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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수들 줄세운 젠슨 황…한국 산업계 새판 짰다

  • 2026.06.08(월) 22:16

삼성·SK는 반도체, 현대차·LG는 로봇…역할 분담 본격화
"지금이 바로 한국의 시간"…AI 황제가 남긴 메시지
'먹방 외교' 뒤 숨은 엔비디아의 AI 생태계 전략

젠슨황 방한 동선 / 그래픽=비즈워치
젠슨황 방한 동선 / 그래픽=비즈워치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4박 5일간의 방한 일정을 사실상 마무리했다. 주요 그룹 총수들과 연쇄 회동을 이어가는 강행군 속에서 한국 재계와 정부·학계·스타트업을 하나로 묶는 거대한 'AI 동맹'의 밑그림을 그렸다. 반도체 공급망 점검을 넘어 AI 데이터센터·로보틱스·자율주행·클라우드까지 협력 범위를 넓히며 한국을 아시아 AI 허브의 핵심 축으로 끌어안는 모습이다. 

AI 허브 향한 한국판 새 지도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와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8일 오전 서울 종로구 SK 서린빌딩에서 엔비디아-SK 협력 관련 언론브리핑을 갖고 있다./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8일 서울 영등포구 LG그룹 사옥을 방문해 구광모 LG회장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8일 황 CEO는 최태원 SK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이해진 네이버 이사회 의장을 잇달아 만났다. 저녁에는 서울 신라호텔에서 전영현 삼성전자 DS부문장(부회장)과 회동하며 마지막 공식 일정을 소화했다. 방한 기간 최 회장과는 세 차례, 구 회장·정 회장·이 의장과는 각각 두 차례 만나며 협력 방안을 집중 논의했다.

이날 가장 먼저 찾은 곳은 서울 종로구 SK서린빌딩이었다. 황 CEO와 최 회장은 HBM 공급 관계를 넘어 AI 인프라 분야 협력 확대에 뜻을 모았다. SK하이닉스는 엔비디아와 차세대 AI 슈퍼컴퓨터 및 로봇 플랫폼용 메모리를 공동 개발하고 반도체 설계와 제조 혁신 분야에서도 협력을 강화키로 했다. SK텔레콤은 AI 데이터센터 사업을 확대하며 그룹 차원의 AI 전략에 힘을 싣는다. 

여의도 LG트윈타워에서는 피지컬 AI가 핵심 의제로 떠올랐다. LG전자는 휴머노이드와 물류 로봇 개발에 엔비디아 플랫폼을 활용하고 LG CNS와 LG유플러스는 AI 데이터센터 구축 분야에서 협력을 검토하고 있다. AI 시대의 병목으로 꼽히는 냉각과 전력 인프라 역시 주요 협력 분야로 거론됐다.

정의선 회장과의 만남에서는 자율주행과 로봇이 화두였다. 현대차그룹의 제조 역량과 엔비디아의 AI 기술을 결합해 차세대 모빌리티와 스마트 제조 분야 협력을 확대한다는 구상이다.

성남 네이버 1784에서는 AI 클라우드 사업이 논의됐다. 황 CEO는 "한국과 전 세계에 거대한 AI 클라우드를 구축할 것"이라며 AI 인프라 확대 의지를 밝혔다. 네이버 역시 초거대 AI와 데이터센터 역량을 바탕으로 협력 접점을 넓히고 있다.

삼성전자와의 회동도 관심을 모았다. 전 부회장은 회동 직후 "지금까지 중 가장 좋은 이야기를 나눴다"며 "HBM4E와 HBM5, 차세대 파운드리 협력 등을 폭넓게 논의했다"고 밝혔다. 업계에서는 삼성전자가 HBM4 공급에 이어 차세대 제품과 AI 반도체 생산 분야까지 협력 범위를 넓힐 수 있을지 주목하고 있다.

한국에 베팅한 이유

배경훈 부총리 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이 8일 서울 중구 신라호텔에서 열린 '코리아 AI 에코시스템 리셉션' 참석 후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사진=공동취재단
젠슨 황 엔비디아 CEO가 8일 서울 신라호텔에서 취재진과 대화하고 있다./사진=공동취재단

황 CEO의 행보는 대기업에만 머물지 않았다. 서울대를 찾아 학생들과 만났고 AI·로봇 스타트업들과 별도 간담회를 진행했다. 저녁에는 신라호텔에서 '코리아 AI 에코시스템 리셉션'을 열고 반도체·데이터센터·로보틱스·소프트웨어 기업들을 한자리에 모았다.

정부도 보조를 맞췄다. 배경훈 부총리 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은 황 CEO와 만나 GPU 26만장 도입과 차세대 AI 팩토리 구축, 엔비디아 연구개발(R&D)센터 설립 방안 등을 논의했다.

황 CEO는 이날 리셉션 연설에서 "엔비디아 33년 역사의 대부분을 한국과 함께했다"며 "한국은 중공업과 전자, 소프트웨어에 이어 이제 AI에서도 세계 최고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이런 나라는 세상 어디에도 없다"며 "지금이 바로 한국의 시간"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방한은 HBM 공급망 점검 이상의 의미로 평가된다. 엔비디아는 한국을 반도체 공급망을 넘어 AI 인프라·로봇·모빌리티·클라우드를 아우르는 전략 거점으로 묶어냈다. 

삼성과 SK는 AI 반도체를, LG와 현대차는 피지컬 AI를, 네이버는 AI 서비스와 클라우드를 각각 담당하는 그림이 그려지고 있다. '메모리 강국'이던 한국이 엔비디아 AI 생태계의 핵심 파트너로 역할을 넓히고 있는 셈이다.

아울러 황 CEO는 이번 방한 기간 삼겹살·소주·치맥·평양냉면·삼계탕 등을 즐기며 시민들과 스스럼없이 소통하는 모습으로도 화제를 모았다. 소탈한 행보에 방문하는 곳마다 수백 명의 인파가 몰렸고 엔비디아와 AI 산업에 대한 관심도 자연스럽게 확산됐다.

업계는 이를 단순 '먹방'이 아닌 한국 사회와의 접점을 넓히기 위한 일종의 소프트 파워 전략으로 해석한다. 친근한 이미지로 대중의 관심을 끄는 한편 한국 기업과 정부·학계·스타트업을 아우르는 AI 생태계를 엔비디아 중심 네트워크로 연결하려는 구상도 동시에 추진됐다는 분석이다.

재계 관계자는 "이제 경쟁은 '누가 HBM을 공급하느냐'가 아니라 '누가 엔비디아 AI 생태계에서 더 큰 역할을 맡느냐'로 옮겨가고 있다"며 "이번 방한은 관계를 다지는 차원을 넘어 각 기업이 맡을 역할과 사업 방향을 구체화한 자리였고 엔비디아가 한국을 아시아 AI 전략의 핵심 거점으로 보고 있다는 점을 보여준 일정"이라고 말했다.

한편, 4박 5일 동안 숨 가쁜 일정을 소화한 황 CEO는 오는 9일 오전 10시께 전세기 편으로 한국을 떠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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