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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검토했다"만으론 부족…금감원, 합병·주식교환 공시 손본다

  • 2026.05.14(목) 16:53

금감원, 기업 조직개편 공시서식에 '특별위원회' 내용 충실 기재 추진
법무부 가이드라인 공시 체계로 보강…사전 주주 소통 내용도 반영

/사진=AI 생성 이미지

금융감독원이 합병·주식교환 등 상장사의 핵심 공시서식을 손보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이사충실의무를 담은 개정 상법 시행 이후에도 형식적인 내용 기재에 머물고 있다는 문제 의식에서 출발하는 사안이다.

주주간 이해관계가 엇갈릴 수 있는 의사결정 과정에서 어떤 내용을 논의했는지, 주주와 어느 단계에서 어떻게 소통했는지까지 공시에 담는 방안이 다뤄질 것으로 보인다. 이사충실의무가 제대로 구현되는지 절차적 정당성·거래 조건의 공정성 등을 투자자가 직접 확인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취지다.강제성 약한 가이드라인, 공시서식으로 보강

14일 비즈워치 취재 결과 금감원은 상장사의 주요 조직개편 관련 공시서식에 특별위원회 운영 내용과 주주 소통 절차를 반영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다. 특별위원회 설치와 주주 소통은 법무부가 올해 2월 발표한 '기업 조직개편시 이사의 행위규범 가이드라인'에서 제시한 공정성 강화 조치다.

지난해 7월 상법 개정으로 '이사의 주주 충실의무'가 도입되자 법무부는 이사가 주주에 대한 충실의무를 이행하기 위한 절차와 방법을 담은 가이드라인을 발표했다. 가이드라인은 합병·포괄적주식교환 등 지배주주와 일반주주의 이해가 엇갈릴 수 있는 거래에서 특별위원회 구성, 독립적 외부전문가 검토, 주주에 대한 정보 제공 등을 공정성 강화 조치로 제시했다.

다만 법무부 가이드라인은 법규범이 아니어서 그 자체로 강제성이 있는 것은 아니다. 기업이 가이드라인을 따르지 않았다고 곧바로 상법 위반으로 단정하기는 어렵다는 의미다. 다만 향후 주주가 소송을 제기했을 때 회사와 이사가 주주 충실의무를 다했는지 판단하는 기준으로 활용할 수 있다.

금감원이 공시서식 개정을 검토하는 것도 이러한 한계를 보완하기 위한 취지로 보인다. 가이드라인에 담긴 특별위원회 운영과 주주 소통 절차를 공시서식에 반영하면 기업은 관련 내용을 투자자에게 더 구체적으로 설명해야 한다. 법적 강제력이 약한 가이드라인의 내용을 공시 체계 안으로 끌어들여 보완하는 셈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이사의 주주 충실의무와 관련한 법무부 가이드라인은 강행 규정은 아니지만 이사들이 상법 위반 소지를 줄이기 위해 최소한 지켜야 할 절차를 제시한 것"이라며 "법무부 가이드라인이 나온 만큼 공시서식에도 특별위원회 운영 내용과 주주 소통 절차 등을 반영하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보고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11일 황선오 금감원 부원장도 "주주 충실의무, 고배당 기업 분리과세, 자사주 소각 등 굵직한 제도 개선이 이루어지면서 한국 시장에 대한 신뢰가 상당히 올라갔다"며 "개정 상법 및 자본시장 체질 개선을 위한 제도개선 사항들이 현장에서 실효성 있게 작동할 수 있도록 공시심사를 강화하고, 공시서식 개정 및 DART 등 공시 인프라 개선을 추진하겠다"고 언급했다.'회의했다' 보다 중요한 건 '논의한 내용'

법무부 가이드라인 중 금감원이 가장 주목하는 건 특별위원회다. 특별위원회는 합병·주식교환·자진 상장폐지처럼 지배주주와 일반주주의 이해가 엇갈릴 수 있는 거래에서 이사회 판단의 독립성을 보완하기 위한 장치다. 해당 거래와 이해관계가 없는 독립적인 사외이사 등 제3자가 참여해 거래 목적의 정당성, 거래 조건의 공정성, 거래 절차의 적정성을 검토한다.

