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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이스X IPO]상장이 끝이 아니다…증시자금 블랙홀 되나

  • 2026.06.11(목) 07:00

상장 직후 러셀, MSCI, 나스닥100 등 지수편입 줄줄이
패시브 자금 이동 본격화 가능성...락업 해제도 변수
끝나지 않는 머니무브…오픈AI·앤트로픽 IPO 대기
반도체 차익 실현 가능성...길게 보면 메모리수요 증가

일론 머스크가 이끄는 우주기업 스페이스X가 글로벌 증시의 유동성을 흔들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역대 최대 규모의 IPO(기업공개)를 앞두고 상장 전부터 투자자들의 자금 이동이 본격화한 데 이어 상장 이후에도 나스닥100 등 주요 지수 편입과 락업(Lock-up·보호예수) 해제에 따른 수급 변화가 예상된다. 오픈AI와 앤트로픽 등 초대형 IPO까지 줄줄이 대기하고 있어 글로벌 증시 전반의 자금 이동과 변동성 확대 우려도 커지고 있다.'유동성 블랙홀'…증시 직격탄 우려

스페이스X는 12일 나스닥에 상장할 예정이다. IPO과정에서 신규자금 조달 목표액은 최대 750억달러다. 원화로 약 112조~113조원 규모다. 목표 기업가치는 1조7500억~2조달러로, 상장 직후 미국 증시 시가총액 상위 10위권에 진입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공모 규모는 기존 최대 기록을 크게 웃돈다. 사우디 아람코는 2019년 IPO를 통해 294억달러를 조달했다. 스페이스X의 신규 조달 목표액은 사우디아람코의 두 배를 넘는다.

시장에서는 스페이스X 상장이 글로벌 증시의 단기 수급 부담을 키울 수 있다고 본다. 청약을 위한 자금 마련 과정은 이미 상당 부분 진행됐을 가능성이 높다. 다만 상장 직후 주식을 사려는 대기 자금과 주요 지수 편입에 따른 자금 이동은 여전히 남아 있다.

특히 최근 글로벌 증시와 비교해 가파르게 오른 코스피가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대신증권에 따르면 한국 ETF(상장지수펀드)에서는 최근 5주 연속 총 5억7000만달러가 빠져나갔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스페이스X 상장이 임박할 경우 글로벌 유동성의 블랙홀 역할을 할 수 있다"며 "글로벌 증시 대비 급등세를 보인 코스피 시장에서 자금 이탈이 커질 수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그동안 코스피 시장에서 외국인 매매의 영향력이 약화됐지만 목적이 뚜렷한 상황에서 자금 이탈이 강화될 경우 코스피 단기 변동성을 자극할 수 있다"며 "금융투자로 자금 유입이 지속되는지 여부에 따라 낙폭이 결정될 전망"이라고 설명했다.

국내 증시에서는 코스피 정기 변경과 선물·옵션 동시 만기 등 리밸런싱 수급도 겹친다. 최근 상승 폭이 컸던 AI(인공지능)·반도체 대형주가 우선적인 차익 실현 대상으로 떠오를 수 있다는 분석이다.

김종민 삼성증권 연구원은 "역사상 최대 규모의 메가 IPO인 만큼 단기적으로는 국내 증시에 수급 교란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상존한다"며 "글로벌 투자자들이 스페이스X 청약 및 상장 후 진입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기존 자산 포지션을 비우는 과정에서 최근 상승 탄력이 가팔랐던 한국의 AI·반도체 주도주가 전술적 차익 실현의 빌미가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스페이스X가 개인투자자에게 상대적으로 많은 물량을 배정한다는 점도 변수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스페이스X는 이번 상장으로 신규 조달하는 자금 가운데 225억달러(약 34조원)를 개인투자자로부터 조달할 계획이다. 전체 공모 규모의 30%에 해당한다. 통상 미국 IPO에서 개인투자자 배정 비중이 한 자릿수에 그쳤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례적이다. 개인투자자에게 할당된 공모주 대부분은 고액 자산가에게 배정될 것으로 보인다.

시장에서는 스페이스X 상장을 앞두고 글로벌 투자자들이 기존 자산 비중을 조정할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삼성증권은 최근 상승 폭이 컸던 종목과 우주항공 관련주, 테슬라 등에 단기 매도 압력이 집중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MSCI·나스닥·FTSE 러셀 조기 편입…패시브 자금 몰린다

상장 이후에는 주요 지수 편입에 따른 패시브 자금 유입이 예상된다. 패시브 자금은 특정 지수를 그대로 따라 투자하는 자금이다. 스페이스X가 MSCI나 나스닥100 지수에 편입되면 해당 지수를 추종하는 ETF와 펀드는 스페이스X 주식을 일정 비중만큼 자동으로 사들여야 한다.

