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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팔리는 '더미식' 내가 직접 판다…'분식집' 차린 하림

  • 2026.05.14(목) 16:02

하림산업, 서울시청에 '장인라면' 오픈
'더미식' 제품 활용한 라면·만두 등 판매
인지도 낮은 장인라면 접근성 높이기 위한 마케팅

서울 중구에 문을 연 '장인라면' 매장/사진=김아름 기자 armijjang@

하림산업이 '더미식 장인라면'을 내세운 분식점을 열었다. 막대한 투자에도 불구하고 좀처럼 매출이 늘지 않는 '장인라면'을 살리기 위한 카드다. 직장인 수요가 많은 서울시청 앞에서 5000원대 점심식사로 더미식을 '경험'하게 한다는 의도다. 

초구 스트라이크

하림산업은 지난 8일 서울 중구 서울시청 인근에 '장인라면' 분식집을 오픈했다. 더미식 장인라면과 비빔면 등 라면류, 더미식 육즙교자, 김밥 등을 판매하는 매장이다. 라면 제조사들이 신제품을 홍보하기 위해 단기 팝업 스토어를 운영하는 경우는 더러 있었지만 정식 매장을 열고 자체 브랜드 제품만을 판매하는 분식점을 연 건 하림산업이 처음이다.

하림의 '더미식'에 대한 태도는 한결같았다. '일단 먹어 보면 만족한다'다. 분식집이라는 카테고리를 택한 것도 이 때문이다. 접근성이 높은 입지에 매장을 열고 저렴한 가격으로 소비자를 끌어들여 '맛보게' 하면 이후에도 소비로 이어질 수 있다는 자신감이다. 

실제로 '장인라면' 매장의 가격대는 일반 장인라면이 5500원으로 경쟁 분식점과 비슷하거나 조금 비싼 수준이다. 하지만 장인라면의 소비자가격이 신라면·진라면·안성탕면보다 2~3배 이상 비싼 2200원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남는 게 없는' 가격 책정이다. 분식점 운영만으로 이익을 내겠다는 의도가 아니라는 의미다. 

장인라면 매장 전경/사진=김아름 기자 armijjang@

일단 초반 반응은 좋다. 오픈효과도 있겠지만 1만원 이하에 한 끼를 해결할 수 있다는 점이 직장인이 많은 시청 입지에 부합한다. 기자가 방문한 지난 13일 점심시간엔 매장에 발 디딜 틈이 없을 정도로 손님이 몰렸다.

하림 제품 외엔 취급하지 않는다는 단점도 하림산업의 '다제품 전략' 덕분에 상쇄된다. 라면과 비빔면 등 면류부터 돈까스와 만두 등 사이드, 김밥과 볶음밥 등 밥류까지 갖췄다. 메뉴를 보다 보면 자연스럽게 하림산업과 더미식의 다양한 제품 라인업을 인지하는 효과도 있다. 

매장 내에서도 "생각보다 괜찮다"는 이야기가 종종 들렸다. 간판부터 '장인라면'인데다 매장 내에도 더미식 브랜드 제품들이 전시돼 있어 홍보 효과도 누릴 수 있다. 상시 운영 팝업스토어 같은 느낌도 받을 수 있었다. 분식점 오픈을 통한 소기의 성과는 거뒀다는 이야기다. 

라면을 살려라

하림산업이 오프라인 분식점이라는 도전에 나선 건 더미식과 장인라면의 맛 평가와 판매량 사이 간극 때문이다. 더미식 장인라면은 출시 초부터 봉지당 2200원이라는 높은 가격으로 주목받았다. 농심이나 삼양식품도 성공하지 못한 2000원대 라면을 신생 브랜드가 시도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출시 초 맛에서 좋은 평가를 받지 못하면서 '비싸기만 한 라면'이라는 이미지가 붙었다. 

이후 비빔면, 오징어라면 등 좋은 반응을 얻은 후속 제품들이 출시되고 기존 장인라면도 맛을 리뉴얼하며 맛 평가는 크게 개선됐다. 밀가루를 제외한 대부분의 주재료를 국산 원물을 사용한 '프리미엄' 정책도 호평받았다. 가격 요소를 배제한 나머지 부분은 '괜찮다'는 평가다. 

하림산업 연간 실적/그래픽=비즈워치

문제는 이런 평가가 실적으로 이어지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하림산업은 지난해 매출 1094억원, 영업손실 1467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은 전년 대비 36.4% 늘어 처음으로 연매출 1000억원을 돌파했다. 하지만 이 기간 적자폭도 200억원 가까이 늘며 5년 연속으로 영업손실이 매출액을 넘어서게 됐다. 최근 3년간 매출 증가폭은 33.4%로 꾸준하지만 폭발적이진 않다. 

올해 1분기엔 매출 262억원을 기록해 전년 대비 10.5% 늘어나는 데 그쳤다. 그나마 라면이 중심인 면류 매출이 수출을 시작한 덕에 18% 늘어난 영향이다. 조미식품(갈비탕 등 간편식)과 즉석밥은 매출이 뒷걸음질쳤고 냉동식품도 전년 수준에 머물렀다. 이 사업에 큰 기대를 건 김홍국 하림그룹 회장으로서는 아쉬운 성적표다. 

카레라면(8500원)과 장인라면 맵싸한 맛(5500원), 참치김밥(5500원)/사진=김아름 기자 armijjang@

업계에선 론칭 초기 굳어진 '비싼 제품' 이미지가 소비자들의 접근성을 낮췄다고 보고 있다. 가격에 대한 심리적 저항선이 있어 자주 할인에 나서는 라면과 만두 등을 주력으로 하는 브랜드가 '비싸다'는 이미지가 박히면 시식 등에서 좋은 평을 받아도 쉽사리 구매 전환이 이뤄지지 않는다는 이야기다.

현재 '장인라면' 매장의 인기가 높은 것 역시 채널에서의 장인라면 포지션과 달리, 기존 분식점과 차이가 크지 않은 가격대로 소비자들을 공략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장인라면 분식점도 '프리미엄'을 내세워 7000~8000원에 라면을 팔았다면 결과가 달랐을 것이란 설명이다.

업계 관계자는 "브랜드가 직접 나서 자사 제품을 알리는 분식점을 연 건 좋은 마케팅 방식"이라면서 "단순히 마케팅 수단으로만 활용하기보단 매장을 늘려 아예 '프리미엄 분식점' 콘셉트의 운영을 이어가도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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