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뷰티가 '넥스트 K뷰티' 카테고리로 '헤어 케어'를 낙점했지만 눈에 띄는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스킨 케어를 기반으로 성장해 온 중소 K뷰티 브랜드들이 오랫동안 기술을 축적해 온 대기업 뷰티 브랜드를 밀어내지 못했다는 분석이다.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주문자설계생산(ODM)에 의존해 온 방식을 바꿔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스킨 다음은 헤어
최근 K뷰티 브랜드들의 화두는 '넥스트 스킨케어'다. 메디큐브·아누아·조선미녀·스킨1004 등 글로벌 시장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K뷰티 브랜드들은 대부분 스킨 케어, 그 중에도 기초와 선크림이 주력 카테고리다. 맑고 수분감 있는 피부를 표현해 주는 K뷰티 스킨케어의 특성이 글로벌 소비자들을 사로잡았다.
하지만 K뷰티 브랜드들도 예측하지 못한 속도로 시장이 커지면서 업계에선 위기설도 나온다. 지금까지처럼 K뷰티가 급속도로 팽창하는 시기는 끝났다는 분석이다. 이제 곧 지금까지 덩치를 키웠던 브랜드들 간의 옥석 가리기가 시작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이에 주요 브랜드들은 스킨 케어를 이을 새로운 시장 발굴에 나섰다. 바로 헤어 케어다.
헤어 케어 시장은 스킨 케어에 비하면 소비자의 니즈에 따른 세분화가 덜 이뤄진 시장이다. 전체 시장의 40%가 샴푸에 집중돼 있고 컨디셔너·트리트먼트와 스타일링 제품이 각각 20% 안팎을 차지한다. 이마저 세분화된 기능성보다는 '필수 기능'만을 챙긴 제품들이 중심이다. '가성비'가 가장 중요한 덕목이라는 이야기다.
반면 미래 성장성은 높다. 특히 최근 들어 헤어 케어 시장의 스킨 케어화(두피를 피부처럼 관리하는 트렌드)가 확산되며 스칼프 세럼·두피 에센스·마이크로바이옴 등의 제품군이 확대되고 있다. 또 탈모 등 고기능성 제품군 역시 매년 큰 폭의 성장세를 보이는 중이다. 미래 먹거리로 제격이다.
K뷰티 브랜드들도 헤어 케어 제품을 선보이고 있다. 에이피알은 대표 브랜드인 메디큐브를 통해 소이시딜·소이민트 등 헤어 라인업을 내놓는 중이다. 더파운더즈는 스킨 케어 브랜드인 아누아 외 헤어 케어 브랜드인 '프롬랩스'를 운영하고 있다. 아로마티카도 일찌감치 헤어 라인업을 확보하고 미국 등 글로벌 시장에 선보이고 있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의 헤어케어 품목 수출액은 4억8000만달러(약 7204억원)를 기록하며 전년 대비 15.8% 증가했다. 특히 미국 시장에서 수입 헤어 제품 중 한국 제품 점유율은 5.1%로 '톱 5'에 진입했다. 현지에서 탈모·두피 케어에 대한 관심이 확대되는 가운데 K뷰티 제품의 기능성이 인정받기 시작했다는 분석이다.
헤어는 대기업 몫?
하지만 헤어 케어 시장이 돌아가는 판세는 스킨 케어 시장과 180도 다르다. K뷰티 스킨 케어의 성장을 주도한 건 인디 뷰티 브랜드다. 에이피알, 달바글로벌, 구다이글로벌, 더파운더즈 등 제로 베이스에서 시작한 인디 브랜드들이 지금은 수천억원대 매출을 올리며 K뷰티의 성장을 이끌었다.
반면 헤어 케어 시장은 철저히 대기업 중심으로 성장 중이다. K뷰티 브랜드 중 헤어 시장에서 눈에 띄는 브랜드는 미쟝센·라보에이치·려(아모레퍼시픽), 닥터그루트(LG생활건강) 등 전통의 대기업들이 운영하는 브랜드다. 글로벌 시장을 봐도 로레알, P&G 등 대기업들이 시장을 장악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스킨 케어에 비해 헤어 케어에서 연구개발의 중요성이 더 높은 만큼 오랫동안 헤어 케어를 연구해 온 대기업과 신생 인디 브랜드들 간 기술력의 격차가 크다고 보고 있다. 실제로 국내외를 대표하는 헤어 케어 기업인 아모레퍼시픽과 로레알은 모태가 각각 머릿기름(헤어오일)과 염색약으로 시작한 기업이다. 축적된 노하우가 다르다는 이야기다.
대부분의 인디 K뷰티 브랜드가 자체 생산보다는 제조사에 생산을 맡기는 ODM·OEM에 의존하고 있다는 점도 헤어 케어에서의 성장을 가로막는 요소 중 하나다. 국내 주요 ODM·OEM 기업들이 스킨 케어에 역량을 집중했던 만큼 신제품 개발 텀이 긴 헤어 케어 시장에서 스킨 케어만큼 빠르게 두각을 나타내기 어렵다는 설명이다.
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헤어 케어 시장에서는 업력이 긴 대형 브랜드의 시장 지배력이 여전히 견고한 편"이라며 "차별화된 기능성 확보와 소비자 접점 확대가 향후 K헤어 케어 브랜드의 숙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