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양식품이 '매운맛의 불모지'로 불리는 일본 라면 시장에서 '불닭' 브랜드를 앞세워 가파른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2019년 현지 법인 '삼양재팬' 설립 이후 정면 돌파를 선택한 삼양식품은 편의점 3사 등 전국 유통망을 확보하며 현지 매운 볶음면 시장의 절반을 점령했다. 최근에는 '케이콘 재팬 2026'에서 현지 맞춤형 신제품 '스와이시 불닭'을 공개하는 등 매운맛 입문자를 위한 '투트랙 전략'을 통해 시장 내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정면 돌파
삼양식품은 2019년 일본 현지 판매법인 삼양재팬을 설립했다. 이를 통해 기존 현지 대리점 중심 수출 구조에서 벗어나 유통·영업·마케팅을 직접 맡는 체제로 전환했다.
이런 결단의 배경에는 불닭볶음면의 성장세가 있었다. 2016년부터 2018년까지 삼양식품의 일본 수출은 연평균 138%씩 급성장했다. 기존 감자라면·김치라면 중심이던 수출 품목도 불닭볶음면·치즈불닭·까르보불닭 등 불닭 브랜드 제품으로 빠르게 재편됐다.
삼양식품이 일본행을 결정했을 당시 업계 안팎에서는 우려의 목소리도 적지 않았다. 일본 소비자들이 매운맛에 익숙하지 않은 데다, 새로운 식문화에 보수적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삼양식품은 현지 입맛에 맞춰 제품 고유의 정체성을 바꾸기보다는 불닭 브랜드 자체의 매력을 밀어붙이는 정면 돌파 전략을 택했다.
홍범준 삼양재팬 법인장은 "일본에서도 매운맛을 즐기는 소비층이 점차 늘고 있다"며 "오리지널 불닭을 선호하는 소비자층과 입문자를 위한 저자극 제품을 함께 가져가는 투트랙 전략을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일본 라면 시장에서 경쟁사들의 매운 라면이 젊은 여성층을 중심으로 인기를 끄는 현상에 대해서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홍 법인장은 "경쟁 심화라기보다 시장 파이 자체가 커지는 과정"이라며 "타사 제품으로 매운맛에 입문한 뒤 결국 불닭을 찾는 소비자도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 일본 볶음면 시장은 약 1조원 규모로 추산된다. 이 중 매운 볶음면 시장은 약 1000억원 수준이다. 삼양식품은 이 매운 볶음면 시장에서 약 50%의 압도적인 점유율을 확보한 것으로 보고 있다.
유통망 확대
삼양재팬은 지난해 유통 채널 확대에 사력을 다했다. 그 결과 세븐일레븐, 패밀리마트, 로손 등 일본 3대 편의점에 모두 입점하는 성과를 거뒀다. 현재 편의점 채널 입점률은 시기별로 다르지만 40~50% 선이다. 슈퍼마켓은 관동 지역 기준 50% 이상까지 확대됐다.
아울러 불닭 브랜드는 일본 최대 할인점 돈키호테를 비롯해 이온(AEON), 라이프(LIFE), 세이유(SEIYU) 등 전국 단위 대형 유통망에도 폭넓게 자리를 잡았다. 홍 법인장은 "'제품이 깔려 있어야 소비자가 산다'는 유통의 기본 원칙 아래 전방위적인 채널 확장에 집중해 왔다"고 강조했다.
이 같은 성장 배경에는 한류 확산도 큰 몫을 했다. K팝과 K콘텐츠를 통해 한국 식문화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불닭 브랜드 역시 자연스럽게 현지 소비자들에게 노출됐다. 여기에 현지 맞춤형 마케팅이 시너지를 냈다. 일본 유명 인플루언서 '마츠야 마이카'와 불닭 캐릭터 '호치'를 활용한 웹 광고는 유튜브 조회수 100만회를 돌파했다. 강렬한 매운맛 대신 귀엽고 친근한 분위기로 접근한 전략이 통했다는 평가다.
