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국내 증시 랠리가 이어지면서 백화점업계가 때아닌 호황을 맞았다. 외국인 관광객 증가로 매출이 회복된 데 이어 주식 투자 수익을 실현한 내국인 소비자들까지 백화점으로 발길을 옮기면서다. 특히 과거 명품 가방 중심이었던 소비가 워치·주얼리 등 자산 가치가 높은 품목으로 이동하는 등 소비 패턴에도 변화가 감지된다.
주식으로 번 돈 백화점서 쓴다
산업통상자원부의 주요 유통업체 매출 동향에 따르면 올해 1~4월 백화점 누계 매출 증가율은 17.4%를 기록했다. 특히 4월 매출은 전년 대비 21.7% 증가하며 오프라인 유통 채널 중 가장 높은 성장률을 기록했다. 설 명절에 따른 기저효과가 반영된 2월을 제외하면 사실상 올해 들어 가장 높은 성장세다. 백화점의 점포당 매출은 26.1% 늘었고 구매 건수도 11.4% 증가했다. 매장을 찾는 고객 수와 객단가가 동시에 상승한 셈이다.
업계는 백화점 매출 상승의 배경으로 '부의 효과(Wealth Effect)'를 꼽는다. 주가 상승으로 자산 가치가 불어나면서 소비 심리도 함께 살아났다는 분석이다. 실제 로코스피는 올해 들어 가파른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8000선을 돌파했고, 지난 16일에는 8700선을 넘어섰다. 증시 랠리로 주식 평가이익이 늘어난 데다, 차익 실현에 나선 개인 투자자들도 증가하면서 소비 여력 역시 확대되고 있다.
여기에 대기업 성과급 지급에 따른 가처분소득 증가도 소비 확대에 힘을 보탰다. 기업 실적 개선이 성과급과 임금 증가로 이어지고 다시 소비 증가로 연결되는 선순환 구조가 형성되고 있다.
해외여행 수요가 위축된 점도 백화점 입장에서는 호재다. 최근 원화 약세가 이어지는 데다, 중동 정세 불안으로 국제유가가 상승하면서 항공 유류할증료 부담까지 커졌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해외여행에 쓰일 소비가 국내 쇼핑으로 일부 이동하면서 백화점 소비를 뒷받침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로 국내 백화점 3사는 올해 1분기 일제히 두 자릿수 영업이익 성장률을 기록했다. 롯데백화점의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47.1% 증가했고 현대백화점은 39.7%, 신세계백화점은 30.7% 늘었다.
소비 품목 변화도 감지된다. 코로나19 시기에는 명품 가방이 보상 소비를 상징했다면 최근에는 고급 시계와 주얼리 수요가 늘고 있다. 일부 브랜드의 인기 모델은 구매 대기가 생겨날 정도다. 업계에서는 워치·주얼리가 단순 소비재를 넘어 자산 성격을 지닌 상품으로 인식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한다. 가격 인상 가능성이 높고 중고 거래 시장도 활성화돼있어 투자 가치까지 고려하는 소비자들이 늘고 있다는 설명이다.
고환율·관광수지 흑자
외국인 관광객 증가도 백화점 실적 개선을 뒷받침한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4월 한국 관광수지는 1억6000만달러 흑자를 기록했다. 지난 3월 BTS 광화문 공연 효과 등으로 6년 만에 흑자를 기록한 데 이어 두 달 연속 흑자를 이어갔다. 당초 시장에서는 4월 관광수지가 다시 적자로 돌아설 것으로 예상했지만 예상을 뒤집었다.
업계에서는 원화 약세에 따른 한국 여행의 가격 경쟁력 상승을 주요 배경으로 꼽는다. 여기에 중국과 일본의 정치적 갈등이 지속되면서 중국인 관광객의 한국 방문 수요가 증가한 점도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4월 방한 중국인 관광객은 전년 대비 29.6% 증가했다. 전체 방한 외국인 가운데 중국인 비중은 28.3%로 가장 높았고 일본인 비중도 15.0%를 기록했다.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지난 4월 서울을 방문한 외국인 관광객의 카드 소비액은 1조1532억원으로 전년 대비 50.5% 증가했다. 특히 대형 쇼핑몰 소비액은 2452억원으로 62.5% 늘었다. 원화 가치 하락으로 외국인 입장에서는 한국 쇼핑의 매력이 더욱 높아진 결과로 풀이된다.
하반기에는 외국인 효과가 더욱 커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특히 일본 정부가 오는 7월부터 여권 발급 수수료를 인하하기로 하면서 방한 일본인 수요 증가에 대한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일본의 여권 보유율이 한국보다 낮은 만큼 해외여행 수요 확대가 한국 관광과 쇼핑 소비 증가로 이어질 수 있다는 관측이다.
업계 관계자는 "상반기에는 외국인 관광객 증가가 실적 개선을 견인했다면 최근에는 국내 투자자들의 소비 회복세도 감지되고 있다"며 "주식시장 강세와 관광객 증가가 동시에 이어질 경우 고가 상품군을 중심으로 성장세가 더욱 뚜렷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