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유통]은 한주간 유통·식음료 업계에서 있었던 주요 이슈들을 쉽고 재미있게 정리해 드리는 콘텐츠입니다. 뉴스 뒤에 숨겨져 있는 또 다른 사건들과 미처 기사로 풀어내지 못했던 다양한 이야기들을 여러분께 들려드릴 예정입니다.[편집자]
활로
이번 주 유통업계의 관심은 온통 홈플러스로 쏠렸습니다. 지난 3일 서울회생법원이 홈플러스의 기업회생절차 폐지를 결정하며 사실상 청산 수순을 밟게 된 홈플러스였습니다. '2000억'을 확보한 뒤 항고하는 방법이 있었지만 실현 가능성은 낮아 보였습니다. 그동안 구하지 못했던 2000억원이 갑자기 생길 리 만무했죠.
지난 주말엔 갑자기 대규모 세일에 나서며 '재고털기'라는 시선도 받았습니다. 그러더니 결국 지난 14일 오전. 전국 전 매장 휴업이라는 충격적인 소식이 들려왔습니다. 직원들조차 미리 언질을 받지 못해 매장에 출근해 유니폼을 입은 채로 휴업 소식을 전해들었습니다. 사실상 '폐업'을 의미했죠.
하지만 뉴욕 양키스의 전설적인 포수 요기 베라의 말처럼 "끝날 때까진 끝난 게 아니"었습니다. 지난 15일 저녁 홈플러스의 최대 채권자인 메리츠금융그룹이 2000억원의 긴급운영자금을 지원하기로 한 겁니다. 대주주인 MBK파트너스가 2000억원 전액을 보증하기로 하면서 메리츠가 돈뭉치를 푼 겁니다.
그간 양 측은 '1000억원'을 놓고 첨예하게 대립해 왔습니다. 메리츠금융은 MBK가 연대보증에 나서면 1000억원을 지원하겠다고 밝혔고 MBK 측은 1000억원을 연대보증할 테니 2000억원을 지원해 달라고 요구했죠. 두 주장의 간극은 컸습니다. 결국 여당인 민주당이 나서 메리츠금융과 MBK를 압박했습니다.
민병덕 더불어민주당 을지로위원장은 메리츠금융에 "홈플러스 사태 해결에 단 1원의 금액도 낸 적이 없다"며 비판했고 김남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MBK에 "국민연금의 투자금을 회수할 수 있다"며 사태 해결을 촉구했죠. 결국 메리츠금융이 1000억원을 더 내고 MBK가 2000억원 전액을 보증하는 식으로 한 발씩 물러선 타협이 이뤄졌습니다.
미생
그렇다고 해서 홈플러스가 완전히 살아난 건 아닙니다. 2000억원은 어디까지나 회생절차 폐지를 막기 위한 최소한의 금액일 뿐입니다. 이미 홈플러스는 지난해 4월부터 이 회생 절차를 밟고 있지만 제대로 수습된 건 많지 않습니다. 홈플러스익스프레스를 하림그룹에 매각하는 작업만 해결됐을 뿐입니다.
2000억원이 들어오고 법원이 회생정차 폐지 결정을 취소하더라도 홈플러스는 오는 9월 4일까지 또다른 계획을 완수해야 합니다. 현재 홈플러스의 카드는 '핵심점포 67개'입니다. 적자 점포 등은 영업을 종료하고 핵심 점포 67개만 남긴 뒤 매각하겠다는 겁니다. 당연히 노조는 반대하고 있습니다. 인수자 입장에선 언제 터질 지 모르는 폭탄입니다.
애초에 지난 1년간 제대로 된 인수 후보가 나오지도 않았습니다. 지난해 말의 매각 시도도 실패했습니다. 그나마 공개입찰에 응했던 기업들도 실제 가능성이 높지 않다는 평가가 대부분이었습니다. 연매출 3억원, 116억원짜리 회사가 연매출 7조원의 홈플러스를 인수하겠다는데 쉽게 납득할 수 없었죠. 결국 본입찰엔 들어오지 않았습니다.
그 사이 연매출 1조원대에 7%대 EBITDA 마진율을 기록 중이던 홈플러스익스프레스를 매각하면서 남은 홈플러스의 가치는 더 떨어졌습니다. 홈플러스익스프레스는 안정적인 실적과 퀵커머스 대응 인프라 덕분에 홈플러스에서 가장 가치있는 사업부로 꼽히던 부문입니다. 그나마 쓸 만한 부분을 떼어내 팔아버렸으니 남은 대형마트 부문의 가치가 훼손될 수밖에 없습니다.
대마불사
바둑에는 '대마불사(大馬不死)'라는 말이 있습니다. 많은 돌로 이뤄진 덩어리인 '대마'는 위기에 몰리더라도 쉽게 잃지 않는다는 의미인 동시에 대마를 잃으면 사실상 이 판을 지는 것이나 다름없다는 의미도 담겨 있습니다. 어떻게든 살려내야 한다는 겁니다. 흔히 쓰러져가는 대기업에 공적자금을 투입하는 행위에 즐겨 쓰는 비유입니다.
지금 홈플러스의 상황이 그렇습니다. 경제논리로만 보면 이미 청산가치가 계속기업가치를 1조원 이상 웃돌았으니 정리를 하는 게 맞습니다. 하지만 직고용 인원만 1만5000여 명, 간접고용을 포함하면 10만명 이상의 일자리가 영향을 받는 기업을 그냥 쓰러지게 놔 둔다는 선택은 쉽지 않습니다.
결국 홈플러스에 남은 기대는 주변의 적극적인 도움입니다. 이미 이번 2000억원 추가 대출 역시 앞서 민주당 을지로위원회가 양 측을 압박해 이뤄진 결실이었습니다. 여당의 압박이 단순히 홈플러스의 파산을 두 달 미루기 위한 건 아닐 겁니다. 어떻게든 홈플러스를 살려내겠다는 의지를 보인 겁니다.
민병덕 더불어민주당 을지로위원회 위원장은 "DIP 2000억원은 최소한의 마중물이 온 것"이라며 "전 국민이 나서서 홈플러스 물건을 팔아주자고 운동해야 살아날 수 있다"고까지 말했습니다. 홈플러스가 살아날 수 있는 방법은 사실상 매각 뿐입니다. 2000억원 지원을 이끌어낸 정부 여당이 손놓고 있지 않을 거란 전망도 나옵니다.
홈플러스가 2000억원으로 버틸 수 있는 기간은 길지 않습니다. 활로를 찾았다고 하지만 진정한 의미에서의 활로라기보다는 아직 '미생(未生)'에 가까운 상황입니다. 그 기간 동안 버티다가 결국 무너질 수도, 진짜 활로를 찾아 기적적인 생존에 성공할 수도 있습니다. 이 대국의 결과는 어떻게 될까요. 홈플러스의 바둑은 이제 '끝내기'에 돌입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