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그룹과 엔비디아가 가전, 로봇, 전장을 아우르는 차세대 산업 생태계 전반에서 전방위적 협력에 나선다. 양사는 각자가 보유한 제조 인프라 역량과 첨단 컴퓨팅 플랫폼을 결합해 물리적 인공지능(AI) 시장을 공동 개척하는 선제적 기술 연합을 결성하기로 합의했다.
"LG 가자!"
8일 구광모 LG그룹 회장과 젠슨 황 엔비디아 창업자 겸 최고경영자(CEO)는 이날 오전 서울 여의도 LG트윈타워에서 최고경영진 회의(TMM)를 개최하고 전 계열사가 참여하는 미래 사업 방향을 확정했다. 이번 공식 회동은 구 대표가 지난 5일 주요 기업 총수들과 함께한 비공식 만찬에 이어 진행된 일정이다.
현장에서 황 CEO는 기자들과 만나 "LG와의 파트너십은 스펙터클한 수준으로 성장하고 있다"며 "로보틱스 시스템부터 오늘날과 미래의 AI 팩토리에 이르기까지 우리는 하나의 거대한 팀처럼 함께 일하고 있다"고 협력의 깊이를 전했다.
이어 "LG는 매우 다양한 산업 분야에 걸쳐 사업을 하고 있으며 미래에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될 수많은 핵심 기술들을 보유한 세계 최고 수준의 기업"이라며 "가까운 미래에 여러분과 공유할 수 있는 발표들도 많이 준비돼 있다"라고 말했다.
최근 불거진 글로벌 주식시장 변동성과 인공지능 시장의 거품 우려에 대한 황 CEO의 직접적인 진단도 나왔다. 황 CEO는 AI에 대한 기대가 지나치게 높아지고 있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단호하게 부인하며 "지난 몇 달 동안 AI는 실제로 유용하고 수익을 창출하는 기술이 됐기 때문에 모든 기업이 인프라를 빠른 속도로 구축하고 있다"며 "이것이 수요가 폭발하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주식시장 투자자들을 향해서는 "지금은 새로운 산업의 시작 단계이며 어떠한 변동성이라도 매수 기회라고 생각한다"며 "투자자라면 다음 주를 보지 말고 10년 뒤 AI가 있을 위치를 상상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특히 "현재 한국의 AI 인프라 규모는 아직 매우 작기 때문에 이 산업의 미래 규모는 지금보다 훨씬 커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구광모 회장 역시 회동 직후 향후 미국에서의 후속 논의 계획을 시사하며 강한 기대감을 드러냈다. 구 회장은 "엔비디아가 그리는 AI 생태계의 청사진은 고객의 일상과 글로벌 산업 현장에 가치 있는 변화를 만들고자 하는 LG의 미래 모습과 일치한다"며 "오늘 시간이 부족해 세부적인 이야기까지 다 하지는 못했지만 다음에 캘리포니아에 초대해주기로 한 만큼 현지에 가서 앞으로도 많은 협력에 대해 논의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또 공식 행사가 마무리된 뒤 퇴장하는 과정에서 황 CEO는 현장 관계자들을 향해 "LG 가자(Go LG)!"라고 외쳐 분위기를 고조시키기도 했다.
'원LG' 총동원…제조·인프라·전장 전방위 시동
양사의 실질적인 사업 협력은 계열사들이 역량을 모아 강한 실행력을 발휘하는 '원LG' 체제로 전개된다.
가장 먼저 제조와 로봇을 결합한 피지컬 AI 분야에서 공동 전선을 형성한다. 피지컬 AI란 가상 세계를 넘어 현실 공간에서 스스로 움직이고 작동하는 물리적 기술을 뜻한다.
LG는 엔비디아의 '아이작 그루트(Isaac GR00T)' 생태계를 기반으로 레퍼런스 로봇 개발을 본격화한다. 아이작 그루트는 범용 휴머노이드(인간형 로봇)의 두뇌 역할을 하는 추론 모델이다. LG전자는 가상 시뮬레이션을 통해 로봇이 스스로 움직이고 작업하는 지능을 학습하는 플랫폼인 아이작과 현실 세계의 물리 법칙이 구현된 가상 공간에서 로봇이 외부 환경과 상호작용하는 결과를 예측·학습하는 월드모델 플랫폼인 '코스모스'를 도입해 개발 효율성을 높인다는 구상이다.
부품·물류 소프트웨어 계열사도 협력 구조에 포함된다. LG이노텍은 로봇의 눈 역할을 담당하는 고성능 센싱 모듈과 광학 부품을 엔비디아 AI 칩 아키텍처(설계 구조)에 최적화해 개발한다.
LG CNS는 자사의 산업 현장용 로봇 플랫폼인 '피지컬웍스'에 엔비디아의 기술을 접목해 제조 현장의 AI 전환을 가속화하기로 했다.
나아가 양사는 LG의 생산 데이터 노하우와 엔비디아의 디지털 트윈(가상 공간에 현실 사물을 똑같이 구현하는 기술)을 결합해 원재료 조달부터 물류까지 실시간 연결되는 자율 제조 생태계를 구축하고 이를 글로벌 스마트팩토리의 새로운 표준으로 정립할 계획이다.
급증하는 데이터센터 인프라 수요에 대응하기 위한 전력 및 냉각 솔루션 공조도 구체화됐다. 황 CEO는 이날 현장에서 "미래의 거대한 기가와트급 데이터센터를 구축하려면 냉각, 전력 공급, 전체 설계와 건설에 극도로 발전된 기술이 필요하다"며 LG는 이 분야에서 뛰어난 역량을 가졌다"고 평가했다.
이에 따라 LG전자는 열관리를 위한 냉각수 분배장치(CDU)와 콜드플레이트 등 액체 냉각 솔루션의 인증 협업을 전개한다. 이와 함께 AI 팩토리의 설계부터 실제 운영까지 전 과정을 통합 관리하는 플랫폼인 엔비디아 'DSX' 레퍼런스 디자인에 맞춰 프리패브(Prefab) 모듈형 설계 기술 협력을 추진한다. 프리패브란 서버와 냉각 시스템 등을 미리 모듈 형태로 제작해 현장에서 신속하게 조립하는 방식을 말한다.
LG유플러스와 LG CNS는 이 아키텍처를 적용해 차세대 AI 팩토리를 구축할 계획이며 LG에너지솔루션은 엔비디아의 배터리 에너지 저장 시스템(BESS) 검증 가이드라인에 맞춰 800V 직류 기반 데이터센터 전력 솔루션 협의를 진행 중이다.
안전하고 지능적인 자율주행과 소프트웨어 중심 차량(SDV) 구현을 위한 모빌리티 협력과 국내 AI 기술 역량 강화를 위한 조치도 병행된다.
LG전자는 자체 차량 내 정보·오락 시스템인 인포테인먼트(IVI) 역량에 차량 센서 데이터 처리부터 실제 주행 제어까지 전 과정을 처리하는 통합형 자율주행 플랫폼인 엔비디아 '드라이브 하이페리온'을 접목한다.
LG AI연구원은 초거대 인공지능 모델인 '엑사원' 성능 고도화 과정에 엔비디아의 최신 그래픽처리장치(GPU)인 블랙웰과 AI 개발 플랫폼(NeMo Framework) 등을 전면 도입하며 가중치와 학습 데이터를 공개하는 엔비디아의 개방형 AI 모델인 '네모트론' 데이터셋도 활용해 데이터 학습 품질을 높일 방침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