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 플랫폼들의 뷰티 경쟁이 뜨거워지고 있다. 패션 시장 성장세는 둔화하는 반면 뷰티 카테고리가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떠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지그재그도 뷰티 브랜드 육성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다만 직접 자금을 투입하는 대신 벤처캐피털(VC)과 손잡는 방식을 택했다. 플랫폼의 데이터와 VC의 투자 전문성을 결합해 투자 부담은 줄이고 유망 인디 브랜드를 조기에 발굴하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직접 키운다
카카오스타일이 운영하는 스타일 커머스 플랫폼 지그재그는 VC와 협업해 뷰티 브랜드 지분 투자를 추진키로 했다. 이를 위해 오는 20일 '뷰티 인큐베이팅 컨퍼런스'를 개최한다. 지그재그가 VC와 함께 뷰티 브랜드 지분 투자에 나서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번 협업의 핵심은 역할 분담이다. 지그재그는 유망 브랜드를 발굴하고 플랫폼 판매 데이터를 기반으로 성장 가능성을 검증하는 전략적 투자자(SI) 역할을 맡는다. 투자 이후에는 입점과 마케팅, 기획전 등 브랜드 성장을 지원한다. VC는 투자 심사와 기업가치 평가, 투자 집행, 사후 관리를 담당하는 재무적 투자자(FI) 역할을 수행하는 구조다.
투자 여부도 어느 한쪽이 결정하지 않는다. 지그재그가 '팔릴 수 있는 브랜드'를 데이터로 검증하면 VC가 '투자할 만한 브랜드'인지 판단하는 방식이다. 플랫폼의 판매 데이터와 VC의 투자 전문성을 결합해 성공 가능성을 높이겠다는 구상이다.
이는 최근 유통업계의 브랜드 육성 방식과도 차이가 있다. 무신사는 무신사파트너스를 통해 패션·뷰티 브랜드에 직접 투자하고 있다. CJ올리브영도 자체 육성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반면 지그재그는 외부 투자 자본을 활용하는 전략을 택했다.
카카오스타일 관계자는 "지그재그의 데이터 기반 브랜드 육성 역량과 VC의 투자 전문성을 결합해 성장 가능성은 높지만 투자 기회를 접하기 어려웠던 뷰티 브랜드에 실질적인 도움을 주고자 한다"며 "지그재그가 단순 판매 채널을 넘어 브랜드의 장기적인 성장 파트너로 자리매김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뷰티가 새 성장축
이 같은 전략의 배경에는 '직잭뷰티'의 가파른 성장세가 있다. 지그재그는 2022년 4월 직잭뷰티를 론칭했다. 론칭 이후 최근 3년간 지그재그의 뷰티 거래액은 연평균 60%대 성장세를 기록 중이다. 입점 브랜드도 약 3500개까지 늘어나며 패션을 잇는 핵심 성장축으로 자리 잡았다.
특히 뷰티는 지그재그 내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카테고리다. 아직 전체 거래액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크지 않지만 성장 속도만큼은 모든 카테고리 가운데 가장 높다는 것이 지그재그의 설명이다.
성장을 이끈 건 차별화된 상품 전략이다. 지그재그는 인기 브랜드 신상품을 가장 먼저 선보이거나 단독 기획 상품을 판매하는 '직잭온리'를 운영하고 있다. 연 4회 개최하는 '뷰티 페스타'도 1030 여성 고객 사이에서 자리 잡으며 매회 역대 최대 거래액을 경신했다.
배송 경쟁력도 강점이다. 빠른 배송 서비스인 '직진배송'의 지난해 거래액은 전년보다 약 30% 증가했다. 같은 기간 뷰티 카테고리 거래액은 165% 늘었다. 빠른 배송 서비스가 뷰티 구매 전환에 직접적인 영향을 준 셈이다.
지그재그는 올해 뷰티 전략을 '뉴 뷰티(New Beauty)'로 정했다. 신규 브랜드를 육성하는 동시에 대형 브랜드 신상품을 가장 먼저 선보이는 플랫폼으로 자리매김하겠다는 구상이다. 이를 통해 뷰티를 패션과 함께 지그재그의 핵심 카테고리로 키운다는 계획이다.
올리브영 독주 흔들까
지그재그의 시선은 대형 브랜드보다 '인디 뷰티 브랜드'에 향해 있다. 최근 K뷰티 시장은 소수 대형 브랜드 중심에서 개성과 차별성을 앞세운 인디 브랜드 중심으로 빠르게 재편되는 추세다. 반면 창업 수요는 늘고 있지만 신생 브랜드들은 투자 이력과 네트워크가 부족해 기관투자 유치에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지그재그가 올해부터 인디 뷰티 브랜드 인큐베이팅 프로그램을 시작한 것도 이 같은 시장의 빈틈을 공략하기 위해서다. 효과는 숫자로 나타나고 있다. 프로그램에 참여한 중소형 브랜드의 거래액은 올해 전년 대비 60% 증가했다. 대표적으로 '에필로우'는 프로그램 참여 이후 매출이 822% 늘었다. 지그재그는 이런 육성 모델을 향후 패션 분야까지 확대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지그재그의 이 같은 행보는 최근 패션 플랫폼들이 앞다퉈 뷰티 사업을 강화하는 흐름과도 맞닿아 있다. 현재 국내 뷰티 시장은 헬스앤뷰티(H&B) 스토어 절대강자인 올리브영이 주도하고 있다. 여기에 지그재그를 비롯해 무신사와 에이블리 등이 뷰티 사업을 잇따라 확대하면서 경쟁 구도도 변화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플랫폼 간 경쟁이 단순한 출혈 경쟁으로 이어지기보다 K뷰티 시장 자체를 키우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인디 브랜드의 성장 기회가 확대되면 새로운 히트 브랜드가 등장하고 이는 다시 시장 규모를 키우는 선순환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업계 관계자는 "패션 플랫폼들의 뷰티 경쟁은 단순히 상품 구색을 늘리거나 가격을 경쟁하는 수준을 넘어 누가 더 유망한 브랜드를 먼저 발굴하고 성장시키느냐의 경쟁으로 바뀌고 있다"며 "플랫폼의 데이터 경쟁력과 외부 투자 자본이 결합한 모델이 안착한다면 특정 채널에 집중됐던 K뷰티 유통 구조도 한층 다양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