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약·바이오의 이른바 '동전주(주가가 1000원 미만인 상장주)'에 대한 금융당국의 상장폐지 요건 강화 시점이 다가오고 있다. 당국 발표가 있던 지난 2월 이후 제약·바이오 동전주들은 주식병합으로 주가를 1000원 선 이상으로 끌어올려 동전주 요건을 벗어났으나 '시가총액 요건'이 문턱으로 남아 있어 구조개편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17일 비즈워치가 집계한 1000원 미만 동전주에 해당하는 코스닥 제약·바이오는 9곳(지난 12일 종가 기준 )이다. 텔콘RF제약, 세종메디칼, 알파AI, 한국비티비, 조아제약, 노을, 다이나믹솔루션, 유틸렉스, 엔지켐생명과학이 포함됐다. 코스피에서는 진원생명과학, 동성제약, 오리엔트바이오 3곳이 동전주에 해당한다.

이들은 내달 1일 시행되는 상장폐지 개혁방안의 영향권에 있다. 한국거래소와 금융감독위원회 등에 따르면 동전주 요건은 주가가 30거래일 연속 1000원을 밑돌면 우선 관리종목으로 지정되고, 이후 90거래일 중 45거래일 연속 1000원 이상을 회복하지 못하면 상장폐지하는 방식이다.
여기에다 시가총액 요건이 적용된다. 오는 7월부터 상장을 유지하려면 시가총액이 코스피는 300억원, 코스닥은 200억원을 넘어야 한다. 내년 1월1일부터는 코스피 500억원, 코스닥 300억원으로 문턱이 다시 높아진다.
줄어든 동전주…2월 19곳 → 12곳 '감소'
당국 발표가 있던 지난 2월과 비교하면 동전주 요건 사정권에 든 기업은 넉 달 새 줄었다. 2월 집계 당시 1000원 미만 제약·바이오는 코스피·코스닥 합쳐 19곳이었으나, 지난 12일 기준 12곳으로 감소했다.
감소의 배경은 주식병합과 감자다. 둘 다 자본조정으로 유통주식수를 줄여 주당 가격을 끌어올리는 방식이다.
비즈워치 집계 결과 지난 2월 당국 발표 이후 16일까지 제약·바이오 중 주식병합을 결정한 곳은 17곳(알파AI·피플바이오·노을·모아라이프플러스·다이나믹솔루션·조아제약·비스토스·네오이뮨텍·한국비티비·오리엔트바이오·풍전약품·휴마시스·HLB바이오스텝·우진비앤지·화일약품·씨유메디칼·경남제약)으로, 감자를 결정한 곳은 9곳(에이프로젠·에이프로젠바이오로직스·EDGC·텔콘RF제약·한국유니온제약·진원생명과학·동성제약·큐라티스·엔젠바이오)에 이른다.
꼼수 막아선 거래소
하지만 7월 이후 병합·감자 등 자본조정을 통한 주가 부양은 어려워진다. 거래소가 두 방식 모두에 빗장을 걸면서다. 당초 거래소 상장규정 개정안에는 병합 후 주가가 액면가를 밑돌면 상장폐지하는 방안이 담겼다.
개편 전 동전주 요건은 주당 액면가가 1000원 이상인 경우 액면가를 기준으로 주가 요건을 적용했다. 하지만 액면가가 정해지지 않은 무액면주식에는 적용할 수 없고, 감자를 통한 우회를 막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규제 방식이 바뀌었다.
거래소는 액면가로 동전주를 판별하던 방식을 병합·감자 제한으로 바꿨다. 동전주로 관리종목에 지정된 뒤 90거래일 안에는 최근 1년 내 병합·감자를 한 법인의 추가 병합·감자가 금지된다. 같은 기간 10대 1을 초과하는 병합·감자도 막힌다. 위반하면 즉시 상장폐지 사유에 해당한다.
한국거래소 관계자는 "액면가 기준 대신, 최근 1년 내 주식병합이나 감자를 한 기업이 동전주로 관리종목에 지정되면 추가 병합·감자를 제한하는 방식으로 바꿨다"며 "동전주 기업이라도 시장에서 재기할 기회를 주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병합으로 못 피하는 시총 벽…정상 거래 기업도 사정권
자본조정을 통한 주가 부양이 막히면서 시가총액 요건 달성이 더욱 중요해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시가총액은 주가에 발행주식수를 곱한 값인 만큼 병합해도 바뀌지 않는다. 기업가치를 실제로 키우지 않으면 기준을 맞출 수 없다는 의미다.
지난 12일 종가 기준 시가총액 300억원 이하 코스닥 제약·바이오는 17곳으로 집계됐다. 300억원은 내년 1월 코스닥에 적용될 기준이다. 오는 7월1일부터는 200억원이 기준이 된다.
7월 사정권인 200억원 미만은 8곳이다. 알파AI(105억원), 비스토스(125억원), 올리패스(134억원), 셀레스트라(136억원), 우진비앤지(150억원), 피씨엘(168억원), 플라즈맵(189억원), 롤링스톤(192억원)이다. 이 중 알파AI, 올리패스, 셀레스트라, 피씨엘, 롤링스톤 등 5곳은 이미 관리종목이다. 요건 강화와 무관하게 이미 퇴출 심사선 위에 있는 셈이다.
내년 1월 적용되는 300억원 미만으로 넓히면 퇴출 위기 기업은 9곳 더해진다. 조아제약(203억원), 한국유니온제약(216억원), 씨유메디칼(232억원), 대성미생물(243억원), 피플바이오(245억원), 풍전약품(252억원), 텔콘RF제약(257억원), 서울제약(261억원), 제놀루션(277억원)이다. 이 중 한국유니온제약, 풍전약품을 뺀 나머지 7곳은 정상 거래 중이다. 정상 기업이 6개월 뒤 기준 강화만으로 사정권에 드는 구조다.
동전주이면서 시총에도 걸리는 기업도 있다. 알파AI(520원·105억원)는 7월 시총 기준에, 조아제약(655원·203억원)과 텔콘RF제약(360원·257억원)은 내년 1월 기준에 미달한다. 주가를 병합으로 띄워도 시총 벽은 그대로 남는다.
IR 수요 늘어난 동전주 기업들…투자자 유치 나서
동전주들이 상장사 자격을 지키기 위한 분투를 이어가고 있다. 투자자 유치를 통해 주가를 부양하려는 IR(기업설명활동) 강화에 나선 기업이 늘었다.
한 제약·바이오업계 관계자는 "동전주 바이오 기업들이 주가 부양을 위해 IR 업체를 찾는 수요가 늘고 있는 것으로 안다"며 "그동안 투자자 유치에 소홀했던 기업들이 기업설명회 등을 통해 뒤늦게 주가 부양에 나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주가 부양만으로는 한계가 분명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투자업계 관계자는 "정부안에 따라 주가 부양에 나서는 기업이 느는 것은 긍정적"이라면서도 "결국 펀더멘털을 강화하지 못하면 갈수록 강화되는 상장 유지 요건을 맞추기는 더 어려워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