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컨셉이 다시 본업인 '패션' 강화에 속도를 낸다. 지난 3월 대표이사 교체 이후 한 달 만에 조직 개편을 단행한 데 이어 최근 무신사 출신 크리에이티브 총괄 전문가까지 영입했다. 29CM에 내준 여성 패션 플랫폼 주도권을 되찾기 위한 체질 개선 작업이 본격적인 궤도에 올랐다는 분석이다.
본업에 집중
업계 등에 따르면 W컨셉은 최근 무신사 크리에이티브 총괄 출신 김항래 마케팅담당을 영입했다. 김 담당은 1981년생으로 제일기획 글로벌 아트디렉터를 거쳐 카카오, 메타, 무신사 등 국내외 플랫폼 기업에서 브랜딩 업무를 맡아온 인물이다.
특히 그는 무신사 29CM 부문에서 크리에이티브 총괄로 활동하며 '이구위크', '이구홈위크' 등 주요 캠페인의 브랜딩을 주도했다. 29CM 오리지널 콘텐츠 기획과 설계에도 참여하며 브랜드 감도를 끌어올렸다는 평가를 받는다.
W컨셉은 지난 3월 이지은 상품2담당 상무를 신임 대표로 전격 선임했다. 신세계그룹 정기 인사 시기가 아님에도 대표이사를 교체하며 경쟁력 회복에 나섰다. LF와 코오롱인더스트리 FnC를 거친 패션 전문가인 이 대표의 등판은 단순한 수장 교체를 넘어 플랫폼의 방향성을 다시 패션 본업에 맞추겠다는 신호로 읽힌다.
대표 교체 이후 조직 개편도 빠르게 이어졌다. W컨셉은 지난 4일 전사 경쟁력 제고를 목표로 디자인 조직 통합을 골자로 한 조직 개편을 단행했다. 마케팅 조직 내에는 디자인랩을 신설했다. 새로 영입된 김 담당은 앞으로 비주얼·디자인 중심의 고객경험(CX) 혁신과 온·오프라인 브랜딩 고도화를 맡게 된다.
이 같은 인사와 조직 개편의 배경에는 W컨셉이 내건 '패션 본업으로의 회귀' 전략이 자리한다. W컨셉은 지난달 상품 조직의 역할과 책임(R&R)을 재정비하며 기존 '상품 1·2담당' 명칭을 각각 '패션 1·2담당'으로 변경했다. 단순 상품 운영 조직이 아니라 패션 큐레이션과 브랜드 포트폴리오 관리에 집중해 패션 전문성을 강화하겠다는 의지다.
이와 함께 신진 디자이너 브랜드 발굴·육성 조직인 'KAM(Key Account Management)팀'도 부활시켰다. 이는 W컨셉의 정체성과도 맞닿아 있다. W컨셉은 과거 대기업 브랜드와 동대문 보세 의류로 양분됐던 시장에서 '디자이너 브랜드'라는 카테고리를 온라인에 안착시킨 개척자다.
당시 W컨셉은 세련된 화보와 몰입감 있는 브랜드 스토리를 앞세워 신진 디자이너 브랜드를 대중에게 소개하는 '온라인 쇼룸' 역할을 했다. 생산량이 적고 주문 제작 비중이 높은 디자이너 브랜드의 특성을 온라인 유통 체계에 맞게 최적화하기도 했다.
결과적으로 소수 마니아층에 머물던 신진 디자이너 브랜드를 제도권 시장의 주류로 끌어올린 플랫폼이 바로 'W컨셉'이었다. 실제로 잉크, 렉토, 마뗑킴, 닐바이피 등 여러 디자이너 브랜드는 W컨셉을 발판 삼아 성장 기반을 다졌다. W컨셉은 이러한 과거의 성공 공식을 다시 꺼내 들고 '디자이너 브랜드의 등용문'이라는 명성을 되찾겠다는 구상이다.
시장 판도 흔들까
업계에서는 W컨셉의 이번 행보를 29CM와의 격차를 좁히기 위한 승부수로 보고 있다. 2021년까지만 해도 업계 1위를 수성했던 W컨셉은 이후 후발 주자인 29CM에 선두 자리를 내줬다. 지난해 거래액 기준 29CM는 약 1조3000억원으로 고속 성장하며 W컨셉(약 6500억원)과의 격차를 두 배 가까이 벌렸다. 월간 활성 이용자 수(MAU) 역시 29CM가 앞서고 있다.
양사의 상반된 전략적 행보도 관전 포인트다. 29CM는 홈·리빙·키즈로 카테고리를 넓히고 오프라인 매장을 늘리는 '영토 확장'에 주력하고 있다. 반면, W컨셉은 지난해 9월 오프라인 매장을 전면 철수하며 ‘선택과 집중’을 택했다. 오프라인 효율화로 확보한 동력을 온라인 고객 경험(CX) 고도화와 신진 브랜드 육성에 쏟아부어 본연의 체급을 키우겠다는 생각이다.
W컨셉 관계자는 "더블유컨셉만의 독보적인 큐레이션 역량에 마케팅 기획력을 더해 브랜드 팬덤을 확보하고자 한다"며 "차별화된 쇼핑 경험을 제공해 매출과 고객 로열티를 확보하겠다"고 말했다.
W컨셉은 이번 KAM팀의 부활과 김 담당의 영입을 기점으로 신진 디자이너 브랜드 육성, 고유의 브랜드 스토리 발굴 등 플랫폼 본연의 브랜딩 강화에 힘을 쏟을 계획이다. 내실 다지기와 동시에 플랫폼 편의성 개선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최근 앱 UI·UX 디자인을 전면 개편하고 '선물하기' 등 핵심 기능을 고도화하며 온라인 사용자 환경을 한층 끌어올렸다.
국내 시장을 넘어 글로벌 무대로의 접점 확대도 꾀하고 있다. 최근 진행한 '한-베트남 비즈니스 파트너십 쇼케이스'가 대표적이다. W컨셉은 역량 있는 K패션 브랜드의 해외 진출을 지원하는 '글로벌 가교' 역할을 자처하며, K디자이너 브랜드의 판로를 세계 시장으로 넓히는 외연 확장에 나서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W컨셉이 지닌 MD 역량에 29CM의 성장을 이끈 브랜딩 노하우가 더해진다면 강력한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것"이라며 "온라인 집중 전략은 플랫폼 본연의 감도와 운영 효율을 극대화할 수 있다는 점에서 강점"이라고 말했다.
이어 "다만 오프라인 체험을 중시하는 최근 소비 흐름 속에서 이를 온라인 콘텐츠만으로 얼마나 상쇄하고 나아가 브랜드 팬덤으로 전환할 수 있느냐가 주도권 탈환의 핵심 과제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