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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가격제 청구서' 내민 정유사…담합 수사에 손실보전 꼬이나

  • 2026.07.08(수) 14:44

정부, 이달 최고가격 정산위원회 본격 가동
'국제가격 vs 원가' 손실 인정 기준 놓고 이견
담합 기소·호실적 겹쳐 손실보전 셈법 복잡

/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정부가 석유제품 최고가격제로 발생한 정유사 손실 보전 절차에 착수했지만 검찰의 '정유 4사 담합 기소'라는 돌발 변수를 만나 난항이 예상된다. 업계는 국제 시세인 싱가포르 석유제품 가격(MOPS·몹스)을 반영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반면, 정부는 원가와 적정 이윤을 기준으로 보전액을 산정하겠다는 입장이다. 검찰 수사와 정유업계의 실적 개선까지 맞물리면서 손실보전 규모를 둘러싼 줄다리기가 본격화하는 양상이다.

계산법부터 '안갯속'

지난 3월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 전쟁으로 국제유가가 급등하자 정부는 보통휘발유·경유·실내등유 등에 최고가격제를 도입했다. 시장 가격을 일정 수준 이하로 묶는 대신 정유사가 입는 손실은 사후 정산 방식으로 보전하기 위해 약 4조2000억원 규모의 예비비도 확보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최근 손실보전 기준을 담은 고시를 확정, 이달부터 최고가격 정산위원회를 운영할 계획이다.

'손실 인정 범위를 어디까지 정하느냐'가 핵심 쟁점이다. 정유업계는 최고가격제가 없었다면 국내 판매 물량도 국제 시세인 몹스에 맞춰 판매하거나 수출할 수 있었던 만큼 몹스와 최고가격의 차이를 손실로 인정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실제 업계는 지난달 행정예고 의견 제출 과정에서도 적정 마진을 몹스와 큰 차이가 없는 수준으로 반영해 달라는 의견을 산업부에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산업부는 손실보전의 원칙은 '실제 발생한 원가'라는 입장이다. 고시에 따르면, 보전액은 원유 구매비와 운송비·보험료·인건비·국내 유통비 등을 포함한 '생산 원가'에 '적정 마진'을 더한 금액이 최고가격을 초과한 범위에서 산정된다. 국제가격은 참고자료일 뿐 손실 산정의 기준이 될 수 없다는 것이다.

문제는 세부 기준도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는 점이다. 이자비용·환율 변동 손실·재고평가손실 등을 원가에 포함할지, 원유 정제 과정에서 발생하는 휘발유·경유·등유·나프타 등 공통 원가를 어떻게 배분할지도 미정이다. 

'적정 마진' 역시 정산위원회가 결정한다. 정유사별로 도입 원유·설비 효율·에너지 사용량 등 원가 구조에 차이가 있는 만큼 원가 범위와 적정 마진을 어떻게 정하느냐가 손실보전 규모를 좌우할 전망이다. 

정유사 덮친 이중 변수

협상이 시작되기도 전 검찰 수사가 변수로 떠오른 점도 정부와 업계 모두에게 부담이다. 서울중앙지검은 최근 HD현대오일뱅크와 SK에너지 등이 중동 전쟁 직후 가격 인상 시기와 폭을 협의한 혐의로 정유 4사를 재판에 넘겼다. 

검찰은 "제조원가 기준 최고가격제 시행 기간에도 정유사들이 이익을 냈다는 자료를 확보했다"며 "산업부에 관련 자료를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손실보전의 전제가 되는 '손실' 자체를 다시 따져봐야 한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업계선 "검찰이 확보한 자료가 최고가격제 시행 초기인 3월에 집중돼 있어 손실이 본격화된 이후 상황은 충분히 반영하지 못했다"는 반박도 나온다. 당시에는 상대적으로 저렴한 원유 재고를 사용했지만, 이후 중동산 원유 수급 차질로 고가의 대체 원유를 들여오면서 원가 부담이 급격히 커졌다는 설명이다. 

때문에 제조원가만 따지는 것은 정부 가격 통제로 포기한 판매 기회를 무시한 계산이라며 국제 시세에 판매하지 못해 발생한 기회비용까지 손실로 인정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정부 입장도 난처해졌다. 보전 규모를 크게 인정했다가는 검찰 수사와 맞물려 감사 및 책임 논란에 휩싸일 수 있다. 반대로 손실을 과도하게 깎으면 가격 통제와 맞바꾼 손실보전 약속을 스스로 뒤집었다는 비판과 함께 정유사들의 법적 대응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여기에 정유 4사의 2분기 실적 발표도 변수다. 시장은 정유 4사가 확대된 정제마진에 힘입어 해당 기간 수조원대 영업이익을 거둘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정부 재정 부담에 실적 개선까지 맞물린 만큼 국제가격과 국내 판매가격의 차이를 모두 손실로 인정하기 쉽지 않을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이에 대해 업계 관계자는 "담합 혐의는 재판을 통해 가려질 문제이고 손실보전은 정부가 마련한 기준에 따라 판단해야 할 별개의 사안"이라며 "일부 기간의 실적을 이유로 손실보전 필요성을 축소하거나 부정해선 안 된다. 손실보전 규모는 정유사별 원가 자료와 객관적 검증을 바탕으로 정산위원회가 결정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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