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그룹과 SK하이닉스가 3755조원에 이르는 천문학적 투자에 나서면서 투자재원을 어떻게 조달할지 관심이 모인다. 이재명 대통령이 이번 투자를 결정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최태원 SK그룹 회장을 "국민 영웅"이라고 부를 만큼 투자 규모는 상상을 초월한다. 삼성과 SK하이닉스 측은 이번 투자가 장기간에 걸쳐 단계적으로 투자되는 만큼 분산 투자가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기한 없는 중장기 투자
지난 29일 청와대에서 주재한 '대한민국 대도약 3대 메가 프로젝트 국민보고회'에서 삼성그룹과 SK하이닉스는 각각 2655조원, 1100조원을 투자한다고 밝혔다. 삼성그룹 투자 규모만으로 지난해 한국의 명목 국내총생산(GDP) 2663조원과 맞먹는 수준이다.
윤석열 정부 때 투자 규모와 비교해도 역대급이다. 2022년 삼성그룹은 역동적 혁신성장을 위해 450조원을, SK그룹은 핵심성장동력에 247조원을 각각 투자한다고 발표했다. 이번 투자와 비교하면 삼성은 6배, SK는 4배 각각 규모를 키웠다. 이 대통령은 이 회장과 최 회장을 향해 "국가 영웅, 또는 국민 영웅이라고 불러드리고 싶다"고 치켜세웠다.
이번 투자 규모가 천문학적인 만큼 단기간에 재원을 마련할 수 있는 수준은 넘어섰다. 지난 3월 말 삼성전자가 보유한 현금및현금성자산과 단기금융상품은 각각 73조원, 74조원 수준이다. SK하이닉스의 현금및현금성자산·단기금융상품·단기투자자산은 총 54조원이다. 반도체 호황으로 두 회사 모두 역대급 이익을 내고 있지만 4000조원에 가까운 투자재원을 마련하기는 쉽지 않은 셈이다.
삼성과 SK하이닉스는 장기간에 걸쳐 투자재원을 확보할 계획이다. 이번에 양사는 투자규모는 공개했지만, 투자 기간은 밝히지 않았다. 2022년 투자 발표때 삼성과 SK가 투자 기간을 '5년'으로 명시한 것과 대조적이다. 이번은 중장기에 걸친 천문학적 투자인 셈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투자는 시황에 따라 유동적이라 투자 시기를 언급하지 않았다"며 "장기간에 걸친 투자"라고 설명했다.
SK하이닉스 측은 영업이익에서 창출되는 현금흐름을 바탕으로 투자재원을 조달하되 글로벌 파트너를 통한 자금 조달 가능성도 열어두고 있다. 회사 측은 "이번 투자는 한 번에 집행되는 것이 아니라 수요 가시성에 맞춰 장기간에 걸쳐 단계적으로 이뤄진다"며 "재원 역시 한꺼번에 마련하는 것이 아니라, 집행 시점에 맞춰 단계적으로 조달해 나간다"고 전했다.
기존 계획 뺀 신규 투자는 1000조
투자재원 상당 부분은 이미 자금 조달 계획이 마련돼 있을 가능성이 높다. 이번 3655조원 투자 중 상당 부분이 기존에 계획해 이미 추진되고 있는 투자이기 때문이다.
일례로 삼성전자가 이번에 밝힌 투자 규모 2655조원 중 76%(2030조원)는 평택·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에 투입된다. 삼성전자는 2015년 평택 1라인 투자를 시작으로 5라인까지 투자를 이어오고 있고, 지난 2023년엔 용인 팹에 향후 20년간 300조원을 투자한다고 밝혔다. 이번에 밝힌 평택·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2030조원 투자는 기존 계획에 건설비와 기자재 비용 상승분을 반영한 것으로 분석된다.
SK하이닉스 투자 1100조원 중 700조원도 기존 투자 계획의 일환이다. 이번에 완공 시기를 2045년에서 2033년으로 앞당긴 용인 클러스터 600조원, 청주 신규 팹 100조원 등은 이미 기존에 투자가 결정돼 추진되고 있다.
기존 투자 계획을 제외한 신규 투자는 삼성전자 625조원, SK하이닉스 400조원 등 총 1025조원 가량이다. 이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광주 등 서남권 반도체 팹 투자 800조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각각 400조원을 투자할 계획으로, 이번 '메가 프로젝트'의 핵심 신규 투자인 것이다. 신규투자만 보면 투자 규모가 과거 수준을 크게 넘어서지 않는 셈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