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발 반도체 산업 호황에 데이터센터가 건설업계 새 먹거리로 급부상하고 있다. 정부도 국내 대기업과 함께 대규모 투자 계획을 밝히면서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건설사들은 일찌감치 새 성장동력으로 데이터센터를 점찍어 두고 포트폴리오 확대에 힘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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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실상은 녹록지 않다. 도심지의 경우 전자파 피해를 우려한 주민 반대에 부딪혀 사업이 지연되는 경우가 허다하다. 데이터센터에 대한 수요가 빠르게 늘어나는 만큼 적절한 대응을 위해선 시행·시공사 등 사업주체는 물론, 지자체도 부지 확보 및 주민 이견 조율 등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돈줄' 열렸다…중견사도 '고삐'
정부는 지난달 29일 발표한 '대한민국 대도약 3대 메가프로젝트 국민보고회'를 통해 2029년까지 AI 데이터센터에 550조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SK, GS, 네이버와 협력해 1단계로 8.4기가와트(GW) 규모 AI 데이터센터를 짓는다.
AI 데이터센터는 2030년까지 전 세계적으로 약 5조5000억달러(8400조원) 투자가 전망된다. 삼성전자, 현대차·기아, SK하이닉스 등과 같은 계열인 삼성물산 건설부문, 현대건설, SK에코플랜트 등 대형 건설사는 물론, 중견 건설사들도 적극적으로 참전하며 기회를 노리는 모양새다.
건설사 SGC이앤씨를 계열사로 둔 SGC에너지는 최근 'SGC AI 인프라'와 'SGC 데이터 파워' 등 2개 법인을 신설하고 전북 군산시 일대에 총 300메가와트(MW) 규모 데이터센터 사업을 추진하기로 했다. 해당 부지는 계열사 SGC그린파워가 보유하고 있던 곳으로 지난 4월 두 법인에 이관을 마쳤다.
SGC에너지 관계자는 "에너지 기업이라는 특성과 기존 그룹이 소유하고 있던 부지를 활용해 데이터센터를 신사업으로 적극 추진하고 있다"며 "AI 데이터센터를 통해 미래 성장 동력을 확보하고 AI 에너지 인프라 전문기업으로 도약하겠다는 의지"라고 설명했다.
DL그룹 건설 계열사 DL건설 또한 지난 5월 '부천 삼정 AI 허브센터 신축 공사'를 수주하는 등 데이터센터 관련 실적을 쌓고 있다. 이번 수주는 상암 데이터센터, 가산 AI 데이터센터, 부천 데이터센터에 이어 4번째다.
GS건설 계열사 자이씨앤에이(C&A) 또한 지난달 비전선포식을 갖고 데이터센터 등 산업시설 분야에 역량을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자이씨앤에이는 지난 2013년 LG CNS 부산 미음지구 데이터센터와 2016년 LG유플러스 평촌 IDC를 준공한 바 있다. 현재 경기 파주시와 세종시에 각각 LG유플러스, 네이버 데이터센터 공사를 수행 중이다.
지역에서 환영받지 못하기도
다만 데이터센터 사업이 마냥 장밋빛으로 물든 건 아니다. 지방에 비해 상대적으로 주거지가 인접한 수도권 도심지의 경우, 전자파 피해를 우려하는 주민 반대로 공사가 난항을 빚는 경우가 적지 않아서다.
실제 서울 금천구 독산동 724-4 일대에서 추진 중인 데이터센터 사업은 현재 인근 주민들의 반대로 추진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올해 초에는 민원으로 인해 공사가 한 달 반가량 중단됐다 재개되기도 했다.
금천구청은 해당 사업지에서 갈등이 지속되자 지난 3월 주민설명회를 열고 전자파·소음·열섬현상 시뮬레이션 결과 등을 공개했다. 자료에 따르면 자계 노출량 예측 시뮬레이션 결과 지상층의 경우 1% 미만으로 건물 내부 전자계가 데이터센터 외부 환경에 영향을 미칠 수준이 아닌 것으로 나타났다.
이후 금천구청은 당초 건축허가 사전예고제 대상이 아니었던 데이터센터를 '갈등유발 예상시설'로 포함시키고, 구 내에서 진행되는 데이터센터 사업지에 대한 사전 고지를 통해 주민 의견을 수렴하는 과정을 거치고 있다.
통상적으로 건축허가 신청 이후 심의에 드는 기간은 2개월가량이지만, 사전 고지 절차를 밟으면서 사업 지연이 불가피하다는 게 구청 측 설명이다.
금천구청 관계자는 "보통 행정 절차로 보면 건축허가 신청 후 특별히 문제가 없을 경우 2~3개월이면 처리가 되지만 사전 고지를 통해 관련 부서 협의가 들어가기 때문에 지연이 없다고 볼 수는 없다"고 말했다.
'중간 지점' 어디에
AI 활용 증가에 따른 데이터센터 수요가 급증하는 가운데 효과적인 시설 확충을 위해서는 인근 주민 반발 등 갈등을 최소화할 필요가 있다는 제언이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실제 데이터센터 투자가 활발한 미국에서도 주민 반대로 인해 계획대로 집행이 안 되는 경우가 잦다"며 "전자파 등 환경 영향을 비롯해 고용 효과도 크지 않다는 점에서 반발하는 주민들이 많다"고 바라봤다.
이어 "강제 수용이나 보상금 등 방안이 있지만 가장 중요한 건 적절한 협의점을 찾는 것"이라며 "주민들이 데이터센터 건립을 수용하는 대신 이를 보상할 수 있는 조건을 찾아낸다면 사업 속도를 더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현대건설의 경우 지난해 10월 준공한 '용인 죽전 퍼시픽써니 데이터센터' 공사 과정에서 인근 아파트 주민 민원으로 마찰을 빚은 바 있다. 당시 현대건설은 주민들과 협의를 통해 전력 케이블을 기존 계획보다 더 깊게 매설하고, 자폐 철판을 덮어 전자파 배출을 감량하기로 했다. 또 주민들에 측량 정보 등을 공유하면서 민원이 줄어들게 됐다.
사업주체뿐 아니라 지자체 차원에서도 주민과 협의 등에 적극적으로 나설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지자체에서 건축 인허가를 위한 조건으로 주민 합의 등을 받아오라는 경우가 종종 있다"고 했다.
그는 "이 경우 사업주체는 법적으로 (인허가에) 문제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지연으로 인한 금융비용을 고스란히 떠안게 된다"며 "유해성 등에 문제가 없다고 판단될 경우 지자체 차원에서 적극적으로 주민들을 설득하는 등 사업 촉진을 위한 움직임이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