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유통]은 한주간 유통·식음료 업계에서 있었던 주요 이슈들을 쉽고 재미있게 정리해 드리는 콘텐츠입니다. 뉴스 뒤에 숨겨져 있는 또 다른 사건들과 미처 기사로 풀어내지 못했던 다양한 이야기들을 여러분께 들려드릴 예정입니다.[편집자]
갑자기 하림
어느새 벚꽃이 다 지고 푸른 잎들이 그 자리를 대신하는 봄의 끄트머리가 다가왔습니다. 밤엔 조금 쌀쌀한가 싶다가도 한낮에는 반팔 차림이 어색하지 않을 만큼 햇빛이 제법 따뜻한 걸 보면 곧 여름이 시작될 것 같습니다.
여름이 성수기인 유통·식품업계 역시 다양한 이슈들로 북적북적합니다. 신제품을 내놓는 곳들도, 새로운 프로모션을 준비하는 곳들도 많고요. 그간의 성과를 알리고 올해의 목표를 세우기 위해 대규모 행사를 여는 곳들도 많습니다.
그 와중에 가장 바쁜 곳이라면 역시 홈플러스를 들 수 있을 겁니다. 이번 주 초 홈플러스 익스프레스의 공개 입찰이 마감되며 본격적인 매각 준비에 나서야 하기 때문입니다. 홈플러스 익스프레스의 새 주인 후보에 선정된 건 놀랍게도 하림그룹이었습니다.
하림그룹은 계열사인 NS홈쇼핑을 통해 본입찰에 참가, 우선협상대상자에 지정됐습니다. NS홈쇼핑은 하림지주가 지분 100%를 보유한 홈쇼핑 계열사입니다. NS홈쇼핑이 오프라인 채널 사업에 뛰어들기 위해 인수전에 뛰어든 건 아닐 테니, 이번 인수는 하림그룹 차원에서의 신사업 진출이 목표겠죠.
물론 우선협상대상자는 말 그대로 '협상을 먼저 하는' 기업일 뿐 매각이 확정된 건 아닙니다. 하림그룹은 지난 2023년에도 HMM 경영권 매각 우선협상대상자에 선정됐지만 이듬해 2월 최종 합의를 이루지 못하고 인수에 실패한 바 있습니다.
하지만 이번 홈플러스 익스프레스 인수전의 경우엔 큰 문제 없이 인수가 가능할 것이란 전망이 많습니다. HMM과 달리 홈플러스의 경우 파산 가능성이 제기될 정도로 운영이 어려운 상황이기 때문입니다. 그런 만큼 인수 가능성은 제쳐 두고 인수 후의 그림을 그려봐도 크게 문제는 없을 겁니다. 그래서 이번 [주간유통]은 '팩트'가 아닌, '썰'을 한 번 풀어 보려고 합니다.
하림슈퍼?
인수 주체인 NS홈쇼핑은 온·오프라인 경쟁력 강화를 위해 SSM을 인수하게 됐다는 입장입니다. TV홈쇼핑에 홈플러스 익스프레스 오프라인 매장을 연계, 홈쇼핑 상품을 SSM에서 팔고 SSM 입점 상품을 홈쇼핑에서도 판다는 건데요. 얼핏 들으면 그럴듯하지만 실제로 구현되기는 쉽지 않은 콘셉트입니다.
홈쇼핑 상품과 SSM 상품은 동일한 제품이라 해도 구성과 가격이 천차만별입니다. 대용량 묶음 판매가 일반적인 홈쇼핑과 낱개 판매가 기본인 오프라인 매장의 차이가 크고, 수수료 역시 다르게 적용됩니다. 이미 SSM과 편의점이라는 오프라인 플랫폼을 확보한 GS샵, 모기업이 국내 최대 오프라인 유통 기업인 롯데홈쇼핑도 적극적으로 오프라인 채널을 운용하지 않고 있죠.
업계에선 프리미엄 식품 사업에 큰 관심을 갖고 있는 김홍국 하림 회장이 홈플러스 익스프레스를 차세대 프리미엄 식품 채널로 키우려는 목적이 있다고 봅니다. 근거는 있습니다. 채 300개가 되지 않는 홈플러스 익스프레스 매장은 전국 단위의 홈쇼핑 채널과 연계해 운용하기엔 '한 끗'이 모자란 규모입니다. 각 매장의 규모 역시 크지 않습니다.
