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5일 한국을 찾아 차세대 인공지능(AI) 가속기 '베라 루빈'에 들어가는 6세대 고대역폭메모리(HBM4) 공급망의 윤곽을 공개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마이크론이 모두 품질 인증을 마치고 공급 경쟁에 돌입했다는 것이다. 한국 연구개발(R&D)센터 설립과 로봇 산업 협력 확대 계획도 함께 언급, 한국을 AI 생태계의 핵심 파트너로 재확인했다.
메모리 강국 향한 재방문
황 CEO는 이날 김포국제비즈니스항공센터를 통해 입국한 뒤 "(삼성전자·SK하이닉스·마이크론) 세 업체 모두 자격 심사를 통과했고 현재 HBM4를 생산하고 있다"며 "베라 루빈 공급을 놓고 경쟁 중"이라고 말했다.
업계는 이번 발언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모두 차세대 엔비디아 플랫폼 공급망에 진입했다는 공식 확인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엔비디아는 올해 하반기 베라 루빈을 출시할 예정이다. AI 연산 성능 경쟁이 고도화되면서 HBM4는 차세대 AI 반도체의 핵심 부품으로 꼽힌다.
황 CEO는 AI 시장의 폭발적인 성장세도 강조했다. 그는 "엄청난 규모의 HBM·메모리·AI 칩을 생산해야 한다"며 "상반기 AI 인프라 구축이 성공적으로 진행됐고 하반기에는 수요가 더욱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레이스 블랙웰은 순조롭게 운영되고 있으며 베라 루빈은 본격 양산 단계에 들어갔다"고 설명했다.
이번 방한의 가장 큰 목적은 공급망 점검이었다. 황 CEO는 "한국의 파트너와 고객들에게 감사의 뜻을 전하고 싶었다"며 "AI 구축 속도가 빨라지면서 공급망 관리의 중요성이 그 어느 때보다 커졌다"고 말했다. 이어 "지난해 큰 성과를 거뒀고 한국 시장 역시 좋은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며 "하반기는 상반기보다 더 커질 것이고 내년은 더욱 중요한 시기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한국의 경쟁력으로 메모리 기술을 가장 먼저 꼽았다. 황 CEO는 "한국의 강점은 단연 메모리"라며 "한국 기업들과 협력해 안정적인 공급 체계를 구축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한국은 AI와 로보틱스 분야에서도 뛰어난 역량을 보유하고 있다"며 "반도체 제조 역시 AI와 로봇 중심으로 변화하고 있어 협력 가능성이 더욱 확대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국과 더 큰 판 짠다
한국 R&D센터 설립 계획도 구체화했다. 황 CEO는 "이미 한국 R&D센터 채용을 시작했다"며 "한국은 AI와 로봇공학 인재가 풍부하고 세계 최고 수준의 제조 기반까지 갖춘 만큼 연구개발 거점으로 이상적"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인력 확보가 이뤄지는 대로 부지 선정도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차세대 성장동력으로는 로봇 산업을 지목했다. 그는 "제조업·메카트로닉스·AI가 결합되는 지점이 바로 로보틱스"라며 "한국은 이 세 가지 요소를 모두 갖춘 몇 안 되는 국가"라고 말했다. 이어 "관련 기업·인재·산업 생태계가 이미 형성돼 있어 앞으로 큰 기회를 맞게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특히 이날 황 CEO는 여러 차례 '깜짝 선물'을 언급해 눈길을 끌었다. 그는 "한국을 위해 많은 비즈니스를 가져왔다"며 "서프라이즈도 준비돼 있다"고 말했다. 공개 시점을 묻는 질문에는 "미리 말하면 깜짝 선물이 될 수 없다"고 웃으며 답했다.
업계는 GPU 공급 확대와 AI 인프라 투자, 로봇·피지컬 AI 분야 협력 계획 등이 포함될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특히 정부가 추진 중인 국가 AI 컴퓨팅 인프라 구축 사업과 엔비디아의 협력 범위가 확대될지 관심이 쏠린다. 정부는 2030년까지 엔비디아 GPU 26만장을 확보해 AI 3대 강국으로 도약한다는 목표를 세워둔 상태다. 배경훈 부총리 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도 이번 방한 기간 황 CEO와 만나 AI 인프라 확충 및 협력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아울러 황 CEO는 방한 기간 국내 주요 기업과 스타트업을 잇달아 만난다. 이날 저녁 최태원 SK그룹 회장·구광모 LG그룹 회장·이해진 네이버 의장 등과 서울 홍대 인근에서 만찬을 갖는다.
이후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와 게임·AI 협력을 논의, 국내 AI·로봇 스타트업 경영진과 비공개 간담회도 진행할 예정이다. 서울대 AI연구원과 로보틱스 연구소, 주요 기업 사업장 방문 일정도 조율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황 CEO가 한국을 찾은 것은 지난해 10월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기간 이후 약 7개월 만이다. 당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과 이른바 '깐부 회동'을 갖고 AI 반도체와 미래 모빌리티 협력 방안을 논의한 바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