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금융 당국이 주가 1000원 미만의 이른바 '동전주' 퇴출 요건을 신설한 이후 일부 제약 바이오 기업들이 상장 유지 부담이 커지면서 유상증자와 인수합병(M&A) 등의 방식을 통해 활로를 모색하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주식병합·무상감자 등 기술적으로 명목 주가를 부풀리는 방식으로 대응하는 기업들도 많지만 기초체력 다지기에 나선 곳들도 등장하고 있다.
19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최근 한 달간 자금조달과 인수합병(M&A)에 나선 제약·바이오 기업은 모아라이프플러스·피플바이오·우정바이오 등이다.
이 가운데 백신 연구개발 기업 모아라이프플러스는 주식병합이나 무상감자 등 회계적 수단 대신 직접적인 자금 수혈을 통해 재무구조 개선에 나섰다. 회사는 지난 12일 에이치제이앤코조합을 대상으로 제3자 배정 유상증자를 통해 약 10억원을 조달키로 했다. 회사는 조달한 자금이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사용된다고 설명했다.
알츠하이머 혈액 진단 기업 피플바이오도 같은날 리얼리티젠을 대상으로 한 제3자 배정 유상증자 통해 32억원을 조달키로 했다. 회사는 조달된 자금은 운영자금으로 활용된다고 밝혔다.
인수합병 대상이 된 바이오 기업도 있다. 비임상 CRO 기업 우정바이오는 콜마홀딩스에 인수된다. 우정바이오는 지난 3일 콜마홀딩스를 대상으로 350억원 규모의 제3자 배정 전환사채(CB)를 발행했다. 전환사채를 보통주로 전환하면 콜마홀딩스의 지분율은 47.2%에 달해 최대주주에 등극하게 된다. 우정바이오는 주추총회 공시를 통해 콜마홀딩스 출신 인사 2명을 사내인사에 임명 안건을 부의하면서, 본격적인 지배구조 개편에 나선 모습이다.
바이오 10개사…주식병합 이어져
'동전주 퇴출'에서 벗어나기 위해 상당수 제약·바이오 기업들은 주식병합을 통한 기술적 대응에 나서고 있다. 지난달 12일 금융위원회의 상장요건 강화 발표 이후 3월 17일까지 주식병합을 결정한 제약·바이오 기업은 총 10곳으로, 휴마시스·HLB바이오스텝·HLB이노베이션·에스씨엠생명과학·화일약품·케이엠제약·씨유메디칼·네오이뮨텍·케이바이오·경남제약이 포함됐다.
주식병합은 여러 주식을 하나로 합쳐 유통 주식 수를 줄이고 주가를 높이는 방식이다. 예컨대 액면가 100원, 주가 1만원인 주식을 5대1로 병합하면 액면가는 500원, 이론주가는 5만원으로 상승한다. 자본금과 시가총액은 그대로지만 외형상 주가가 높아지는 효과를 낸다.
병합 비율은 대부분 5대1이다. 10개 기업 중 화일약품만 10대1 병합을 택했고, 나머지 9곳은 모두 5대1 액면병합을 선택했다. 화일약품은 액면가 500원짜리 주식 10주를 1주로 합쳐 액면가를 5000원으로 높인다. 휴마시스·HLB바이오스텝·케이엠제약·케이바이오·경남제약은 액면가 100원 주식을 500원으로, HLB이노베이션·에스씨엠생명과학·씨유메디칼은 액면가 500원 주식을 2500원으로 각각 병합한다.
다만 주식병합이 상장 유지를 보장하지는 않는다. 금융당국은 병합을 통한 동전주 요건 회피를 방지하기 위해 '액면가 대비 주가' 기준을 적용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병합 후 액면가가 2000원인 경우 주가가 그 이하로 떨어지면 동전주 요건이 재차 적용될 수 있다.
현재 이들 기업 상당수는 여전히 주가 1000원 이하의 동전주 구간에 머물러 있다. 다만 HLB바이오스텝과 HLB이노베이션은 16일 종가 기준 각각 1217원, 3820원을 기록해 퇴출 위기은 아니지만 병합에 나선 점이 눈에 띈다.
HLB 관계자는 "이번 주식 병합은 발행 주식 수를 줄여 주가를 적정 수준으로 조정하기 위한 자본정책의 일환"이라며 "상대적으로 낮은 주가 수준에서 형성된 시장 인식을 개선하고, 거래 단위 측면에서도 보다 효율적인 주가 구조를 만들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무상감자로 결손 털고 재무구조 정비
무상감자를 택한 기업들도 있다. 에이프로젠과 에이프로젠바이오로직스는 나란히 15대1 비율의 주식병합 방식의 무상감자를 결정했다. 감자 이후 이론상 주가는 15배 높아지는 것처럼 보인다.
무상감자에 따른 주가 상승 역시 회계적 조정에 따른 착시에 가깝다. 감자 이후에도 자본총액과 기업가치에는 실질적인 변화가 없기 때문에, 주당 가격만 높아질 뿐 주주가치가 개선되는 것은 아니다. 또한 무상감자는 누적 결손을 정리하기 위한 재무구조 개선 성격이 강하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액면병합이나 무상감자는 숫자를 바꾸는 것일 뿐, 실제 사업 경쟁력이나 현금창출 능력이 개선되는 건 아니다"라며 "주가 요건을 일시적으로 넘기더라도 펀더멘털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결국 동전주로 되돌아올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