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포랩스가 SK스토아 인수 문턱에서 위기에 몰렸다. 정부 심사에서 재정 능력 등이 미흡하다는 평가를 받자 인수 승인 신청을 자진 취하하면서다. 라포랩스는 자금 구조를 개편해 재신청한다는 계획이지만 재무 구조 개선과 노조 반발 등 넘어야 할 산이 많아 인수 무산 가능성까지 거론된다.
'미흡' 판정
방송통신미디어위원회는 지난 22일 라포랩스의 SK스토아 최다액출자자 변경승인 신청에 대한 심사 절차를 종료했다고 밝혔다. 라포랩스가 지난 16일 최다액출자자 변경승인 신청을 자진 취하했기 때문이다. 최다액출자자 변경승인 신청이란 방송사의 최대주주가 될 때 정부로부터 자격과 재정 능력을 검증받는 필수 절차다.
라포랩스는 지난해 말 SK텔레콤과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하며 SK스토아 인수에 나섰다. 이후 지난 1월 23일 방미통위에 SK스토아 최다액출자자 변경승인 신청을 접수했다.
방미통위는 라포랩스에 세 차례의 서류 보완을 요청한 후 전문가 심사위원회를 꾸려 이달 8일부터 10일까지 심사를 진행했다. 방미통위가 이 심사 결과를 바탕으로 안건 의결을 앞두고 있었다.
하지만 라포랩스가 심사 종료 일주일 만에 신청 취하서를 제출하면서 심사는 별도의 의결 없이 그대로 종료됐다. 이 신청을 취소했다는 것은 라포랩스의 SK스토아 인수가 잠정 중단된다는 의미다.
관련업계에서는 라포랩스가 심사 내용을 미리 파악하고 '불승인' 결정을 피하려 한 것 아니냐는 이야기가 나온다. 실제로 방미통위에 따르면 전문가 심사위원회는 라포랩스의 자금 조달 등 재정적 능력과 방송사업자 최다액출자자로서 해당 방송사 지원·발전 등에 관한 사항이 기준을 충족하지 못한다는 의견을 냈다.
라포랩스의 인수 자금 조달 계획에 문제가 있는 데다 SK스토아 인수 후 운영 계획도 미흡하다고 판단했다는 의미다. 이대로 방미통위 의결이 이뤄졌다면 불허 결론이 나왔을 가능성이 크다.
다만 라포랩스는 사전에 심사 결과를 알고 있었다는 논란에 대해서는 선을 긋고 있다. 인수 추진 과정에서 노동조합 반발 등 여러 변수가 발생해 계약서를 다시 써야 하는 상황이 됐고 SK텔레콤과 합의해 취하를 결정했다는 설명이다.
얕은 곳간
그럼에도 라포랩스의 재정 능력에 대한 의구심은 쉽게 가라앉지 않고 있다. 정부 기관인 방미통위마저 라포랩스의 재정적 능력과 지원 계획의 미흡함을 공식 지적했기 때문이다.
라포랩스의 자금 조달 능력에 대한 우려는 지난해 SK스토아 인수 후보로 언급되던 당시부터 꾸준히 제기돼 왔다. 라포랩스가 보유한 현금 및 현금성자산, 단기금융상품을 합친 가용자금은 653억원으로 업계에서 추정하는 SK스토아 인수가 1000억원대에 미치지 못한다.
게다가 라포랩스는 꾸준히 성장 중이기는 하지만 설립 후 한 번도 연간 흑자를 낸 적이 없다. 영업손실은 매년 줄고 있지만 지난해도 59억원의 적자를 냈다.
손실이 쌓이면서 미처리결손금은 644억원에 달한다. 자기자본도 226억원에 그쳐 대형 인수를 자체 체력만으로 감당하기는 어려운 구조다. 이런 재무 구조가 이번 방미통위 심사에서 걸림돌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라포랩스의 자금 조달 방법에 대해서도 논란이 일고 있다. 라포랩스는 SK스토아 인수 자금을 자체 보유 현금과 벤처캐피탈(VC) 신규 투자로 마련하기로 했다. 하지만 이 VC 투자가 벤처투자 촉진에 관한 법률(벤처투자법) 위반 소지가 있다는 지적이 나오기 때문이다.
벤처투자법은 VC가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대기업) 소속 회사에 투자하는 행위를 제한하고 있다. 창업 초기 벤처에 투자하는 역할을 해야하는 VC가 본래 취지와 달리 대기업 계열사에 투자할 수 없도록 하기 위해서다.
SK브로드밴드노동조합 SK스토아지부(SK스토아 노조) 역시 이번 매각을 반대하면서 라포랩스의 SK스토아 인수가 벤처투자법을 위반했거나 입법 취지에 어긋난다고 주장하고 있다.
라포랩스는 벤처투자법 위반 가능성이 높지 않다는 입장이다. 라포랩스 관계자는 "여러 법무법인에 자문한 결과 벤처투자법을 적용하기 어려운 문제라는 판단을 받았다"고 밝혔다.
여전한 인수 의지
그렇다고 라포랩스의 SK스토아 인수가 완전히 실패로 돌아간 것은 아니다. SK스토아 최대주주인 SK텔레콤과 라포랩스 모두 매각 및 인수 의지가 확고하다. 라포랩스는 SK텔레콤과 주주간계약을 다시 체결한 뒤 방미통위에 최다액출자자 변경 승인 신청을 다시 진행할 계획이다.
관건은 라포랩스가 재무 건전성을 얼마나 개선하느냐다. 자본을 확충하거나 부채 부담을 낮추는 조치가 뒤따르지 않으면 재신청 심사에서도 같은 지적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게다가 이번 최다액출자자 승인 신청 자진 취하 과정에서 방미통위와의 관계가 다소 껄끄러워진 점도 변수다. 방미통위는 심사가 이미 끝난 시점에 라포랩스가 신청을 취하한 데 대해 불승인 처분을 피하기 위한 회피성 취하라는 시선을 거두지 않고 있다.
방미통위는 신청 취하와 상관없이 의결권 행사 등 라포랩스의 방송법 위반 여부를 계속 살피겠다는 입장까지 내놨다. 정부의 정식 승인이 내려지기 전까지 SK스토아 경영에 개입해선 안 된다는 경고에 가깝다는 평가가 나온다.
노조가 여전히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는 점도 라포랩스에겐 악재다. 노조는 라포랩스의 인수 초기부터 시위를 이어가며 강력하게 인수를 반대하고 있다. 이번에도 라포랩스가 거래 구조만 바꿔 최다액출자자 변경 재신청을 할 경우 더 강한 총파업으로 맞서겠다고 예고한 상태다.
업계 관계자는 "SK텔레콤의 매각 의지, 라포랩스의 인수 의지가 여전한 상황인 만큼 인수 자체가 무산될 가능성은 낮다고 본다"면서도 "다만 재무 구조 개선과 노조 반발까지 겹쳐 있어 재신청도 순탄치만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