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2일 열린 컨퍼런스콜에서도 삼성SDI는 "투자 규모가 축소되더라도 아직 영업 현금흐름만으로 전체를 커버하기가 어렵다"며 "투자 규모나 시기를 고려해 보유자산 활용 등을 포함한 여러 가지 방안을 통해 자금을 조달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컨퍼런스콜 이후 첫 자금조달 계획이 나온 것이다.
삼전에 팔까
삼성SDI가 지분을 어디에 매각할 지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업계에선 삼성SDI가 외부보다 내부에서 지분을 소화할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가장 강력한 후보는 삼성전자다.
작년 말 기준 삼성전자는 삼성디스플레이 지분 84.78%를 갖고 있다. 이번에 삼성SDI가 보유한 지분 15.2%를 인수하게 되면 지분 100%를 확보하게 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