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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SK '150조' 잭팟 터지나…다음 승부는 'HBM5 발열'

  • 2026.06.10(수) 14:44

AI 특수에 2Q 합산 영업익 150조 눈앞
적층 넘어 '냉각' 경쟁…HBM5 기술전 시작
투자·기술·생산능력 총력전…패권 향한 질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AI 메모리 슈퍼사이클을 타고 역대 최대 실적을 이어가는 가운데 차세대 HBM 시장 패권 경쟁에 본격 돌입했다. 폭증하는 AI 반도체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양사는 생산능력 확대와 대규모 투자에 나서는 한편 HBM5의 최대 승부처로 꼽히는 발열 제어 기술 확보에도 사활을 걸고 있다.

삼성은 HPB, SK는 iHBM

10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올해 2분기 나란히 역대 최대 실적을 경신할 전망이다. 증권가 컨센서스를 종합하면 삼성전자의 2분기 영업이익은 86조원, SK하이닉스는 62조원 수준으로 예상된다. 두 회사 합산 영업이익은 150조원에 달할 것으로 관측된다. 

실적 개선의 배경에는 AI 인프라 투자 확대에 따른 메모리 수요 급증이 자리하고 있다. 특히 AI 시장의 중심이 학습에서 추론으로 이동하면서 서버용 D램과 낸드플래시 수요가 크게 늘었다. 업계에서는 2분기 범용 D램 가격이 전 분기 대비 50~60%, 낸드 가격은 70% 이상 상승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시장 지배력도 강화되고 있다. 삼성전자는 올해 1분기 글로벌 D램 시장에서 점유율 38.6%를 기록하며 선두 자리를 지켰다. 지난해 4분기보다 2.1%포인트 상승한 수치다. 반면 SK하이닉스는 28.8%를 기록해 양사 격차가 10%포인트 가까이 벌어졌다. 

양사의 경쟁은 이제 생산량을 넘어 차세대 HBM 기술로 옮겨가고 있다. 업계에서는 2028년 전후 본격화될 HBM5 시대의 핵심 경쟁력이 적층 수 확대보다 '발열 관리' 능력에 있다고 보고 있다. AI 가속기 성능이 높아질수록 전력 소모와 발열 부담이 커지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최근 컴퓨텍스 2026에서 HBM5 실물 모형을 처음 공개했다. 핵심은 HPB(Heat Path Block) 기술이다. HBM 내부에서 데이터 전송 과정 중 발생하는 열을 별도 경로로 분산·방출해 발열을 줄이는 방식이다. 삼성전자는 HBM4E에서 해당 기술 검증을 마쳤으며 향후 HBM5에 본격 적용할 계획이다. 여기에 2나노 공정 기반 베이스다이를 도입해 성능과 전력 효율을 동시에 끌어올린다는 전략이다.

SK하이닉스는 냉각소자를 패키지 내부에 내장한 'iHBM' 기술로 맞서고 있다. 데이터가 집중적으로 오가는 구간에 냉각 기능을 추가해 열이 빠져나가는 전용 통로를 만든 것이 골자다. 회사 측은 이를 통해 기존 대비 발열 저항을 30% 이상 개선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해당 기술 역시 HBM5부터 적용될 예정이다.

삼성전자 분기 실적./그래픽=비즈워치
SK하이닉스 분기 실적./그래픽=비즈워치

125조 베팅…AI 시대 총력전

AI 메모리 시장이 확대될수록 생산능력 확보 경쟁도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 최근 방한한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잇달아 만나 각기 다른 역할을 주문하며 경쟁 구도를 더욱 부각시켰다.

황 CEO는 최태원 SK그룹 회장과의 회동에서 SK하이닉스를 "가장 큰 메모리 파트너"라고 규정하며 생산 확대 필요성을 강조했다. 양사는 HBM 장기 공급 계약과 차세대 AI 반도체 공동 로드맵, 공동 설계 체계 구축도 공식화했다.

삼성전자와의 회동에서는 메모리 공급을 넘어 파운드리 협력이 주요 의제로 다뤄졌다. 전영현 삼성전자 DS부문장(부회장)은 회동 직후 "HBM4E·HBM5·파운드리·차세대 공동개발까지 폭넓게 논의했다"고 밝혔다. 삼성전자가 엔비디아 자율주행 칩과 AI 가속기 생산 협력을 공개적으로 언급한 것도 이번이 처음이다.

이에 업계선 "엔비디아가 SK하이닉스에는 HBM 공급 확대를, 삼성전자에는 메모리와 파운드리를 아우르는 종합 반도체 파트너 역할을 기대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 같은 경쟁의 밑바탕에는 대규모 투자 여력이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연구개발(R&D)과 설비투자(CAPEX)에 총 89조9000억원을 투입했다. 글로벌 반도체 기업 가운데 최대 규모다. SK하이닉스 역시 35조원을 투자했다. 양사 투자액을 합치면 125조원에 육박한다. 업황 침체기에도 투자를 줄이지 않은 전략이 AI 슈퍼사이클 국면에서 경쟁력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평가다.

중국의 추격도 변수로 꼽힌다. 중국 최대 D램 업체인 창신메모리(CXMT)가 상장을 추진하면서 시장에서는 향후 공급 확대와 가격 경쟁 심화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중국 정부의 반도체 자립 정책과 대규모 자본 지원을 바탕으로 생산능력 확대에 속도가 붙을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증권가에서는 AI 메모리 시장의 진입 장벽이 여전히 높다고 보고 있다. HBM·DDR5·LPDDR5 등 첨단 메모리는 미세공정 기술뿐 아니라 전력 효율·수율·고객 인증 등 복합적인 경쟁력이 요구된다.

김동원 KB증권 리서치본부장은 "CXMT 상장은 경쟁 심화 우려보다 오히려 글로벌 메모리 3사의 기술 경쟁력과 시장 지배력을 재조명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며 "특히 삼성전자의 경우 차별화된 기술력·고객 기반·구조적 이익 개선 가능성이 부각되면서 시장의 재평가가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고 진단했다.

한편 정부 및 정치권에서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신규 반도체 투자 후보지로 광주와 전남 장성 등 호남권이 거론되고 있다. AI 시대 핵심 공정으로 떠오른 첨단 패키징 공장을 수도권 밖에 추가 건설하는 방안이 검토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양사는 "확정된 바 없다"는 입장이지만 지역균형발전과 첨단산업 육성을 동시에 추진하려는 정부 구상과 맞물려 향후 주요 투자 의제로 부상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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