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용 시술에 주로 쓰이는 보툴리눔 톡신(보톡스)이 우울증 치료제가 될 수 있을까?
종근당바이오가 미국 힐리스 테라퓨틱스와 손잡고 보툴리눔 톡신 제제 '티엠버스(TYEMVERS)'로 주요 우울장애(MDD) 치료를 위한 미국 임상 1상을 추진하고 있다.
보툴리눔 톡신의 쓰임새를 미용 목적이나 만성 편두통, 근육 경직 등을 넘어 '마음의 병'까지로 확장하려는 시도라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찌푸린 미간 펴면 우울감도 줄어들까
보툴리눔 톡신은 신경 말단에서 아세틸콜린 분비를 억제해 근육의 움직임을 일정 기간 감소시킨다. 그런데 이 근육의 움직임을 제한하는 것이 어떻게 우울증 증상 완화와 연결될 수 있을까.
핵심 원리는 이른바 '얼굴 피드백 가설'에 있다. 사람이 화가 나거나 불안할 때 미간을 찌푸리게 되는데, 이때 근육과 피부에서 발생한 감각 신호가 뇌로 다시 전달돼 부정적 감정을 더욱 강화한다는 것이다.
반대로 톡신을 투여해 미간 근육을 강하게 찌푸리지 못하게 만들면, 우울감을 유지하는 피드백 고리 역시 약해질 수 있다는 논리다.
기존 경구용 항우울제와 달리 주사 한 번으로 수개월간 효과가 지속될 수 있고, 전신으로 약물이 흡수되지 않아 다른 약물과의 상호작용이 적다는 점도 톡신 치료제의 강점이다.
앨러간 2상까지 갔지만 문턱 넘지 못해
보툴리눔 톡신을 우울증 치료제로 개발하려는 시도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보톡스' 원개발사인 앨러간은 과거 대규모 우울증 치료제 임상 2상을 진행한 바 있다. 당시 특정 투여군에서 위약군 대비 우울 증상 감소 경향을 확인했지만, 핵심 평가 시점에서 통계적 유의성 기준을 근소한 차이로 충족하지 못했다.
앨러간은 이후 애브비에 인수됐고, 종근당바이오 파트너사인 힐리스 테라퓨틱스는 지난 2022년 애브비가 보유하던 보툴리눔 톡신의 주요우울장애 치료 관련 독점 라이선스를 넘겨받았다.
이번 티엠버스 개발 역시 과거의 임상 경험을 반면교사 삼아 환자 특성, 적정 용량, 투여 위치를 정교하게 재설계해 다시 사업화에 도전하는 시도로 풀이된다.
이외에도 미국 바이오기업 오브젝트 파마와 소규모 대학·병원 등에서 보툴리눔 톡신을 우울장애나 인격장애 치료제로 개발하려는 연구가 진행되고 있지만 아직 초기 단계다. 상업 임상에 돌입하는 종근당바이오와 힐리스가 가장 앞서 있는 셈이다.
진짜 승부처는 환자 대상 효능 검증
미국 임상 진입은 치료용 톡신 시장을 향한 의미 있는 첫걸음이지만, 아직 갈 길은 멀다. 이번 1상은 건강한 성인을 대상으로 한 안전성과 내약성 확인이 주된 목적이기 때문이다.
진짜 승부처는 실제 우울증 환자를 대상으로 항우울 효과를 통계적으로 입증해야 하는 후속 임상 2상이다.
"미간을 펴면 마음도 나아질 수 있다"는 흥미로운 가설이 임상 데이터를 통해 증명되며 미용보다 더 큰 치료용 톡신 시장을 열 수 있을지 업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