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해군이 국내 조선사들의 '중형급 급유함' 건조 역량 확인에 나서면서 국내 조선업계의 미 해군 함정 신조시장 진입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특히 급유함 등 군수지원함 및 보조함은 구축함과 같은 전투함보다 기술보안과 정치적 부담이 상대적으로 작아 미국이 동맹국 조선소 활용을 허용할 경우 우선적으로 시장이 열릴 수 있는 선종으로 꼽힌다. 국내 조선사들의 미 해군 시장 진입의 포문을 열 수 있을 거라는 기대다.
16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미국 국방부와 해군은 국내 조선사들에게 구축함과 중형급 해군 급유함 관련 RFI(정보요청서)를 발송한 것으로 확인됐다.
RFI는 발주에 앞서 가격과 납기, 생산능력 등 시장 정보를 파악하는 절차로 실제 입찰이나 사업자 선정으로 곧바로 이어지진 않는다. 하지만 국내 조선사의 함정 건조 역량을 미국 정부가 공식적으로 확인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는 게 업계 판단이다.

전투함보다는 '급유함' 주목
조선업계에서는 이번에 미국이 RFI를 발송한 구축함과 급유함 중 급유함이 실질적으로 미 해군 시장 진입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미국 연방법에서는 원칙적으로 미군이 운용할 함정과 선체·상부구조의 주요 구성품을 해외 조선소에서 건조하지 못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국가안보상 필요성이 인정될 경우 대통령이 예외를 허용할 수 있지만 의회에 사전 통보해야 한다.
다만 급유함은 군함으로 분류되지만 구축함이나 호위함 등 전투함과는 성격이 다르다. 레이더와 미사일, 전투지휘체계 등 고도의 무장체계보다 연료 저장탱크와 배관·펌프, 해상급유 설비, 항공유 및 물자 수송능력이 함정의 핵심을 이룬다. 대부분 군인이 아닌 군수해상수송사령부 소속 민간 선원들로 운항되기도 한다.
미국 군함은 현행법상 종류 불문 해외 건조가 제한돼 있지만 관련 규제에 예외가 마련될 경우 전투함보다 급유함이 우선 적용 대상이 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특히 국내 조선사들이 그간 쌓아온 급유함 포트폴리오가 미군에게도 매력적이라는 평가도 있다.
한화오션은 대우조선해양시절 영국 해군에 타이드급 급유함 4척을 직접 건조한 바 있고 HD현대중공업도 해군에 군수지원함을 수출한 실적이 있다. 삼성중공업은 급유함과 결이 같은 유조선이나 셔틀탱커 등의 건조 역량을 갖췄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RFI가 아직 발주를 전제로 한 단계는 아니지만 미 해군이 한국 조선사들의 생산능력과 납기 경쟁력을 구체적으로 들여다보기 시작했다는 의미가 있다"며 "전투함보다 군수지원함에서 한미 조선 협력의 첫 성과가 나올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가능성 높은 사업은
조선업계에서는 미 해군의 경량급유함(T-AOL) 사업이나 현재 도입중인 존 루이스급 급유함 도입 사업에 기회가 열릴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현재 미 해군이 추진하는 경량급유함(T-AOL) 사업은 기존 운영 중인 대형 급유함보다 상대적으로 작고 저렴한 급유함을 도입하는 사업으로 총 13척 도입 방안이 추진 중이다. 2031년까지 1척을 우선 도입할 예정으로 이를 위해 편성된 예산 규모는 6억23000만달러(8722억원)가량이다.
아울러 기존 대형 군수지원함보다 상용 선박 기술을 폭넓게 적용하는 방향으로 사업이 추진되고 있어 국내 조선사들의 참여 가능성도 상대적으로 크다는 평가다. 특히 다수 함정의 반복 건조 사업이라는 점에서 국내 조선사에는 안정적인 일감이 될 수 있다.
여러 차례 계획이 변경된데다가 당장 수년 내 여러 척을 발주해야 하는 상황이 아니라는 점은 고려할 부문이지만 초기 사업 물량을 확보하는 것 자체로도 의미가 크다는 평가다.
대형 급유함인 존 루이스급으로도 확장될 가능성이 열려 있다는 분석도 있다. 존 루이스급 급유함은 길이 227m, 만재배수량 약 5만톤에 달하는 대형 군수지원함이다. 최근 발주 가격은 한 척당 약 8억5000만달러로, 원화로는 1조2000억원에 육박한다.
미 해군은 총 20척을 도입할 계획이며 최근까지는 미국 제너럴다이내믹스 산하 나스코(NASSCO)가 이 가운데 17척의 건조계약을 확보했다. 계획 물량과 계약 물량만 놓고 보면 아직 발주처가 정해지지 않은 함정 3척이 국내 조선사에게 기회가 돌아갈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앞선 관계자는 "미국 정부가 자국 조선소의 생산능력 부족을 보완하기 위해 동맹국 조선소를 활용하기로 할 경우 국내 조선사가 남은 물량 후보로 거론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