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아마존과 틱톡을 통해 미국 시장에 진출했던 K뷰티 브랜드들이 새로운 경로로 '올리브영'을 주목하고 있다. 올리브영이 미국 현지에 오프라인 매장을 오픈하면서 K뷰티 브랜드들에게 더 많은 기회가 생겼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K뷰티 브랜드들이 올리브영 미국 매장을 통해 오프라인 접점을 확보하고 세포라·얼타 등 현지 대형 유통망으로 확장하는 새로운 진출 공식이 만들어질지가 관심사다.
대세는 'K뷰티'
최근 미국 시장에서 가장 핫한 키워드는 단연 'K뷰티'다. 아마존 뷰티 카테고리 상위권에는 한국 브랜드들이 잇따라 이름을 올리고 있다. 틱톡에는 한국 화장품을 활용한 미국 인플루언서들의 스킨케어 루틴 영상이 높은 조회수를 기록 중이다.
겉보기엔 화려한 승전보의 연속이다. 하지만 화려한 성과 뒤에는 미국 시장에서 고군분투하는 국내 중소·인디 브랜드들이 있다. 미국은 성장 가능성이 큰 시장이지만 그만큼 진입 장벽도 높다. 아마존과 틱톡 등 온라인 채널을 활용하면 비교적 빠르게 현지 소비자에게 제품을 선보일 수 있지만 실적을 내는 건 별개의 문제다.
아마존은 진열대 제한이 없는 무한 경쟁 공간이다. 수많은 브랜드 사이에서 상단 노출을 유지하려면 광고비를 지속적으로 투입해야 한다. 틱톡을 통한 바이럴도 마찬가지다. 순간적인 유행을 타고 판매량이 급증하더라도 지속적인 재구매로 이어지지 않으면 일회성 성과에 그칠 수 있다.
오프라인 유통망 진입은 더 어렵다. 미국 뷰티 시장은 세포라와 얼타뷰티가 강력한 유통망을 구축하고 있다. 중소 브랜드가 뷰티 매장에 입점하려면 글로벌 브랜드와 치열한 경쟁을 해야 한다. 현지 인지도가 부족한 K뷰티 인디 브랜드가 입점 기회를 얻기란 하늘의 별 따기다.
미국에 깃발 꽂았다
하지만 이젠 해외 진출의 기회를 노리던 K뷰티 브랜드들에게도 새로운 돌파구가 생겼다. 바로 올리브영의 미국 현지 매장이다. 올리브영은 지난 5월 미국 캘리포니아주 패서디나에 첫 오프라인 매장을 열었다.
올리브영은 매장 내 80% 이상의 상품을 K브랜드로 구성했다. 국내 소비자 데이터와 수요, 글로벌 확장 가능성 등을 종합해 입점 브랜드를 선정했다. 지난 6월에는 미국 두 번째 매장인 '센추리시티점'도 열었다.
미국 전용 온라인몰과 현지 물류센터도 구축했다. 캘리포니아주 블루밍턴에 약 3600㎡ 규모의 서부 통합 물류센터를 마련해 오프라인 매장과 온라인몰의 재고를 관리하고 배송을 담당한다.
올리브영이 미국에서 구축하려는 건 단순히 매장 네트워크가 아니다. 오프라인 매장에서 제품을 체험한 소비자가 온라인에서 재구매하고 온라인에서 제품을 접한 소비자가 매장을 찾는 온·오프라인 연계 유통망이 올리브영이 추구하는 모습이다.
올리브영 관계자는 "미국에서 이제 막 오프라인 사업을 시작한 만큼 우선은 현지 소비자와의 접점을 넓히고 올리브영에 대한 인지도를 높이는 데 집중하고 있다"며 "오프라인 매장에서는 고객이 평소 궁금했던 제품을 직접 테스트해 보고 자신의 피부 타입이나 스타일에 맞는 제품을 추천받을 수 있어 온라인과는 다른 브랜드 경험을 제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 같은 접점을 통해 직접 오프라인 매장을 운영하기 어려운 중소·인디 브랜드들도 현지 소비자와 직접 만날 수 있는 기회를 확보할 수 있다"면서 "O.Y 멤버스데이와 같은 회원 대상 프로모션과 오프라인 행사를 통해 다양한 K뷰티·K웰니스 브랜드를 경험할 기회를 제공하고 현지 기반을 넓혀갈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미국 진출 부담 줄었다
미국 시장에서 K뷰티는 아직 주류는 아니다. 하지만 영토 확장 속도는 매우 빠르다. 시장조사업체 서카나(Circana)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미국 매스 뷰티 시장에서 K뷰티 점유율은 약 6% 수준이다. 아직 절대적인 비중은 제한적이지만 프레스티지 유통 내 K뷰티 매출은 전년 대비 23%, 매스 스킨케어 매출은 35% 증가했다.
올리브영의 미국 진출은 K뷰티가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만큼 글로벌 시장에서 유통 주도권을 선점하려는 행보로 풀이된다. 그동안 미국 소비자들이 SNS와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개별 K뷰티 브랜드를 발견했다면, 올리브영은 국내에서 소비자 반응을 확인한 다양한 브랜드를 한 곳에 모아 소개하는 방식으로 차별화했다.
올리브영의 미국 사업이 안착하게 되면 국내 K뷰티 브랜드의 미국 진출 방식에도 변화가 생길 수 있다. 특히 중소·인디 브랜드 입장에서는 올리브영이 제공하는 큐레이션과 체험, 마케팅, 물류 인프라를 통해 미국 진출 과정의 부담을 낮출 수 있다. 그간 올리브영은 국내에서 소비자 데이터를 기반으로 신진 브랜드를 발굴하고 성장시키는 역할을 해왔다. 이 같은 운영 방식을 미국 시장에도 적용하겠다는 생각이다.
실제로 미국에 입점한 중소브랜드들의 기대감도 크다. 스킨케어 브랜드 이퀄베리 관계자는 "올리브영은 엄선된 브랜드를 소비자가 직접 체험할 수 있는 오프라인 매장이라는 점에서 온라인 플랫폼과 차별화된다"며 "특히 뷰티 제품은 실제 사용감을 확인하는 과정이 구매 신뢰로 이어지기 때문에 체험이 중요한 요소"라고 말했다.
이너뷰티 브랜드 푸드올로지 관계자는 "미국 소비자가 제품을 직접 접하고 구매할 수 있는 오프라인 판매 접점을 확보했다는 점이 가장 큰 의미"라면서 "국내와 올리브영 글로벌몰에서 슬리밍 카테고리 판매 1위를 기록한 컷팅젤리를 시작으로 향후 미국 내 판매 채널을 확대해 대표적인 K이너뷰티 브랜드로 성장하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다만 올리브영이 미국에서 세포라와 얼타뷰티에 견줄 만한 유통망으로 자리 잡을 수 있을지는 아직 지켜봐야 한다. 개점 초기의 화제성을 지속적인 매출과 재구매로 이어가는 동시에 K뷰티에 관심이 높은 소비자를 넘어 일반 소비자까지 고객층을 넓히는 것이 과제다.
올리브영 관계자는 "국내 올리브영이 체험형 서비스와 제휴 이벤트로 다양하게 확장한 것처럼 미국에서도 회원 대상으로 여러 가지 서비스와 이벤트를 준비해 '올리브영 팬덤'을 육성할 것"이라며 "매장 운영, 상품 큐레이션, 프로모션 등을 미국 소비자의 눈높이에 맞춰 현지화해 '로컬 뷰티 리테일러'로 자리 잡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