특히 금감원은 특별위원회 설치 자체가 아니라 특별위원회 관련 기재가 얼마나 실질적인지를 중점적으로 담을 전망이다. 특별위원회를 설치해 논의했다라는 문구만으로는 주주 충실의무 이행 여부를 판단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누가 특별위원회에 참여했는지, 어떤 전문성을 갖췄는지, 회의에서 어떤 안건을 논의했는지, 그 논의가 이사회 의사결정에 어떻게 반영됐는지가 함께 드러나야 한다는 게 금감원의 판단이다.

주주 소통 관련 내용도 공시서식에 반영될 전망이다. 금감원은 증권신고서 효력이 발생한 뒤 주주와 소통하겠다는 방식은 실효성이 떨어진다고 보고 있다. 이미 거래 구조와 일정이 사실상 정해진 뒤 설명에 나서는 것은 주주 의견을 반영하는 절차로 보기 어렵기 때문이다. 합병이나 포괄적 주식교환이 왜 필요한지, 해당 방식이 일반주주 이익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해 회사가 사전에 의견을 들었는지도 공시에 담겨야 한다는 취지다.

금감원의 이 같은 시각은 실제 공시 현장에서 '정정요구' 형태로 이미 작동하고 있다.

금감원은 최근 이마트·신세계푸드의 포괄적 주식교환 증권신고서에 정정을 요구한 바 있다. 현재 이마트는 신세계푸드를 완전자회사로 편입하는 포괄적 주식교환을 추진중이다. 당초 제출한 신고서에는 특별위원회 설치 사실과 외부자문 내용 등이 담겼지만 금감원은 투자자 판단에 필요한 정보가 충분하지 않다고 봤다. 이후 회사 측은 정정신고서에 주식교환을 추진한 배경과 의사결정 과정, 특별위원회 논의 내용 등을 더 구체적으로 보강했다.

현금교부형 포괄적 주식교환을 추진하고 있는 에코마케팅도 특별위원회 관련 기재를 보강해 정정 공시를 냈다. 정정 후 주요사항보고서에는 기존 특별위원회 설치와 네 차례 회의 개최, 삼정회계법인 자문, 거래 목적의 정당성, 거래 조건의 공정성, 거래 절차의 적정성 검토 내용에 더해 특별위원회 위원별 전문 분야와 주요 경력, 외부전문가의 검토 자료까지 추가됐다.

동양생명보험과 포괄적 주식교환을 추진 중인 우리금융지주도 향후 증권신고서 단계에서 같은 기준이 적용될 수 있다. 지난달 29일 우리금융지주는 동양생명보험과의 포괄적 주식교환 주요사항보고서에서 절차적 투명성과 주주 간 이해상충 방지를 위해 독립된 사외이사 7명으로 특별위원회를 설치·운영했다고 밝혔다. 외부 법무법인과 회계법인 등 자문사의 조력을 받아 주식교환 절차와 조건을 검토했다는 설명도 담았다.

이 건은 향후 증권신고서 제출이 예정돼 있다. 증권신고서 단계에서 특별위원회가 실제 어떤 내용을 논의했는지, 외부자문 결과가 교환비율 검토에 어떻게 반영됐는지, 동양생명 주주 보호 방안이 무엇인지 등이 보다 구체적으로 담길지가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금감원 관계자는 "특별위원회를 설치했는지, 그 특별위원회에서 어떤 논의가 있었는지 등의 내용이 증권신고서에 기재돼 있는지를 보고 있다"며 "합병이라면 합병의 필요성, 포괄적 주식교환이라면 왜 그 방식이 필요한지에 대해 주주들에게 의견을 물어보고 이를 청취했는지가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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