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전력 인프라의 슈퍼 사이클이 국내 전력기기 3사의 지난해 성적표를 역대 최고 수준으로 끌어올렸다. 인공지능(AI) 산업 확대에 따른 데이터센터 전력 수요 폭증과 북미·유럽의 노후 전력망 교체 주기가 맞물리며 LS일렉트릭·HD현대일렉트릭·효성중공업 등 3사 모두 매출과 영업이익에서 눈에 띄는 성장을 거뒀다. 세부 지표를 들여다보면 HD현대일렉트릭은 수익성, LS일렉트릭은 외형, 효성중공업은 수주 잔고에서 각기 다른 강점과 과제를 드러냈다.
실속 챙긴 HD현대·효성, 이익률 수직 상승
16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HD현대일렉트릭은 2025년 한 해 동안 매출 4조795억원, 영업이익 9953억원을 거뒀다. 1년 전보다 매출은 22.8%, 영업이익은 48.8% 증가하며 5년 연속 성장세를 이어갔다.
특히 눈길을 끄는 대목은 24%를 넘긴 영업이익률이다. 이는 제조업 분야에서 이례적인 수치로, 수익성이 높은 북미 초고압 변압기 시장을 선점한 결과로 풀이된다. 공급자 우위 시장을 활용해 우수 고객사와 생산 일정을 미리 확정 짓는 생산일정 예약(Slot Reservation)을 도입해 환율과 원자재 변동 리스크를 최소화하며 내실을 다졌다.
수주 잔고 역시 역대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지난해 말 기준 수주 잔고는 전년 대비 21.5% 증가한 67억3100만 달러로 집계됐다. 4분기 말 환율(1439.5원)을 적용하면 한화 9조6893억원에 달하는 규모다. 다만 4분기 신규 수주는 7억3000만 달러에 머물며 전분기 대비 39.8% 감소했다. 대규모 공급 계약이 집중됐던 앞선 분기들의 기저 효과와 계절적 요인이 맞물리며 폭발적이었던 수주 성장세는 다소 완만해졌다.
효성중공업의 중공업 부문은 3사 중 가장 가파른 이익 성장률을 기록했다. 건설 부문을 제외한 효성중공업의 2025년 매출은 4조1483억원, 영업이익은 6988억원으로 집계됐다. 전년 대비 각각 33.8%, 121.8% 증가했으며 영업이익률 역시 1년 만에 10.2%에서 16.8%로 뛰어올랐다. 특히 2024년 4분기 10.8%였던 분기 이익률은 2025년 4분기 20.2%까지 치솟았다. 이는 저가 수주 물량이 대부분 소진되고 고부가가치 제품 매출이 본격화됐음을 시사한다.
무엇보다 중공업 부문 수주 잔고가 11조9000억원에 달해 향후 수년간의 확실한 먹거리를 확보했다는 점이 고무적이다. 이는 HD현대일렉트릭(약 9조6893억원)과 LS일렉트릭(5조원)의 잔고 규모를 모두 웃도는 수준이다.
외형 1위 LS일렉트릭, 수익성은 '숙제'
LS일렉트릭은 연결 기준 매출 4조9622억원, 영업이익 4269억원을 기록하며 외형 면에서 3사 중 가장 큰 규모를 자랑했다. 특히 북미 매출이 사상 처음으로 1조원을 돌파하며 글로벌 사업 확장 측면에서 유의미한 성과를 거뒀다. 북미 빅테크 기업들의 데이터센터 전력 시스템 수주가 1조원을 넘어섰고 아세안 지역에서도 베트남과 인도네시아를 중심으로 견조한 성장세를 유지했다. 수주 잔고 역시 5조원을 돌파하며 창사 이래 최대치를 경신했다.
그러나 경쟁사 대비 수익성은 상대적으로 낮았다. LS일렉트릭의 연간 영업이익률은 8.6%로, HD현대일렉트릭(24.4%)이나 효성중공업(16.8%)의 절반 수준 이하였다. 이는 마진이 상대적으로 낮은 자동화 사업 부문의 실적 부진과 중저압 배전 기기 중심의 제품 포트폴리오 때문으로 분석된다. LS일렉트릭은 이를 타개하기 위해 부산 제2사업장 준공을 통해 초고압 변압기 생산 능력을 확충하고, 수익성이 높은 초고압 제품 비중을 늘리는 등 체질 개선에 속도를 내고 있다.
3사는 올해도 우호적인 시장 환경이 지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미국 에너지규제위원회(FERC)가 데이터센터 등 대형 전력 부하의 송전망 접속 기간을 단축하기 위한 규칙 정비에 나선 점은 수주 가시성을 높이는 요소다. 글로벌 전력망 투자는 2030년까지 매년 12.4% 이상 증가할 것으로 예측된다. 유럽 또한 재생에너지 연계 프로젝트를 위해 에너지 예산을 기존 대비 약 5배 확대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다.
다만 환율 하락 가능성과 원자재 가격 변동, 글로벌 경쟁 심화에 따른 수주 단가 하락 리스크는 상존한다. HD현대일렉트릭은 2026년 매출 목표를 4조3500억원으로 보수적으로 잡으며 질적 성장에 집중하겠다는 뜻을 비쳤다. LS일렉트릭은 초고압직류송전(HVDC)과 에너지저장장치(ESS) 등 신사업 성과 가시화에 주력할 방침이다. 효성중공업은 영국, 스웨덴 등 유럽 전역으로 수주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하며 12조원에 달하는 잔고를 실질적인 수익으로 전환하는 데 총력을 기울일 것으로 관측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