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HD한국조선해양이 대규모 교환사채(EB) 발행에 나선 가운데, 이를 계기로 밸류에이션 재평가 가능성이 커졌다는 증권가 분석이 나왔다. 대규모 투자 재원 확보가 '지주사 디스카운트'라는 묵은 과제를 해결할 열쇠로 지목되면서, 향후 주가 향방에 대한 기대감도 커지는 모습이다.
HD한국조선해양은 지난달 31일 2조3723억원 규모의 교환사채권 발행을 결정했다고 공시했다. 교환대상은 HD현대중공업 보통주 4.3%이며 교환가액은 52만3125원으로 오는 6월 14일부터 교환청구가 가능하다.
이번 EB 발행은 지난 1월 경영진 간담회에서 언급됐던 'HD현대중공업 지분 매각' 논의가 구체화된 결과로 볼 수 있다. 당시 시장에서는 HD현대중공업의 낮은 유통주식 수가 기업가치 제고의 걸림돌로 지목됐고, HD한국조선해양이 보유 지분 활용 방안을 검토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직접 매각(블록딜)이 아닌 EB 발행을 택한 것은 시장 충격을 최소화하려는 판단으로 보인다. 일시에 대규모 물량을 처분하기보다, 향후 교환권 행사를 통해 유통 물량을 점진적으로 늘리는 방식을 선택했다는 분석이다.
김용민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지분 매각 계획은 없다고 발표했지만, EB를 발행하며 사실상 시장 충격을 최소화하는 방식으로 HD현대중공업 지분 유동화를 진행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주가 측면에서는 지주사와 사업회사에 미치는 영향이 엇갈릴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HD한국조선해양은 저평가 요인으로 꼽혀온 자회사 지분을 현금화하면서 밸류에이션 재평가의 발판을 마련할 수 있다. 이번 발행으로 확보된 자금을 반영하면 별도 기준 순현금은 5조원에 육박할 것으로 전망된다.
반면 기초자산인 HD현대중공업은 단기적 수급 부담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제기된다. EB 투자자들이 리스크 관리를 위해 HD현대중공업 주식을 공매도하는 '헤지 트레이딩'에 나설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김 연구원은 "지주사 주가는 자산 유동화에 따라 긍정적 영향을 받을 수 있지만, 사업회사는 EB 매수자들의 공매도 헤지 트레이딩으로 부정적 영향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시장의 관심은 확보한 자금의 향방에 쏠린다. HD한국조선해양과 HD현대중공업 모두 이미 현금 여력이 충분한 상황인 만큼, 이번 조달은 단순 유동성 확보보다 선제적 대규모 투자 준비 성격이 짙다는 분석에 무게가 실린다.
특히 미국 정부가 한국 조선업계와의 협력을 희망하고 있는 만큼, 미국 내 해양 방산 거점 확보나 차세대 친환경 기술 인수합병(M&A)이 유력한 투자처로 거론된다. 다만 아직 구체적인 투자 집행 계획이 확정되지 않은 점은 불확실성으로 남는다.
정동익 KB증권 연구원은 "이번 자금조달로 HD한국조선해양의 해외사업과 M&A 추진이 탄력을 받을 것"이라며 "이는 타 조선사들과의 밸류에이션 격차를 줄여줄 수 있을 계기가 될 수 있다"고 언급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