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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 을' 지위 굳힌 전력기기 3사…AI가 성적표 확 바꿔 놨다

  • 2026.01.23(금) 14:14

HD현대일렉, 선별수주로 20%대 이익률 안착
'성장폭 최대' 효성重, 전력 본업이 실적 견인
LS일렉, 연 매출 5조 목전…북미 배전 점유율↑

그래픽=비즈워치

인공지능(AI) 확산에 따른 전력 수요 급증으로 국내 전력기기 3사(HD현대일렉트릭·효성중공업·LS일렉트릭)의 실적 눈높이가 높아지고 있다. 북미를 중심으로 전력 인프라 교체 주기가 맞물리며 공급자 우위 시장이 형성된 결과다. 2025년 실적 발표를 앞두고 시장의 관심은 외형 성장을 넘어 제품 단가 상승과 선별 수주가 가져온 수익 구조의 질적 변화에 쏠리고 있다.

HD현대, 미주·데이터센터 중심 수주 구조 고도화

그래픽=비즈워치

23일 업계와 증권가에 따르면 HD현대일렉트릭은 올해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역대 최대치를 경신할 것으로 전망된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가 집계한 이 회사의 2025년 컨센서스(실적 전망 평균치)는 매출 4조647억원, 영업이익은 9587억원으로 추정된다. 영업이익률은 5년 전보다 4620% 뛴 23.6%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통상 5~7% 수준인 제조업 평균 이익률을 상회하는 것은 물론 동종 업계인 효성중공업이나 LS일렉트릭과 비교해도 높은 수준이다.

이 같은 실적 성장은 북미 시장을 중심으로 한 초고압 전력기기 선별 수주 전략이 주효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현재 HD현대일렉트릭 수주 잔고의 65% 이상은 AI 데이터센터 증설 수요가 몰린 미주 지역 물량이 차지하고 있다. 공급자 우위 시장이 형성됨에 따라 수익성이 높은 데이터센터향 초고압 변압기 물량을 우선적으로 확보하며 수익 기반을 강화한 결과다.

업계에서는 이 같은 고마진 기조가 당분간 유지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근본적인 배경은 폭발적인 수요 증가다. AI 데이터센터 증설과 북미 지역의 노후 송전망 교체 주기가 맞물리며 공급이 수요를 도저히 따라가지 못하는 판매자 우위 시장이 형성됐기 때문이다. 실제로 주요 전력기기 업체들의 수주 잔고는 이미 2028년치까지 가득 차 있어 사실상 부르는 게 값인 상황이 지속 중이다.

신규 사업인 HVDC(초고압직류송전) 분야의 기반 닦기도 병행하고 있다. 스웨덴 히타치 에너지(Hitachi Energy)와의 기술 협력을 통해 컨버터 및 제어 관리 시스템 역량을 보완 중이며 이를 통해 대형 프로젝트 수주를 위한 레퍼런스를 확보한다는 방침이다. 울산에 건설 중인 신공장 역시 HVDC와 765kV 변압기를 탄력적으로 생산할 수 있는 다용도 기지로 설계돼 시장 수요 변화에 대응하고 있다.

이상현 BNK투자증권 연구원은 "HD현대일렉트릭은 기술 장벽이 높은 765kV 초고압 시장의 경쟁력을 바탕으로 북미 등 주력 시장에서 독보적인 지위를 굳히고 있다"며 "특히 미국 내 관세 부담의 85% 이상을 고객사가 분담하고 2027년 이후 물량은 대부분 고객이 부담하는 조건으로 계약되어 있어 수익성 방어력이 매우 뛰어나다"고 분석했다. 

이어 "유럽의 친환경 차단기 수요와 중동의 프리미엄 GIS(가스절연개폐장치) 시장을 선별 공략하며 이익의 질을 높이고 있으며, 숙련공 양성에만 10년이 걸리는 산업 특성상 2027년 증설 효과가 본격화되면 후발 주자와의 격차는 더욱 벌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성장률 1위 효성重, 북미 765kV 송전망으로 실적 점프

효성중공업 창원공장이 초고압변압기 누적생산 10조원을 돌파하고 기념식을 개최했다./사진=효성

효성중공업은 전력기기 3사 중 전년 대비 실적 성장 폭이 가장 클 것으로 전망된다. 증권가에 따르면 2025년 효성중공업의 중공업 부문(건설 제외) 매출 전망치는 4조923억원, 영업이익은 6588억원이다. 이는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3사 중 가장 가파른 상승세로, 영업이익률 또한 지난해 11.9%에서 16.1%로 개선될 것이라는 관측이다. 건설 부문의 변동성을 전력기기 본업의 높은 수익성이 상쇄하며 전체 실적을 끌어올리는 형국이다.

