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림그룹이 홈플러스 익스프레스를 품고 단숨에 SSM(기업형 슈퍼마켓) 업계 3위에 오른다. NS홈쇼핑이 홈플러스 익스프레스 매각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면서다. 이번 인수로 하림그룹은 축산, 제조, 물류에 오프라인 유통 채널까지 확보하며 식품 사업 밸류체인을 완성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다만 인수 주체인 NS홈쇼핑의 본업과 SSM의 업태가 다른 만큼 실질적인 시너지를 낼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홈쇼핑과 SSM의 결합
NS홈쇼핑은 지난 21일 마감된 홈플러스 익스프레스 공개입찰에 참여했다. 매각 주간사 삼일회계법인이 본입찰 마감 당일 곧바로 NS홈쇼핑을 우선협상대상자로 지정했다. 홈플러스는 "조속히 세부 내용에 대한 협상을 마무리 짓고 본 계약을 체결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NS홈쇼핑은 하림그룹 지주사 하림지주가 지분 100%를 보유한 계열사다. 식품 편성 비중 60%의 식품 전문 홈쇼핑이다. 지난해 매출액은 6121억원, 영업이익은 521억원을 기록했다.
NS홈쇼핑은 식품 전문성을 기반으로 온·오프라인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홈플러스 익스프레스를 인수하기로 했다. 기존 TV홈쇼핑, T커머스, 온라인·모바일몰에 홈플러스 익스프레스의 전국 오프라인 매장을 연계해 경쟁력을 높인다는 계획이다.
특히 NS홈쇼핑의 중소 식품 협력사에는 오프라인 매장이라는 새로운 판로를, 홈플러스 익스프레스 기존 입점사에는 NS홈쇼핑의 온라인·모바일 채널 입점 기회를 제공한다는 구상이다.
인수 금액은 홈플러스와 대주주 MBK파트너스가 당초 기대했던 3000억원에는 미치지 못할 것으로 알려졌다. NS홈쇼핑은 인수가를 감당할 충분한 재무 여력을 갖추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 현금 및 현금성 자산 551억원, 단기금융상품 820억원 등 총 1371억원의 가용 가능한 자금을 보유 중이다. 부채비율도 60% 수준에 불과해 추가 차입 여력도 충분하다.
NS홈쇼핑은 "25년 동안 신선 농산물과 다양한 식품들을 취급해 온 경험과 역량은 SSM인 홈플러스 익스프레스의 안정적이고 지속가능한 성장에 플러스가 될 것"이라며 "인수가 성사될 경우 양사의 강점을 결합해 지속가능한 성장 기반을 마련할 것"이라고 밝혔다.
마지막 퍼즐
업계에서는 하림그룹이 홈플러스 익스프레스 인수를 통해 오랫동안 추진해온 식품 밸류체인의 마지막 퍼즐을 채울 것으로 보고 있다. 하림그룹은 해운(팬오션), 사료·축산(선진·팜스코), 가공(하림산업), 물류(양재동 물류센터)로 이어지는 수직계열화를 완성했지만 소비자에게 직접 닿는 오프라인 유통 채널이 빠진 상황이다. 홈플러스 익스프레스가 전국 293개 점포를 보유하고 있는 만큼 하림그룹은 부족했던 유통 채널을 단숨에 확보할 수 있다.
특히 B2C 식품 제조업을 영위하고 있는 하림산업의 경우 이번 인수로 큰 수혜를 받을 것으로 기대된다. 하림산업은 HMR(가정간편식) 브랜드 더미식, 푸디버디 등을 선보이고 있다. 홈플러스 익스프레스 인수로 하림산업이 생산한 HMR 제품을 전국으로 유통하는 추가 판로를 확보할 수 있을 전망이다.