MSCI와 나스닥, FTSE 러셀 등 주요 지수 제공 업체들은 스페이스X를 빠르게 편입할 수 있는 길을 열고 있다. MSCI는 대형 IPO(기업공개) 종목을 글로벌 스탠더드 지수에 조기 편입하는 기존 규정을 스페이스X에도 적용할 방침이다. 상장 직후 유통 가능 주식 비율이 약 7%에 그칠 것으로 예상되지만 규모와 유동성 기준은 충족할 가능성이 높다. 첫 거래일인 오는 12일부터 10거래일이 지나면 지수 편입이 이뤄질 수 있다.

나스닥도 대형 신규 상장사가 나스닥100 지수에 빠르게 들어갈 수 있도록 규정을 손질했다. 일정 요건을 갖춘 기업은 상장 후 15거래일 만에 나스닥100 지수에 편입될 수 있다. FTSE 러셀 역시 신속 편입 규정을 통해 스페이스X의 지수 편입 가능성을 열어뒀다.

주요 지수 편입은 이달 중순부터 순차적으로 이뤄질 전망이다. 대신증권에 따르면 스페이스X는 오는 18일 미국 증시 전반을 반영하는 S&P TMI(Total Market Index)와 CRSP 지수에 편입될 것으로 예상된다. 26일에는 러셀과 MSCI 지수 편입이 예정돼 있다. 나스닥100 편입 예상 시점은 다음 달 6일이다.

BNP파리바는 다음 달 6일까지 주요 지수 편입을 통해 스페이스X로 유입되는 패시브 자금이 162억달러에 달할 것으로 추정했다. 시장에서는 이 같은 대규모 자금 이동이 글로벌 증시 전반의 수급 변동성을 키울 수 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반면 S&P500 지수 조기 편입은 어렵다. S&P 글로벌은 최근 4개 분기 합산 흑자 등 기존 수익성 요건을 유지하기로 했다. 스페이스X는 지난해 매출이 전년 대비 33% 증가한 186억7000만 달러를 기록했지만 49억4000만 달러의 순손실을 냈다.

상장 직후보다 락업(Lock-up·보호예수) 해제 이후 수급 변동성이 더 커질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보호예수가 풀리면 기존 투자자의 매물이 시장에 나올 수 있다. 반대로 거래 가능한 주식이 늘어나면 지수에 반영되는 비중도 커진다. 패시브 펀드의 추가 매수 수요가 발생할 수 있다는 의미다.

조승빈 대신증권 연구원은 "스페이스X의 보호예수 물량은 상장 이후 180일에 걸쳐 순차적으로 풀릴 전망"이라며 "보호예수 해제가 매도 물량 출회 부담을 높일 수 있지만 유통주식 수가 늘어나면 주요 지수 편입 비중 확대에 따른 추가 매수 수요도 발생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오픈AI·앤트로픽도 대기…2000억 달러 '머니무브'

스페이스X 상장 이후에도 글로벌 증시의 자금을 빨아들일 초대형 IPO가 잇따라 대기하고 있다. 생성형 AI 기업 앤트로픽은 지난 1일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기업공개를 위한 비공개 증권신고서(S-1)를 제출했다. 오픈AI도 최근 비공개 S-1을 내고 상장 절차에 착수했다.

삼성증권은 스페이스X와 오픈AI, 앤트로픽 등 3개 기업이 IPO를 통해 조달하려는 자금이 총 2000억달러에 달할 것으로 추정했다. 목표 기업가치 합산 규모는 4조 달러 수준이다. 나스닥100 전체 시가총액의 약 10%에 해당한다.

초대형 IPO가 연이어 진행되면 기존 기술주에 몰린 자금이 신규 상장주로 이동할 수 있다. 청약을 위한 현금 확보와 상장 이후 매수, 주요 지수 편입에 따른 리밸런싱이 시차를 두고 반복될 수 있어서다.

그렇다고 초대형 IPO의 등장이 곧바로 글로벌 증시 하락을 뜻하는 것은 아니다. 증권가에서는 스페이스X 상장 이후 청약에 참여하지 못한 대기 자금이 시장으로 돌아오면서 수급 부담이 완화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박혜란 삼성증권 연구원은 "상장 전 주식시장은 수급 부담에 노출돼 있지만 상장 이후에는 스페이스X에 참여하지 못한 자금이 다시 주식시장으로 복귀하면서 증시 유동성이 회복할 수 있다"며 "과거 주요 IPO 사례를 보면 상장 이후 시장 흐름은 해당 종목과 별개로 당시 매크로 환경과 증시 펀더멘털 등에 좌우됐다"고 설명했다.

중장기적으로는 한국 반도체 기업에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스페이스X가 지상 AI 데이터센터에 이어 우주 데이터센터 구축을 추진하면 초고성능 메모리 수요도 늘어날 수 있어서다.

김종민 연구원은 "단기적인 수급 이탈은 잠시 스쳐가는 소음일 뿐"이라며 "스페이스X의 AI 패권 경쟁 참여는 글로벌 빅테크들이 한국 반도체 기업들에 발행할 거대한 청구서의 증액으로 귀결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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