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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민의 '3000억 상생안'도 거부…무엇을 위한 '공정'일까

  • 2026.06.20(토) 13:00

[주간유통]공정위, 배민·쿠팡이츠 동의의결 불개시
배민 3000억·쿠팡이츠 600억 제시안 거부
소상공인 직접 지원 대신 과징금 부과

그래픽=비즈워치

[주간유통]은 한주간 유통·식음료 업계에서 있었던 주요 이슈들을 쉽고 재미있게 정리해 드리는 콘텐츠입니다. 뉴스 뒤에 숨겨져 있는 또 다른 사건들과 미처 기사로 풀어내지 못했던 다양한 이야기들을 여러분께 들려드릴 예정입니다.[편집자]

자수해서 광명 찾으려 했지만

요즘 유통업계에서 가장 뜨거운 화제는 '과징금'입니다. 지난 주 주간유통에서도 쿠팡의 과징금 이야기를 다뤘죠. 개인정보보호위원회가 쿠팡에 6200억원이 넘는 사상 최대 과징금을 부과한 내용이었습니다. 쿠팡의 연간 영업이익을 훨씬 뛰어넘는 큰 금액입니다.

이번 주에도 '과징금 이슈'는 계속됐습니다. 이번엔 배달의민족을 운영하는 우아한형제들과 (또) 쿠팡이츠입니다. 양 사는 앞서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최혜대우 요구·자체 서비스 우대·부당광고·끼워팔기 등의 법 위반 혐의를 받고 있었는데요. 이에 양 사는 공정위에 '동의의결'을 신청했습니다.

배민과 쿠팡이츠의 법 위반 혐의/사진=공정위

동의의결이란 법 위반 혐의를 받은 사업자가 자진시정방안을 제시하면 공정위가 이를 검토하고 시정방안이 타당할 경우 위법 여부를 확정하지 않고 사건을 처리하는 제도입니다. 알아서 잘못을 고쳐 오면 처벌하지 않는 일종의 '자수 권고' 시스템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 공정위는 이 동의의결안을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양 사에 해당 위반 행위에 대해 과징금을 부과하기로 한 겁니다. 배민과 쿠팡이츠가 그만큼 성의없는 안을 들고 왔다는 걸까요. '눈 가리고 아웅' 하는 식의 시정안이 먹히지 않았던 걸까요.

3000억+600억도 모자라

먼저 규모가 큰 우아한형제들의 시정안을 보겠습니다. 다른 배달앱보다 가격을 높게 설정하지 않을 때만 배민클럽에 선정하는 기준을 없애고, 가게배달과 배민배달의 노출도를 동일 기준에서 정하기로 하는 등 최혜대우 요구와 끼워팔기 부분을 대부분 삭제하기로 했습니다. 이건 이미 공정위로부터 지적당했으니 당연한 시정안이고요. 

중요한 건 이 뒤의 상생지원방안입니다. 3년간 무려 3000억원을 쏟아낸다는 계획을 내놨습니다. 구체적으로는 입점업체 수수료 인하와 배달비 지원, 주방개선 등 입점업체 상생협력기금으로 1400억원을, 입점업체 대상 쿠폰비 지원과 프로모션 패키지, 수수료 지원 등 파트너 상생협력 지원에 1600억원을 쓰겠다는 계획이었습니다.

사진=우아한형제들

쿠팡의 경우엔 끼워팔기 혐의를 제외한 최혜대우 요구 사안에만 동의의결을 신청했는데요. 4년간 600억원을 입점업체에 지원한다는 내용입니다. 하지만 앞서 말씀드렸듯 공정위는 양 사의 동의의결안을 모두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동의의결제도 운영 절차 규칙 제 5조 4항에 따르면 동의의결 절차 개시 인용 여부는 해당 행위의 중대성·증거의 명백성·시간적 적절성·공익 부합성 등을 따져 결정하게 돼 있습니다. 배민과 쿠팡의 동의의결안을 받아들이기엔 너무 큰 사안이라고 봤거나 이정도 지원책으로는 부족하다고 판단했다는 거죠. 

더 큰 게 오나

우아한형제들과 쿠팡은 동의의결안이 받아들여지지 않은 데 대해 당황하고 있습니다. 이례적인 금액을 지원하겠다고 나선 만큼 거부 가능성이 낮다고 봤던 거죠.

실제로 우아한형제들에 앞서 가장 큰 동의의결안 금액은 2014년 네이버, 2021년 애플코리아의 1000억원 수준이었습니다. 우아한형제들이 내놓은 지원책의 3분의 1에 불과합니다. 구글이 유튜브뮤직을 끼워팔기했다는 혐의에 대한 동의의결안도 300억원 수준이었습니다. 

업계에선 공정위가 동의의결을 받아들이지 않은 건 이를 뛰어넘는 과징금을 부과하기 위해서라고 보고 있습니다. 우아한형제들이 부과받을 수 있는 과징금은 최대 5000억원 안팎으로 예상됩니다. 쿠팡 역시 2000억원이 넘는 과징금 부과 가능성이 있습니다. 금액 규모만 놓고 본다면 3000억원짜리 제시를 받아들이지 않을 만합니다.

그래픽=비즈워치

3600억원의 상생 지원 대신 최대 8000억원대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다면 '정의 구현'에 더 적합한 조치가 아닐까 싶기도 합니다. 하지만 내면을 파고들면 그렇지만도 않습니다. 당장 상공인연합회와 전국상인연합회, 한국외식업중앙회, 한국프랜차이즈산업협회, 전국카페사장협동조합 등 주요 소상공인 단체들은 우아한형제들의 상생안을 받아들여달라는 의견을 공정위에 전달했습니다.

공정위가 거둬들이는 과징금은 어디에 쓰일지 알 수 없지만 우아한형제들이 내놓은 상생 지원책은 곧바로 입점 점주들이 활용할 수 있는 자금으로 돌아오기 때문입니다. 불황에 하루하루가 고비인 소상공인들로서는 당장 효과를 볼 수 있는 우아한형제들의 지원안이 더 구미가 당길 수밖에 없습니다. 

현장의 목소리 역시 비슷합니다. 실제 도움을 받아야 할 소상공인들이 찬성하는 방안을 거부하고 과징금을 걷는 쪽으로 가는 게 누구를 위한 '공익'이냐는 겁니다. 피해자를 실질적으로 더 빠르게, 더 많이 도울 수 있는 방안이 어떤 것인지 고민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기계적 '공정'이 아닌, 모두의 행복을 위한 '공정'이 필요한 상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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