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증하는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전력 수요가 국내 전력기기 3사의 북미 실적을 전례 없는 속도로 끌어올리고 있다.
LS일렉트릭·HD현대일렉트릭·효성중공업 모두 3분기 실적에서 북미향 고부가 전력기기 공급이 핵심 성장축으로 자리 잡으며 외형·수익성·수주잔고가 동반 확대됐다. 다만 3사가 북미에서 강점을 보이는 영역은 확연히 다르다. 성장 속도·수주 규모·전압대 경쟁력 등 세부 지표별로 1위의 기준이 갈리는 양상이다.
LS일렉, 매출 성장률 1위…데이터센터 수혜 '정점'
10일 전력기가 3사의 지난 3분기 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LS일렉트릭은 북미 매출 증가 속도에서 단연 두각을 보였다. LS일렉트릭의 북미 매출은 2020년 1315억원에서 올해 1000억원 이상으로 늘어나며 5년 연평균 성장률이 51%에 달한다. 주요 3사 중 가장 가파른 증가세다. 미국 데이터센터·반도체 팹·ESS 프로젝트에서 고부가 배전반·변압기 공급이 확대된 것이 외형 성장을 이끌었다.
수익성 개선도 뚜렷하다. 3분기 매출은 1조2163억원, 영업이익은 1008억원으로 각각 19%, 52% 증가했다. 북미 매출 비중은 33%로 전사 포트폴리오의 핵심 축으로 자리 잡았다. 이 같은 성장세는 2020년 이후 북미를 중심으로 생산·유통 거점을 재편한 전략의 반영으로 평가된다.
최근 부산 초고압 변압기 제2생산동 완공은 북미 중심 성장세에 속도를 더하는 요인이다. 1008억원이 투입된 이번 증설로 부산 사업장의 초고압 변압기 생산능력(CAPA)은 기존 연 2000억원에서 6000억원 규모로 세 배 확대됐다. 154kV부터 550kV까지 전압대를 모두 아우르는 생산 라인업이 확보되면서 북미 데이터센터·송변전 프로젝트 대형 물량을 안정적으로 소화할 기반이 강화됐다는 평가다.
성종화 LS증권 연구원은 "LS일렉트릭은 미국 빅테크 X사 데이터센터 프로젝트에서 1분기 1억7400만 달러 규모의 1차 수주를 달성했고 4분기 1조3200억 달러 규모의 2차 후속 수주도 최종 확정됐다"고 밝혔다.
성 연구원은 "미국의 또 다른 데이터센터 콜로케이션 업체와 1100억원 규모 배전 솔루션 계약도 성사됐고 아마존·구글·마이크로소프트 등 주요 글로벌 기업들과의 사업도 순조롭게 진행 중"이라고 설명했다.
초고압 성장축 세운 HD현대, 효성 765kV 체급서 독주
북미 수주 규모만 놓고 보면 HD현대일렉트릭의 존재감이 가장 크다. 3분기 북미 수주는 7억6300만 달러(한화 약 1조1200억원)로, 전년 대비 192% 급증했다. 미국 AI 데이터센터와 송전망 교체 사업이 본격화되며 765kV·345kV 초고압 변압기와 리액터 중심의 대형 프로젝트 수주가 한꺼번에 몰린 덕이다.
이 흐름은 수주잔고에서도 확인된다. 3분기 말 기준 수주잔고는 69억8300만 달러(약 9조7000억원)로 분기 기준 최고치를 다시 썼다. 울산·앨라배마 공장의 증설이 순차적으로 마무리되면 고부가 변압기 매출 전환 속도도 더 빨라질 전망이다.
정혜정 KB증권 연구원은 "북미 변압기 공급 부족이 최소 2030년까지 이어질 것"이라며 "HD현대일렉트릭은 글로벌 시장 점유율과 수주 구조에서 경쟁 우위를 갖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관세 부담보다 가격 전가 능력이 재확인된 구간이며 북미향 765kV 초고압 변압기 비중 확대와 국내·해외 시설 증설이 구조적 성장성을 강화하는 요인"이라며 "공급 부족 시장의 최대 수혜자로서 중장기 업사이클이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초고압 전압대(EHV·765kV) 경쟁력에서는 효성중공업이 가장 앞서 있다. 건설 부문을 제외한 중공업 부문 3분기 매출은 1조1437억원, 영업이익은 1957억원으로 분기 기준 역대 최대 실적을 냈다.
특히 지난 9월 미국 최대 송전망 운영사로부터 765kV 변압기·차단기·리액터 일괄 패키지를 따내며 초고압 시장 내 입지를 넓혔다. 765kV는 북미 송전망에서 가장 높은 전압대 중 하나로, 변압기·차단기·리액터를 동시에 공급할 수 있는 기업은 제한적이다. 단일 기업이 패키지 공급을 맡는다는 것은 기술 신뢰도와 생산 역량을 모두 인정받았다는 의미로, 사실상 시장 상위권에서만 가능한 수주 구조다.
또 효성중공업이 보유한 미국 테네시주 멤피스 공장은 미국 내 유일한 765kV 변압기 설계·생산 기지다. 이미 미국에 설치된 765kV 초고압 변압기의 절반 가까이를 공급해 왔으며 최근 1억5700만 달러 추가 투자를 통해 2028년까지 생산능력을 50% 확대한다. 북미에서 가장 높은 전압대 수요가 AI 데이터센터·전력망 안정성 확보와 직결되는 만큼 효성은 전압대 경쟁력에서 사실상 독점적 위치를 확보하고 있다는 평가가 따른다.
장남현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효성중공업의 멤피스 공장 증설은 빠르게 늘어나는 미국 물량에 대응하기 위한 선제적 투자"라며 "2028년까지 추가 증설이 이어지면서 연간 생산능력이 6억 달러를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그러면서 "이 같은 미국 중심의 수주 구조 확대에 힘입어 북미 매출 비중이 중장기적으로 꾸준히 높아지고 이익 개선 흐름도 2028년 이후까지 이어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