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코오롱티슈진의 골관절염 치료제 'TG-C'가 미국 임상 3상에서 1차 평가지표를 충족하지 못하면서,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들의 험난한 후기 임상 도전사가 다시금 조명받고 있다.
유한양행의 비소세포폐암 치료제 '렉라자', HK이노엔의 위식도역류질환 치료제 '케이캡'처럼 상업화에 성공한 국산 신약도 등장했지만, 대규모 환자를 대상으로 약효를 증명해야 하는 임상 3상의 벽은 여전히 높았다.
임상 3상이 멈춰 선 이유는 제각각이다. 치료군의 증상은 개선됐으나 위약군과의 통계적 유의성을 입증하지 못하거나, 성공 가능성이 낮다는 중간 평가에 시험을 조기 종료하기도 했다. 심지어 약효를 확인하고도 사업성을 이유로 개발을 접은 사례도 있다.
다시 설계한 3상도 결과를 바꾸지 못했다
헬릭스미스와 강스템바이오텍은 첫 번째 3상 실패 이후 환자 선정과 시험 설계 등을 다듬어 재도전에 나섰으나, 두 번째 시험에서도 유효성을 입증하지 못했다.
헬릭스미스는 유전자치료제 '엔젠시스(VM202)'를 당뇨병성 신경병증 치료제로 개발하며 한때 코스닥 바이오 업계의 대표 주자로 주목받았다. 그러나 2019년 미국 임상 3-1상에서 통증 감소 관련 1차 평가지표를 충족하지 못한 데다, 위약 혼용 가능성까지 제기되며 논란을 겪었다. 이후 평가 방식을 보완해 후속 3-2상과 3-2b상을 진행했지만, 2024년 발표된 결과에서도 치료군이 위약군보다 우월하다는 점을 입증하지 못했다.
강스템바이오텍의 줄기세포 아토피피부염 치료제 '퓨어스템-에이디주' 역시 두 차례의 3상에서 고배를 마셨다. 2019년 첫 3상에서 치료군 반응률이 위약군보다 높았으나 통계적 유의성을 확보하지 못했고, 환자 선정 기준을 보완해 진행한 2024년 두 번째 3상에서도 12주 차에 아토피 증상이 절반 이상 개선된 환자 비율이 치료군 32.95%, 위약군 29.29%에 그치며 한계를 노출했다.
끝까지 못 간 신라젠, 차이 못 낸 신풍제약
신라젠과 신풍제약은 모두 3상 문턱을 넘지 못했지만, 임상 종료 방식에는 차이가 있었다.
신라젠은 항암바이러스 후보물질 '펙사벡'의 간암 글로벌 임상 3상(PHOCUS)을 진행하던 중, 2019년 독립적 데이터모니터링위원회(DMC)로부터 무용성 평가 결과를 통보받았다. 임상을 끝까지 진행해도 1차 목표인 전체생존기간(OS) 개선을 달성할 가능성이 낮다는 판단이었다. 신라젠은 이 권고를 수용해 임상을 조기 종료했다.
반면, 신풍제약의 '피라맥스' 코로나19 임상 3상은 예정된 환자 모집과 분석을 모두 마쳤으나 유효성 입증에 실패한 사례다. 기존 말라리아 치료제인 피라맥스를 코로나19 치료제로 약물 재창출하기 위해 1420명 규모의 글로벌 임상을 진행했지만, 2023년 톱라인 결과와 2024년 최종 결과보고서에서 모두 위약군 대비 중증화 예방 효과 등 통계적 유의성을 확보하지 못했다.
약효 확인하고도 개발 접은 LG화학
임상 3상 중단이 반드시 약효 입증 실패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LG화학의 통풍 치료제 '티굴릭소스타트' 사례다.
LG화학은 첫 번째 다국가 임상 3상(EURELIA1)에서 티굴릭소스타트의 안전성과 위약 대비 우월성을 확인했다. 그러나 회사는 2025년 3월, 두 번째 임상 3상(EURELIA2)을 자진 중단하기로 결정했다. 후속 임상과 허가, 상업화까지 소요되는 막대한 비용을 예상 시장 가치와 저울질한 결과, 개발 지속이 비효율적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대신 LG화학은 티굴릭소스타트에 투입하려던 자원을 두경부암, 면역항암제 등 항암 신약 파이프라인에 집중하기로 했다. 신약의 운명이 단편적인 임상 데이터뿐만 아니라 경쟁 약물, 예상 약가, 시장 규모, 그리고 상업화 비용 등 종합적인 사업성에 의해 결정된다는 점을 시사한다.
실패 교훈…냉철한 옥석 가리기
잇따른 후기 임상의 좌절은 신약 개발이 지닌 본질적인 리스크인 동시에, K-바이오가 글로벌 빅파마로 도약하기 위해 반드시 거쳐야 할 '성장통'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수천억원이 투입되는 임상 3상은 단순한 약효 확인을 넘어 시장에서의 상업적 경쟁력을 입증하는 최종 관문이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과거에는 3상 진입이 시장의 호재로 작용했지만, 이제는 정교한 임상 설계와 냉철한 사업성 분석 없이는 최종 문턱을 넘을 수 없다는 학습 효과가 업계 전반에 쌓이고 있다"면서 "막연한 기대감보다는 임상 데이터와 타당성에 기반한 냉철한 옥석 가리기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