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유통]은 한주간 유통·식음료 업계에서 있었던 주요 이슈들을 쉽고 재미있게 정리해 드리는 콘텐츠입니다. 뉴스 뒤에 숨겨져 있는 또 다른 사건들과 미처 기사로 풀어내지 못했던 다양한 이야기들을 여러분께 들려드릴 예정입니다.[편집자]
가격 인상
축축한 장마가 지나가고 본격적인 여름이 시작된 한 주였습니다. 잠깐만 걸어도 어질어질할 정도로 뜨거운 햇빛이 내리쬐는 걸 느끼자니 '아 이게 여름이지' 하는 생각도 들고요. 앞으로 한 달여는 이런 더위를 견뎌야겠죠.
바라보면 어질어질한 건 여름뿐만은 아닙니다. 릴레이 가격 인상에 나선 식품업계의 가격표를 보면 여름 태양 못지 않게 아찔함이 느껴집니다. 그야말로 전방위 인상입니다. 음료부터 라면, 커피까지 안 올리는 곳이 없다는 느낌입니다.
더운 여름을 잊게 해 줄 탄산음료의 대표 주자 코카콜라는 이번 달부터 출고가가 8% 넘게 올랐습니다. 편의점 기준으로 500㎖ 페트가 2400원에서 2600원이 됐죠. 롯데칠성음료의 탄산 음료들도 5% 넘게 올랐습니다.
다른 먹거리도 마찬가지입니다. 농심 육개장사발면은 1100원에서 1200원이 됐고요. 새우깡도 100원 올랐습니다. CJ제일제당의 햇반과 비비고 만두도 각각 12%, 4.6% 인상됐습니다. 오뚜기는 이미 지난달부터 오른 가격표를 붙였습니다. 카레(6.1%), 당면(10%), 후추(17%) 등 고루 가격을 인상했죠.
어쩔 수가 없다
기업들이 가격을 올리는 건 나름대로 큰 결심이 뒤따라야 합니다. 적은 폭의 인상이라도 큰 불만이 찾아오기 때문입니다. 그런 만큼 가격 인상 발표 때는 늘 '앓는 소리'를 하게 됩니다. 그들의 목소리를 한 번 들어 볼까요.
농심은 이번 가격 인상 발표와 함께 "국제 정세 속 장기간 지속된 고환율, 고유가 여파로 포장재 등 자재가격이 급등하고, 이로 인해 누적된 원가부담이 심화된 상황”이라며 “그동안 내부적으로 원가절감과 경영효율화를 추진하며 감내해왔지만, 최근 들어 국내 수익성 악화와 협력사 납품가 인상 등으로 불가피하게 가격을 조정하게 됐다”고 밝혔습니다.
CJ제일제당 관계자는 "그동안 가격 인상 요인을 최대한 감내해왔으나, 주요 원·부재료비 상승이 지속되면서 원가 부담이 커져 일부 제품의 가격을 조정하게 됐다"며 "소비자 부담을 고려해 인상 품목과 폭은 최소화했다"고 말했죠. 다른 기업들도 대동소이합니다. 원가 부담이 커져 어쩔 수 없이 가격을 올렸다는 겁니다.
물론 '기업'은 이윤을 추구해야 합니다. 손해를 보면서 장사를 할 순 없죠. 원재료 가격이 치솟고 인건비가 오르고 물류비가 폭증해 손해를 볼 상황이라면 가격을 올려야 합니다. 그건 자연스러운 과정입니다. 시쳇말로 '땅 파서 장사할 수는' 없으니까요.
팩트 체크
하지만 그들은 또 '기업'인지라 늘 진실만 이야기하지는 않습니다. 정말 원재료비 상승이 지속되며 원가 부담이 커졌을까요. 정말 수익성이 심각할까요. 기업은 거짓말을 하지만 숫자는 거짓말을 하지 않죠.
지난 1분기 농심은 매출 9340억원, 매출원가 6506억원을 기록하며 원가율 69.7%를 기록했습니다. 지난해 1분기엔 각각 8930억원, 6399억원으로 71.7%였죠. 오히려 원가율이 크게 줄었습니다.
하필 지난해 1분기의 원가율이 너무 높아서 그랬던 걸까요. 최근 2년간 농심의 원가율은 각각 71.0%(2025년), 71.9%(2024년)였습니다. 올해 1분기 원가율은 2023년 이후 가장 낮은 수준입니다. 물론 영업이익도 지난해 1분기 561억원보다 크게 늘어난 674억원을 기록했습니다.
다른 곳들도 비슷합니다. 롯데칠성의 지난 1분기 원가율은 66.2%로 전년 대비 1.4%포인트 낮아졌습니다. 오뚜기는 83.3%에서 83.2%로 소폭 낮아졌고요. CJ제일제당 정도가 77.7%에서 78.1%로 소폭 높아진 정도입니다. 지난해 전체 원가율은 78.4%로, 1분기 원가율이 크게 훼손됐다고 보긴 어렵습니다.
일각에선 가격 인상은 기업의 권리이고, 가격 인상이 불만이라면 가격을 올리지 않은 다른 기업의 제품을 구매하면 될 일이라고 말합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자연스러운 흐름이라는 거죠. 하지만 시장 점유율이 높은 상위 제품은 그런 선택권도 일부 제한할 수 있습니다. 또 점유율 하위 제품의 '추종 인상'도 불러옵니다.
소비자단체도 이들의 가격 인상이 원가 상승과는 별 관계가 없다며 비판하고 있습니다.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 물가감시센터는 "롯데칠성음료, 오뚜기, 농심 등이 모두 올해 들어 매출과 이익은 증가하고 원가율은 하락했다"며 "평균 5% 이상의 가격 인상을 단행할 만큼의 부담이 컸었는지 되묻고 싶다"고 비판했습니다.
이번 가격 인상은 '원가 인상을 감내하다가 더 이상 견딜 수 없어서' 단행한 게 아닌, 향후의 원가 상승에 대비한 선제 조치이거나 수익성 확보를 위한 결정일 가능성이 크다는 겁니다. 이들이 과도한 억측을 하는 걸까요. 아니면 기업의 정곡을 찌른 걸까요. 소비자들은 곧 바뀐 가격표에 적응할까요. 아니면 가격 인상에 나서지 않은 '착한 기업'을 찾아 떠날까요. 천 길 물 속보다 알기 어려운 게 소비자의 마음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