성과에 힘입어 삼양재팬 매출은 2024년 263억원에서 2025년 339억원으로 증가했다. 올해 1분기 매출은 99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3.8% 늘었다. 삼양재팬은 올해 연매출 500억원 돌파를 목표로 하고 있다.
문화 마케팅
삼양식품은 최근 일본 지바현 마쿠하리 멧세에서 열린 '케이콘 재팬 2026'에 참가해 소비자 접점 확대에도 나섰다. 단순한 시식 행사를 넘어 '한국의 문화 경험' 자체를 브랜드 마케팅으로 연결하는 전략이다. 삼양재팬은 행사 기간 동안 서울 한강공원 편의점을 콘셉트로 한 체험형 부스 '불닭마트'를 운영했다. 실제로 한국 편의점의 분위기를 고스란히 구현한 이 공간에는 사흘간 약 1만5000명의 인파가 몰렸다.
현장에서는 올여름 일본 출시 예정인 신제품 '스와이시 불닭볶음면'을 선공개하고 시식 행사도 진행했다. 스와이시는 '스파이시(Spicy)'와 '스위트(Sweet)'를 결합한 이름이다. 불닭 특유의 매운맛에 캐러멜의 달콤함을 더해 일본 소비자들의 진입 장벽을 낮췄다. 토핑으로는 별사탕이 들어가 매운맛을 잡아주는 동시에 색다른 식감을 더했다.
삼양식품은 스와이시를 일본 시장 저변 확대를 위한 '엔트리급(입문용) 핵심 제품'으로 키울 계획이다. 까르보불닭·오리지널불닭·크림까르보불닭에 이어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육성하겠다는 구상이다. 실제 케이콘 재팬 현장에서도 현지 방문객들로부터 "맛있게 맵다"는 호평을 받았다.
삼양재팬 관계자는 "부스 동선을 기획할 때 짧지만 강렬한 '한국 현지 체험'을 제공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며 "방문객들이 편의점에서 제품을 구매한 뒤 한강공원에서 음식을 즐기는 듯한 이색적인 경험에 높은 만족도를 보였다"고 전했다.
투트랙 전략
삼양식품은 당분간 일본 시장에서 '포스트 불닭'을 고민하기보다, 불닭 브랜드 자체의 영역을 넓히는 데 집중할 계획이다. 캐릭터 중심의 단발성 마케팅을 넘어, 불닭(BULDAK)과 프리미엄 브랜드 탱글(TANGLE)을 전면에 내세워 현지 소비자들의 제품 경험을 한층 강화하겠다는 전략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최근 일본 한정판으로 선보인 '불닭 카레'다. 초도 물량 15만 식이 빠르게 판매되며 한일 양국 SNS를 중심으로 뜨거운 반응이 이어지고 있다. 이와 함께 감자칩, 소스 등으로 카테고리를 다각화하는 전략도 병행 중이다.
동시에 매운 음식을 못 먹는 소비자층을 겨냥한 맵지 않은 제품군 확대도 추진하고 있다. 대표 주자는 프리미엄 건면 브랜드 '탱글'이다. 한국식 파스타를 라면 형태로 구현한 제품으로, 파스타 선호도가 높은 일본인들의 입맛을 정조준했다.
탱글은 큐텐(Qoo10)과 아마존(Amazon) 등 이커머스 채널을 중심으로 빠르게 영토를 넓히고 있다. 지난 3월에는 큐텐 자사몰에서만 1억원 이상의 매출을 기록하며 일본 내 전체 온라인 매출의 60%를 견인했다. 온라인에서의 인기를 바탕으로 현재 오프라인 매장 입점도 활발히 진행 중이다.
홍 법인장은 "불닭 시리즈뿐만 아니라 탱글과 같은 혁신 제품을 통해 매운맛에 부담을 느끼는 소비자층까지 저변을 넓혀나갈 것"이라며 "올해는 일본 시장에서 한 단계 더 도약하는 중요한 전환점이 될 것이며, 유통 채널과의 협력을 강화하고 다양한 소비자 이벤트를 통해 브랜드 인지도를 굳건히 하겠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