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수 삼양식품 회장이 주식 20만주를 자녀들에게 증여하며 3세 승계의 신호탄을 쐈다. 증여가 장남인 전병우 삼양식품 전무에게 집중되면서 그의 지분율은 어머니인 김 회장을 넘어섰다. 업계에서는 이번 지분 정리를 기점으로 삼양식품의 승계가 본격화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개인 2대 주주로
김 회장은 지난 6일 보유 중이던 삼양식품 주식 20만 주를 장남 전병우 전무(17만1500주)와 장녀 전하영 씨(2만8500주)에게 각각 증여했다. 지난달 4일 증여 계약을 체결한 후 한 달 여 만이다.
이번 증여로 김 회장의 지분율은 기존 3.76%(28만3488주)에서 1.11%(8만3488주)로 축소됐다. 반면 전병우 전무의 지분율은 0.59%(4만4750주)에서 2.87%(21만6250주)로 상승했다. 이에 따라 전 전무는 어머니인 김 회장을 밀어내고 부친 전인장 전 회장(3.13%)에 이은 2위 개인 주주로 올라섰다.
거래는 '부담부증여' 형태로 진행됐다. 김 회장은 앞서 보유 주식을 담보로 IBK투자증권과 한국증권금융에서 대출을 받은 상태였는데 이 채무를 주식과 함께 자녀들에게 증여했다는 의미다. 전 전무는 김 회장에게 지분을 넘겨받으면서 IBK투자증권의 300억원, 한국증권금융의 386억원 등 총 686억원의 대출 채무를 승계했다. 전하영 씨는 한국증권금융 114억원을 떠안았다.
부담부증여는 수증자가 재산과 함께 채무를 인수하므로, 전체 주식가액에서 채무액을 제외한 순수 증여분에 대해서만 증여세가 부과된다. 증여일 종가 기준 전 전무가 받은 주식가치는 약 1883억원 수준이다. 여기에 인수 채무 686억원을 원을 제하여 과세 기준 금액이 1197억원으로 줄어들면서 절세 효과를 봤다.
커지는 지배력
1994년생인 전 전무는 삼양식품 창업주 고(故) 전중윤 명예회장의 손자이자 전인장 전 회장과 김정수 회장의 장남이다. 그는 2019년 삼양식품 해외사업본부 부장으로 입사해 경영 수업을 시작했다.
전 전무는 입사 후 초고속으로 승진 가도를 달렸다. 입사 이듬해인 2020년 이사로 승진한 뒤 2023년 상무, 그리고 입사 6년 만인 지난해 11월 전무로 승진했다. 현재 전 전무는 삼양식품 최고운영책임자(COO)와 삼양라운드스퀘어 전략총괄(CSO), 헬스케어BU장, 항노화·대사건강 연구조직인 미토믹스연구소 소장을 겸임하면서 신사업과 브랜딩을 직접 챙기고 있다.
이번 증여로 전 전무가 받은 삼양식품 지분이 절대 규모로는 크지 않은 만큼 경영권 승계에 큰 진전이 있었다고 보기는 어렵다. 현재 지주사 삼양라운드스퀘어의 지분은 김정수 회장이 32.0%, 전인장 전 회장이 15.9%, 전병우 전무가 24.2% 등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김 회장과 전 전 회장의 지분을 넘겨 받는 과정이 더 필요하다.
그럼에도 이번 증여 대상이 핵심 계열사 삼양식품 주식이라는 점에서 전 전무가 실질적인 영향력을 확대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핵심 사업회사 주주로서 책임경영을 실천해야 하는 의무도 짊어지게 됐다.
성과 입증
전 전무 앞에 놓인 가장 시급한 과제는 '불닭' 브랜드에 대한 높은 의존도를 낮추고 미래 성장 동력을 발굴하는 일이다. 삼양식품은 매출의 상당 부분을 불닭볶음면 단일 브랜드에 의존하고 있다. 지난해 삼양식품의 전체 매출 중 라면 등이 포함된 면스낵사업부 매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91.7%에 달했다. 이 매출의 대부분이 불닭볶음면에서 나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전 전무는 이런 매출 편중을 해소하기 위해 식물성 식품 브랜드 ‘펄스랩’과 건강기능식품 브랜드 ‘스핀들’을 선보였으나 아직 가시적인 성과를 내지 못한 상황이다. 두 사업이 속한 뉴트리션사업부 매출은 지난해 29억원으로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0.1%에 불과했다. 올해 1분기 매출 역시 7억원에 그쳤다.
불닭의 새로운 브랜딩과 연계한 신사업 역시 전 전무의 몫이다. 삼양식품은 12년간 써 온 기존 캐릭터 '호치'를 최근 '페포'로 교체하며 캐릭터를 활용한 IP(지식재산권) 사업 확대를 추진 중이다. 전 전무는 2022년 6월부터 2024년 3월까지 콘텐츠 계열사 삼양애니 대표이사를 맡아 새 캐릭터 '페포' 기획을 직접 주도한 인물인 만큼 이 신사업에서도 주도적인 역할을 맡을 것으로 보인다.
한편 이번 증여로 전인장 전 회장의 경영 복귀 가능성은 낮아졌다는 관측이 나온다. 전 전 회장은 2018년 횡령 혐의로 기소돼 2020년 대법원에서 유죄가 확정됐다.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에 따른 취업 제한 조치는 내년 1월 해제된다. 이번 증여로 장남 중심의 승계 구도가 명확해지면서 전 전 회장의 복귀 의사 자체가 크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에 무게가 실린다.
삼양식품 관계자는 "이번 증여는 김정수 회장이 오랜 기간 신중하게 검토해 온 결정에 따라 이뤄졌다"며 "회사 경영에 참여하고 있는 전병우 전무가 회사의 미래 성장과 기업가치 제고에 보다 깊은 이해관계와 책임감을 갖고 기여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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