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번주 삼성증권의 갑작스런 주가 폭등이 주목받았다.
삼성증권 주가는 다른 증권주와 마찬가지로 중동 분쟁 이후 최근 두 달 여간 약보합세로 횡보했으나 지난 4일 갑자기 상한가에 가까운 29.23%까지 올랐고, 어린이날로 하루 쉰 다음 거래일인 6일에도 23.12%까지 치솟다가 8.8% 오르며 장을 마쳤다. 7일에는 한국거래소가 단기과열종목으로 지정예고하면서 과열 딱지까지 붙었다.
미국-이란 전쟁의 종료 분위기가 확산하면서 지난 4일부터 코스피가 상승세를 타기 시작했고 6일에는 6%대 큰폭의 상승을 보였지만, 삼성증권 개별종목 주가가 4일 갑자기 상한가까지 오를 근거로 보긴 어렵다. 같은 날 미래에셋증권이 6.88%, 한국금융지주(한국투자증권)가 8.27%, NH투자증권이 7.57%, 키움증권이 4.96% 오른 것과 비교해도 과한 상승폭이다.'시작했다더라'...부풀려진 외국인통합계좌
삼성증권의 주가가 갑자기 폭등한 이유는 뭘까. 출발은 직전 거래일인 지난달 30일, 삼성증권이 외국인 통합계좌 서비스를 시작했다는 한 언론사 보도였다. 미국 온라인 1위 증권사인 인터랙티브 브로커스(IBKR)가 삼성증권을 통해 한국 개별주식 중개서비스를 시작했다는 내용이다.
현재 외국인 개인은 해외 현지에서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 등 국내 개별주식을 매수하기 어렵다. 바다 건너 한국 증권사에 직접 계좌를 만들고 투자등록까지 해야만 거래가 가능하기에 개인 투자자 유입 자체가 거의 없었다. 국내 증시에서 늘상 거론되는 외국인 거래량 대부분은 해외 개인이 아닌 해외 기관의 자금이다.
외국인 통합계좌는 외국인도 별도의 한국내 계좌개설 없이 해외 현지에서 현지 증권사 계좌에서 한국의 개별주식을 매매할 수 있는 계좌다. 삼성증권이 IBKR과 연결되면서 미국의 개인 투자자는 IBKR 온라인 계좌에서 삼성증권을 통해 한국 개별주에 투자할 수 있다는 얘기다.
하지만 보도에는 애매한 표현이 담겼다. IBKR이 삼성증권을 통해 개별주식 중개서비스를 시작했다고 했지만, 실상은 베타테스트를 시작했을 뿐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삼성증권에 따르면 삼성증권은 지난 4월말부터 IBKR과 협업해 미국시장 통합계좌 서비스를 시험하고 있으며, 향후 1~2개월의 베타테스트를 진행하며 시스템 오류 등을 개선하는 작업을 거칠 예정이다. 현재 테스트기간 중에는 일부 고객을 통해 시스템 문제점을 찾는 과정을 거치고 있는데 그 거래량은 집계하기 어려운 수준의 소량이다. 실제 계좌의 활성화도 오는 6월은 지나야 가능한 상황이라는 설명이다.
하지만 해당 소식은 후속 언론보도를 양산했고, 증권사 리서치센터들도 관련 보고서를 쏟아냈다. 특히 지난 4일 유안타증권 리서치센터가 낸 '증권주에 온 특이점. 외국인 역대급 순매수' 보고서는 투자자들에게 오해를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한 오류를 담았다.
해당 보고서는 이날 외국인의 역대급 순매수 규모가 삼성증권과 IBKR의 외국인 통합계좌 서비스 개통의 영향을 받았다며, 특히 이 서비스가 '이번주에 정식오픈'해 미국 투자자의 국내주식 직접 매수 통로를 개척할 것이라는 설명도 달았다. 아울러 보고서는 실제 이날 SK하이닉스 순매수 창구 1위가 삼성증권이었다며 외국인 통합계좌 영향력을 추정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추정일뿐, 삼성증권조차 자체 점검결과 관련한 유의미한 거래량을 확인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언론 보도와 리포트가 확대 재생산되고, 텔레그램 등 투자대화방에까지 공유되면서 시장에선 어느새 삼성증권이 외국인의 대량 유입과 코스피 상승에 상당한 기여를 한 것으로 평가받기에 이르렀다. 이틀 연속 상한가에 근접한 주가 폭등을 경험한 이유다.이제 '베타테스트' 인데...변동성 커진 시장 방증
이에 대해 당사자인 삼성증권 측도 당혹감을 감추지 않았다. 삼성증권 관계자는 "외국인 통합계좌 서비스는 이제 막 베타테스트 과정에 있으며, 이를 통해 외국인 투자가 대거 유입됐다는 것은 과도한 평가"라며 "아직은 공식적으로 개설단계는 아니고, 여러가지 시스템 보완을 거치는 중"이라고 말했다.
