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고 일어나면 새로운 제품이 쏟아지는 소비의 시대. 뭐부터 만나볼지 고민되시죠. [슬기로운 소비생활]이 신제품의 홍수 속에서 소비자들의 관심을 끌 만한 제품들을 직접 만나보고 가감없는 평가로 소비생활 가이드를 자처합니다. 아직 제품을 만나보기 전이시라면 [슬소생] '추천'을 참고 삼아 '슬기로운 소비생활' 하세요.[편집자]
*본 리뷰는 기자가 제품을 직접 구매해 시식한 후 작성했습니다. 기자의 취향에 따른 주관적인 의견이 포함될 수 있습니다.
논쟁 끝판왕
이른바 '민초(민트초코)'만큼이나 매번 논쟁의 중심에 서는 음식이 있다. '하와이안 피자'다. '파인애플이 피자에 토핑으로 올라가는 것이 어울리는가'를 두고 각종 커뮤니티에서는 수년째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재미를 위한 논쟁거리로 시작됐던 이 취향 대결은 어느샌가 너도나도 '진심'으로 바뀌었다.
기자는 '반(反)하와이안파'다. 파인애플은 피자를 먹은 다음 후식으로 먹는 것이 가장 이상적이다. 무엇보다 토마토 소스와 파인애플은 모두 신맛이 있어 이들이 함께 공존한다는 건 피자 본연의 맛을 해치는 일이라는 생각이다. 이 때문에 30년 간 하와이안 피자를 '내 돈 주고 내가 사먹은' 기억조차 없을 정도다.
이런 점에서 이번 롯데리아 신메뉴는 의외였다. 호불호가 극명하게 갈리는 하와이안 콘셉트를 버거에 접목한다는 건 그만큼 자신감이 있다는 뜻이거나 무모한 도전이라서다. 과연 롯데리아의 신메뉴는 수십 년간 굳어진 편견을 깨뜨리는 강력한 한 방이 될 수 있을까. [슬기로운 소비생활]에서 직접 확인해보기로 했다.역량 집중
롯데리아는 지난 18일 '삐딱한 천재'로 불리는 이찬양 셰프와 협업한 '하와이안 모짜렐라버거'를 내놨다. 이 제품은 모짜렐라 패티와 미트 패티에 나폴리탄 소스를 더한 것이 특징이다. 여기까지만 본다면 기존 롯데리아의 모짜렐라 버거 라인업과 별반 차이점은 없다. 맛있는 것에 맛있는 것을 얹은, '불호'가 있기 힘든 조합이다.
진짜는 파인애플이다. 롯데리아는 각종 패티 위에 파인애플을 통으로 넣어 화룡점정을 찍었다. 모짜렐라 패티와 비슷할 정도로 두툼했다. 특히 롯데리아가 이번 메뉴를 위해 토네이도 모양의 브리오쉬 번을 새롭게 개발해 시각적인 면에서 한 번 더 차별화를 꾀했다는 점도 주목할 부분이었다.
신제품을 접하기 전 머릿속에 가장 먼저 떠올랐던 메뉴는 권성준 셰프(나폴리 맛피아)의 '나폴리 모짜렐라버거'다. 지난해 1월 출시 이후 줄곧 '원픽'으로 자리를 잡아온 메뉴다. 롯데리아가 잘하는 모짜렐라 패티가 돋보이는 것은 물론 기대 이상의 피자 맛을 버거로 구현해낸 사례다. '메가 히트작'이 될 만했다.
이번 하와이안 모짜렐라버거 출시 소식을 듣고 걱정이 됐던 것도 이런 부분 때문이다. 같은 '모짜렐라 버거'의 범주에 속하는 만큼 자칫 화제성을 노리기 위해 메뉴의 완성도를 희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컸다. 이미 소비자 사이에서 검증을 마친 명확한 비교 대상이 있다는 점도 긍정적인 평가를 받기에 무리가 있을 것이란 생각도 있었다.
'킥'이네
하지만 첫 입을 베어 문 순간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놀라웠던 건 버거 전체의 맛에서 파인애플 이질감을 찾아볼 수 없었다는 점이다. 흔히 하와이안 피자에서 파인애플은 토마토 소스와 뒤섞이며 신맛이 부각되는 경우가 많다. 감칠맛을 위해 냉면에 식초를 한 바퀴 둘렀다가 육수 맛이 희미해지는 것과 비슷하다.
반면 하와이안 모짜렐라버거 안에 든 파인애플은 하나의 재료로 '조연' 역할을 톡톡히 했다. 신맛보다는 과일 특유의 상큼함이 살아있었다. 덕분에 버거 전체의 맛을 해치지 않고 조화를 이뤘다. 미트 패티와 고소한 모짜렐라 패티가 주는 묵직함을 오히려 파인애플이 적절하게 입안에서 정리를 해주는 느낌이었다.
버거 번에 차이를 둔 것도 신메뉴의 완성도를 끌어올린 요소다. 나폴리 모짜렐라버거가 일반적인 햄버거 번과 비교했을 때 다소 퍽퍽한 식감이 강했다면 하와이안 모짜렐라버거는 마치 베이커리 전문점에서 파는 빵처럼 부드러우면서도 촉촉했다. 파인애플 없이 번과 패티만 따로 먹어봤을 땐 냉동으로 된 핫도그를 데워먹는 듯했다.
종합하자면 하와이안 모짜렐라버거는 기존 모짜렐라 버거에 하와이안 콘셉트를 무리하게 덧입혔다기보다 '단짠'과 상큼함이 강조되는 메뉴였다. 진한 치즈 맛이나 정통 이탈리아 스타일을 기대한 소비자에게는 아쉬울 수 있다. 그러나 달콤한 맛과 베이커리 스타일의 식감을 선호한다면 충분히 만족할 만한 선택지다. 함께 시식한 50대 어머니와 이모 역시 기존 나폴리 버거보다 신메뉴에 더 높은 점수를 줬다.
물론 신메뉴가 모든 반하와이안파의 마음을 돌릴 수 있다고 장담하기는 어렵다. 그래도 하와이안 피자를 꺼려했던 이유가 파인애플의 과도한 존재감 때문이라면 이번 제품은 그 편견을 어느 정도 내려놓게 만들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어쩌면 '토마토 소스와 파인애플은 어울릴 수 없다'는 생각을 가지게 된 건 맛있는 하와이풍 음식을 먹어보지 못해서가 아니었을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