이러한 성장은 북미 송전망의 핵심인 765kV 초고압 시장에서의 입지가 뒷받침하고 있다. 현재 북미에서 변압기와 차단기, 리액터를 패키지로 일괄 공급할 수 있는 업체는 소수로, 효성중공업은 이 시장의 선점 효과를 통해 이미 2028년치 물량을 확보한 상태다. 최근에는 수익성이 높은 2029년 이후 납품 건에 대해서도 선별 수주 논의가 진행 중인 것으로 파악된다.

생산 능력 확대도 실적 전망을 밝게 한다. 미국 멤피스 공장은 올해 말 1차 증설을 마무리해 연간 생산 능력을 기존 2.5억 달러에서 4억 달러 규모로 늘린다. 이어 2차 투자가 완료되는 2028년에는 7억 달러 수준까지 몸집을 불릴 계획이다. 미래 먹거리인 HVDC 분야에서도 창원에 3300억원을 투입해 전용 공장을 건설하며 시장 변화에 대응하고 있다.

김태현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신규 수주가 전년 대비 두 배 가까이 폭증하며 연간 목표치를 상회한 것으로 보인다"며 "미국 시장 내 관세 비용 고객사 부담 구조가 정착됐고, 대형 프로젝트의 턴키(Turn-key) 공급 논의가 확대되고 있어 향후 이익 전망도 긍정적"이라고 분석했다.

외형 성장 속 북미발 배전 물량 확보 주력

LS일렉트릭 청주스마트공장./사진=LS일렉트릭

LS일렉트릭의 2025년 연간 매출 전망치는 4조8575억원, 영업이익은 4000억원 대를 기록할 것으로 추정된다. 배전·중저압 기기 비중이 높은 LS일렉트릭은 고마진 제품인 초고압 변압기 비중이 경쟁사들보다 낮아 상대적으로 이익률은 낮은 편이다.

수익성 지표와 별개로 수주 잔고의 양적 성장은 가파르다. 지난해 말 기준 LS일렉트릭의 수주 잔고는 약 5조2000억원으로, 전년 대비 50% 이상 급증한 것으로 추산된다. 상대적으로 비중이 작았던 초고압 부문 수주를 공격적으로 늘리는 동시에, 북미 데이터센터발 배전 시스템 물량을 대거 확보한 결과다.

성장의 핵심 동력은 납기 경쟁력에 있다. 제작에 수년이 소요되는 초고압 시장과 달리 AI 데이터센터 등에 필수적인 배전 시스템은 빠른 공급 능력이 수주 여부를 결정한다. LS일렉트릭은 주요 품목의 리드타임(발주부터 납품까지의 시간)을 4~6개월 수준으로 단축하며 시장 점유율을 선점하는 전략을 택했다. 당장의 마진율보다 미래 시장 지배력 확보에 역량을 투입한 것이다.

다만, 단기적으로는 일회성 비용에 따른 실적 변동성이 예고돼 있다. 중국 자회사 사업 축소와 대손상각비 등 약 500억원 규모의 비용이 반영되면서 4분기 실적은 컨센서스를 하회할 가능성이 크다. 다만 시장에서는 일시적 요인을 제외한 기저 영업이익률이 10%를 상회하고 있으며 수익성 높은 북미향 매출 비중이 확대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생산 인프라 확충을 통한 체질 개선도 병행 중이다. 부산 공장의 초고압 변압기 생산 능력을 기존 대비 3배로 늘리는 증설 작업이 완료되면 성장세는 더 가팔라질 전망이다. 

정혜정 KB증권 연구원은 "다방면에서 견조한 수주를 확보한 상태로, 공장 증설 효과와 생산 효율화가 실적에 본격 반영되는 올해부터 외형 성장과 수익성 개선이 동시에 이뤄지는 구간에 진입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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