하지만 이를 '프리미엄 식재료 마켓'의 기준으로 보면 상황이 달라집니다. 이 시장의 1위 사업자였던 초록마을은 전국에 200여 개의 매장을 운영 중입니다. 비슷한 콘셉트의 오아시스 매장은 채 50개가 되지 않습니다. 핵심 입지에 300여 개 매장을 보유한 홈플러스 익스프레스는 SSM으로서는 경쟁력이 떨어지지만 이 시장에선 '왕'이 될 수 있죠.
홈플러스 익스프레스가 '프리미엄 푸드 마켓'이 된다면 하림그룹의 최근 방향성과도 부합합니다. 하림그룹은 2021년 신규 식품 브랜드 '더미식'을 론칭했습니다. 더미식은 '건강하고 좋은 자연 그대로의 재료'를 내세운 브랜드입니다. 론칭 초기부터 MSG를 넣지 않은 라면, 쌀과 물로만 만든 즉석밥 등을 강조하며 다른 식품 기업과의 차별점을 내세웠죠.
지난해 하반기엔 신선식품 직배송 플랫폼 '오드그로서'를 론칭했습니다. △당일 산란한 달걀 △당일 도축한 닭고기와 오리고기 △도축 5일 이내의 돼지고기 △당일 도정·착유한 쌀과 참기름 등 가장 신선한 식재료를 공급한다는 원칙을 내세운 이커머스 플랫폼입니다.
프리미엄 푸드 존?
김 회장은 지난해 9월 전라북도 익산에서 열린 'NS푸드페스타'에서 "마트에서 오늘 사온 식품은 신선하다고 생각하지만 그 달걀, 그 고기가 마트에 오기까지 최소 3일은 걸린다"며 "수도권 고객들에게 가장 신선한 식품을 제공하려면 도심 안에 물류센터가 있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전국 주요 도시에 포진한 홈플러스 익스프레스는 오드그로서의 물류센터 역할도 수행할 수 있습니다. 현재는 주문 후 익일 배송을 진행하고 있지만 추후 '퀵커머스'로의 진화도 노려볼 만합니다. 김 회장이 이야기한 '가장 신선한 식품의 제공'에 걸맞는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게 되는 겁니다.
더미식과 오드그로서 모두 일반적인 식재료보다 고가인 만큼 '프리미엄 매장'에 적합한 브랜드입니다. NS홈쇼핑보다는 오드그로서와 더미식의 상품을 활용해 홈플러스 익스프레스를 '프리미엄 푸드 존'으로 꾸밀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문제는 이 시장 자체가 최근 들어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점입니다. 업계 1위 사업자였던 초록마을은 정육각이 인수한 뒤 회생 절차에 들어갔고 아직까지도 주인을 찾지 못했습니다. 공교롭게도 '초신선'을 내세웠던 정육각과 하림 '오드그로서'는 플랫폼 콘셉트도 거의 동일합니다. 15년 연속 흑자를 내며 안정적인 사업을 이어가고 있는 오아시스 역시 티몬 인수 탓에 지난해 영업이익이 대폭 줄었습니다.
물론 하림그룹은 이들보다 한 발 앞서 있습니다. 탄탄한 실적을 내는 모기업이 있어 일시적인 부진에 흔들리지 않습니다. 해운(팬오션), 사료·축산(선진·팜스코), 가공(하림산업), 물류(양재동 물류센터)로 이어지는 수직계열화도 이뤄냈습니다. 안정적인 제조·유통·판매 시스템이 구축된 만큼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은 경쟁자들에 비해 수월하게 사업을 진행할 수 있다는 기대감이 있습니다.
물론 하림그룹이 홈플러스 익스프레스를 어떻게 활용할 지는 아직 미지수입니다. 이제 인수의 첫 발을 떼었을 뿐, 도장도 찍지 않은 상태입니다. 지금부터는 하림그룹과 김 회장이 어떤 행보를 걸어갈 지 지켜봐야 합니다. 하림이 지지부진했던 SSM 시장에 지각변동을 일으킬 수 있을까요. 아니면 또 한 번의 '찻잔 속 태풍'으로 그칠까요. 이제 시작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