또 하림그룹이 2029년 완공을 목표로 서울 서초구 양재동에서 추진 중인 양재 도시첨단물류센터와의 시너지도 기대하고 있다. 하림그룹은 양재동 물류센터에서 HMR 제품을 분류·보관하고 이를 홈플러스 익스프레스 매장망을 통해 소비자에게 배송하는 구조를 만들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하림이 지난해 9월 선보인 신선식품 이커머스 플랫폼 '오드그로서'와 홈플러스 익스프레스를 연계하는 방안도 거론된다. 오드그로서는 당일 산란 달걀, 당일 도계 닭고기 등을 직송하는 '피크타임' 개념을 내세운 플랫폼이다. 홈플러스 익스프레스 매장을 오드그로서의 오프라인 거점으로 활용, 오아시스마켓이나 초록마을 같은 프리미엄 신선식품 매장으로 전환하는 것도 가능하다.
업태 불일치는 의문
하지만 업계에서는 NS홈쇼핑이 홈플러스 익스프레스 인수로 실질적인 시너지를 낼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홈쇼핑과 SSM은 둘 다 소비자에게 물건을 판다는 점에서는 비슷해보이지만 실제로는 상당히 다른 업태이기 때문이다.
홈쇼핑은 식품, 패션, 가전 등을 정해진 시간 안에 방송을 통해 판매해야 하는 플랫폼이다. 단시간에 대량의 상품을 판매하는 것이 핵심이다. 반면 SSM은 신선식품과 일상용품을 오프라인 매장에서 직접 판매하고 일상적으로 재고를 관리해야 한다. NS홈쇼핑은 과거 SSM인 'NS마트'를 운영한 경험이 있지만 오프라인 유통 경험 부족으로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했다. 결국 사업 개시 6년 만인 2012년 이마트에 NS마트를 매각했다.
아울러 업태가 다른 NS홈쇼핑이 홈플러스 익스프레스 인수 주체로 나선 것을 두고 또다시 그룹의 '자금줄' 역할을 떠안는 게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NS홈쇼핑은 과거 그룹의 대형 투자마다 현금 공급원 역할을 해왔다. 2016년 하림산업(당시 엔바이콘)이 양재동 화물터미널 부지를 4525억원에 매입할 때 4300억원 규모 유상증자에 전액 출자한 것이 대표적이다. 이때 NS홈쇼핑은 회사채 발행과 금융권 차입으로 3100억원의 빚을 지기도 했다.
이외에도 NS홈쇼핑은 하림산업, 하림식품 등 계열사들의 자금이 부족할 때마다 유상증자를 통해 수천억원을 지원해왔다. 이후 NS홈쇼핑은 2022년 10월 인적분할을 통해 하림산업 등 투자사업 부문을 하림지주로 넘기며 투자 부담에서 벗어났다. 하지만 이번에 또 그룹을 위한 인수 주체로 나서면서 재무적 부담을 지게 됐다.
NS홈쇼핑이 홈플러스 익스프레스 인수에 따라 새롭게 짊어질 부담도 만만치 않다. 최근 이커머스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면서 오프라인 유통이 위축되고 있다. 또 SSM 시장 자체도 정체 국면에 접어들었다. 대형마트와 편의점 사이에서 입지가 좁아지면서 SSM 업계 전반의 성장세가 둔화된 상태다. 영업시간 제한과 의무휴업일 같은 규제도 수익성을 제약하는 요인이다.
홈플러스 익스프레스 점포 대부분이 임차라는 점도 부담이다. 지난해 3월 기준 홈플러스 익스프레스 점포 중 97.7%가 임차 매장이었다. 임차료는 매 1~3년마다 고정액 증가, 3~5% 인상, 소비자물가상승률에 따라 조정되는 구조로 돼 있어 NS홈쇼핑은 매년 오르는 임차료 부담을 떠안아야 한다.
업계 관계자는 "하림그룹 입장에서는 HMR 판로 확보와 밸류체인 완성이라는 명분이 있겠지만 NS홈쇼핑 입장에서 홈플러스 익스프레스 인수가 성장에 도움이 될지는 의문"이라며 "현금창출력이 좋다는 이유로 계속 그룹 신사업에 동원되는 게 아니냐는 이야기가 나온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