만약 실제로 이날 외국인 통합계좌를 통해 외국인 개미들이 대거 유입됐다면 오히려 블랙코메디 같은 상황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해외 투자자 유치를 위해 그동안 해 왔던 수많은 국내 증시 개혁방안들의 의미가 퇴색되기 때문이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외국인들이 삼성증권과 IBKR 통합계좌로 대거 몰려와 코스피가 올랐다면, 오히려 우리 증시의 디스카운트 요인이 기업실적도, 상법 등 제도의 문제도 아닌 단순 채널문제로 치부되는 조롱거리가 될 것"이라며 "외국인 통합계좌 자체는 향후 외국인 수급에 의미를 가질 수 있겠지만 지금은 상당히 과도한 평가"라고 말했다.
또 다른 증권사 관계자는 "스페이스X 투자 자체만으로도 미래에셋증권 주가가 폭등한 것처럼, 지금 우리 시장이 그만큼 쉽게 흔들린다는 걸 역설적으로 보여준 해프닝이 아닌가 생각된다"며 "삼성증권이 대형 증권사들 중에선 상대적으로 조용했고, 발행어음사업 지연 등으로 주가도 눌려 있다보니 작은 소식 하나에도 투심이 몰린 게 아닌가"라고 평가했다.
증권사 줄줄이 준비중...수급엔 긍정, 수익은 ?
그럼에도 외국인 통합계좌 자체에 대한 관심은 계속될 전망이다. 이미 다수의 증권사들이 계좌 도입을 준비하고 있고, 장기적으로 외국인 수급에도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삼성증권이 테스트과정에서부터 주목받고 있지만, 실제로 외국인 통합계좌를 가장 먼저 시도하고 있는 곳은 하나증권이다.
하나증권은 지난해 10월 홍콩 엠페러증권과 업무협약을 맺고 첫 통합계좌 시범서비스를 시작했고, 지난 3월에는 일본 캐피탈 파트너스와 업무협약을 통해 일본시장에서 통합계좌를 준비중이다. 또 홍콩 푸투(FUTU)증권과는 오는 6월말을 목표로 세번째 외국인통합계좌 런칭을 준비하고 있다.
이밖에도 키움증권이 미국 위불(Webull)과 올초 파트너십을 체결했고, 미래에셋증권과 유안타증권도 해외법인 네트워크를 통해 현지증권사와의 제휴를 추진중이라고 밝혔다.
윤유동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외국인 통합계좌는 외국인 투자자의 국내 시장 접근성 개선, 비거주 외국인 개인투자자의 수요 유입에 따른 외국인 투자 기반 다변화, 거래절차 간소화에 따른 글로벌 유동성 확대 등 장기적으로 외국인 거래대금 확대로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외국인 통합계좌제도는 사실 2017년 3월에 도입됐지만, 해외증권사에 부과된 최종투자자별 투자내역 즉시보고 의무와 구체적인 가이드라인 부재 등의 이유로 유명무실했다. 지난해 규제완화와 가이드라인이 배포되면서 뒤늦게 속도를 내고 있지만 증권사들의 도입 현황에서 보듯, 실제 통합계좌를 통한 외국인 개미들의 유입까지는 시간이 더 필요하다.
외국인 통합계좌를 통한 국내 증권사들의 수익이 제한적인 점도 제도 도입 속도에 영향을 주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통합계좌가 외국인 거래대금 증가에 영향을 주겠지만 국내 증권사의 수익을 보장하기에는 미흡하다는 평가도 있다.
설용진 iM증권 연구원은 "삼성증권의 인터브로커 역할에 따른 실제 수수료 증가 규모에 대해서는 다소 보수적"이라며 "IBKR에서 제시하고 있는 한국 주식 거래 수수료는 현재 약 0.03%~0.06% 수준으로 전체적인 수수료율을 감안했을 때, 거래대금 대비 정산 수익률은 통상적인 브로커리지수수료보다 낮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백두산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국내 개인의 해외주식 매매수수료율 사례나 현재 IBKR의 평균 건당 수수료가 2.7달러인 점 등을 감안해 기존 약정대금 대비 수익성은 낮다"고 추정하면서도 "보수적인 가정이지만 삼성증권의 브로커리지 수수료를 5.5% 증가시킬 잠재력이 있다"고 봤다.




















총 1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댓글 보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