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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케미칼, 쓰고 또 쓰는 '진짜 재생 플라스틱'

  • 2026.05.24(일) 15:00

[테크따라잡기]
유럽서 플라스틱 7종 공정 적합성 확인
설비 고장 막는 분자 제어 기술 입증

그래픽=비즈워치

친환경 플라스틱을 바라보는 기준이 바뀌고 있습니다. 그동안은 버려진 플라스틱을 얼마나 다시 섞었는지가 중요했는데요. 재생 원료를 썼다는 사실 자체만으로도 친환경 요건을 충족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유럽 등 선진 시장에서는 한 단계 더 나아간 질문을 던지기 시작했습니다. 이렇게 만든 제품을 다 쓰고 버리면 그때도 다시 녹여 쓸 수 있느냐는 의문입니다. 아무리 재생 원료로 정성껏 만든 통이라도 다 쓴 뒤에 또다시 재활용할 수 없다면 결국 쓰레기통으로 갈 수밖에 없습니다. 한 번 쓰고 끝나는 구조라면 반쪽짜리 친환경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SK케미칼이 유럽 화학 시장에서 자사 플라스틱 소재 7종의 재활용 적합성을 검증받은 배경도 여기에 있습니다. 원료에서 제품으로, 다시 제품에서 원료로 이어지는 완벽한 순환 기술의 실체를 살펴봤습니다.

"분류 작업 필요 없다"

사진=아이클릭아트

버려진 플라스틱을 모아 새 원료로 만드는 공정은 생각보다 까다롭습니다. 기존 페트(PET)병 재활용 라인에 성질이 조금이라도 다른 플라스틱이 섞이면 곧바로 탈이 납니다. 소재마다 녹는 온도가 달라 설비 과부하로 공정이 멈추거나 기껏 뽑아낸 재생 원료의 품질이 떨어져 저급 플라스틱으로 전락하기 일쑤입니다.

SK케미칼은 코폴리에스터인 '에코트리아 클라로'와 페트 소재인 '스카이펫' 제품군으로 이 문제를 풀었습니다. 유럽 플라스틱 순환경제 협의체(RecyClass·리사이클래스)로부터 기존 페트병 재활용 설비에 그대로 넣어도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기술 승인을 받은 것인데요. 소재를 설계할 때부터 분자 구조를 정밀하게 제어해 재활용 공정의 고온·고압 환경에서 일반 페트병과 똑같이 녹아 섞이도록 만들었습니다.

이번에 검증을 통과한 소재는 총 7종입니다. 화장품 용기 등에 쓰이는 코폴리에스터 5종은 최고 등급인 '완전 호환' 등급을 획득했습니다. 수거된 폐플라스틱을 찌고 녹이는 과정에서 일반 페트병과 따로 골라내지 않고 한데 섞어 처리를 해도 고품질 재생 원료를 뽑아낼 수 있다는 뜻입니다.

범용 플라스틱인 스카이펫 2종도 특정 조건에서 재활용이 가능한 '조건부 호환' 등급을 받았는데요. 지난해 완성품 용기로 최고 등급을 받은 데 이어 이번에는 제품의 뼈대가 되는 원료 자체의 재활용성까지 인정받았습니다.

높아지는 유럽 빗장, '인증 원료'로 뚫는다

SK케미칼 에코트리아 클라로 300으로 만든 화장품용기와 대용량 용기./사진=SK케미칼

SK케미칼이 재활용 적합성 검증에 공을 들이는 이유는 갈수록 높아지는 유럽의 규제 장벽 때문입니다. 유럽 시장은 친환경 마크를 다는 수준을 넘어 실제 재활용 공정과 호환되지 않는 소재의 진입을 막고 있습니다. 글로벌 B2B 고객사들 역시 완제품의 재활용 등급을 높이기 위해 원료 단계부터 검증된 소재를 찾습니다.

SK케미칼은 이번 승인을 발판 삼아 친환경 용기 전환 압박이 거센 글로벌 화장품과 식품 패키징 시장을 적극 공략할 계획입니다. 원료 공급부터 사후 대책까지 묶어서 요구하는 글로벌 기업들의 눈높이에 맞추겠다는 구상입니다.

안재현 SK케미칼 사장은 "이번 검증은 완결적 순환구조의 한 축인 원료로서의 순환 가능성을 공인받은 것"이라며 "원료부터 제품화까지 전 과정의 경쟁력을 확보해 유럽 고객과의 협업을 확대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그동안 가공이 얼마나 편한지 외관이 얼마나 투명한지에만 집중했던 플라스틱 기술이 이제는 버려진 이후의 수명까지 설계하는 단계로 진화하고 있습니다. 무한히 녹아 다시 태어나는 플라스틱이 진정한 순환 경제의 마침표를 찍을 수 있을지 주목됩니다.

[테크따라잡기]는 한 주간 산업계 뉴스 속에 숨어 있는 기술을 쉽게 풀어드리는 비즈워치 산업부의 주말 뉴스 코너입니다. 빠르게 변하는 기술, 빠르게 잡아 드리겠습니다. [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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