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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드 스토리]11년간 홈플러스 침몰시킨 MBK의 셈법

  • 2026.07.07(화) 07:50

7조 인수 뒤 점포 팔아 빚 갚고 배당까지
이커머스 전환 놓치고 만성 적자 늪으로
마지막 메리츠 탓하며 법원 결정문도 배포

그래픽=비즈워치

서울회생법원이 지난 3일 홈플러스의 기업회생절차 폐지를 결정했습니다. 회생절차가 폐지됐다는 건 사실상 청산 수순으로 넘어간다는 의미인데요. 홈플러스가 오는 17일까지 자금을 조달해 항고하지 못하면 국내 2위 대형마트는 그대로 사라지게 됩니다. 한때 대형마트 2위였던 홈플러스가 한순간에 청산의 위기에 내몰린 것을 두고 대주주 MBK파트너스의 책임을 묻는 목소리가 더 거세지고 있습니다.

빚으로 산 대가

홈플러스의 청산 위기는 2015년 MBK파트너스가 홈플러스를 인수하던 당시부터 첫 단추가 잘못 끼워지면서 시작됐습니다. MBK파트너스는 그해 홈플러스를 7조2000억원에 인수했는데요. 홈플러스가 이미 지고 있던 기존 부채를 제외하고 실제로 MBK파트너스가 치른 인수 대금은 약 6조원 안팎이었습니다.

문제는 이 중 상당 부분을 빚으로 조달했다는 점입니다. MBK파트너스는 인수 대상 회사의 자산을 담보로 자금을 빌리는 차입매수(LBO) 방식으로 홈플러스를 인수했습니다. 빌린 건 MBK파트너스였지만 갚아야 하는 부담은 고스란히 홈플러스 몫으로 돌아갔습니다. 기존 부채를 포함하면 홈플러스가 짊어져야 할 빚은 약 4조원에 달했습니다.

이 빚이 인수 초기부터 홈플러스의 발목을 잡았습니다. 빚을 갚으려면 현금이 필요하고 그 현금을 마련하려면 회사 운영을 잘할 수 있도록 키우는 투자가 뒷받침돼야 했습니다. 하지만 MBK파트너스가 선택한 건 투자가 아니라 '점포 매각'이었습니다. MBK파트너스는 인수 이후 전국 곳곳의 알짜 점포를 팔기 시작했고 그렇게 마련한 돈은 대부분 인수 당시 진 빚을 갚는 데 쓰였습니다.

배당도 문제였습니다. 홈플러스는 인수 초기부터 상환전환우선주 투자자들에게 매년 배당을 지급했는데요. 점포를 팔아 빚을 갚는 동안 한쪽에서는 투자자들에게 돈을 계속 내주고 있었던 셈입니다.

팔아치운 10년

결국 홈플러스는 빚을 갚고 배당까지 내주는 이중 부담을 떠안아야 했습니다. 부채비율은 인수 이후 치솟았고 2021년에는 다시 적자로 전환해 지금까지 만성 적자 기업으로 굳어진 상태입니다. 처음 잘못 설계된 인수 구조 하나가 10년 가까이 회사의 체력을 갉아먹은 셈입니다.

특히 점포 매각은 홈플러스라는 회사의 체질 자체를 바꿔 놓았습니다. 자가 건물에서 영업하던 점포를 팔고 그 자리에 다시 임차인으로 눌러앉는 세일앤리스백이 반복되면서입니다. 건물주였던 홈플러스는 어느새 다달이 임대료를 내야 하는 세입자가 돼 있었습니다.

그래픽=비즈워치

문제는 이때 매각 우선순위에 오른 점포들이었습니다. 장사가 잘 되는 우량 점포일수록 부동산 가치가 높아 매각 대금도 컸기 때문인데요. 당장 현금이 급한 입장에서는 합리적인 선택처럼 보일 수 있지만 결국 돈을 가장 잘 벌어다 주던 점포를 제 손으로 넘기고 그 자리에서 월세를 내야 하는 처지가 된 셈입니다.

정작 홈플러스는 그 사이 재투자할 여력을 잃었습니다. 손에 쥔 현금 대부분이 이미 이자와 임대료로 빠져나가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하필 이 시기는 유통업계가 완전히 다른 국면으로 넘어가던 때였습니다. 이커머스가 급성장하며 오프라인 대형마트의 손님을 빠르게 흡수했고요.

경쟁사들은 이 무렵부터 물류와 온라인 채널에 대규모 투자를 쏟아붓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홈플러스는 이런 대규모 투자를 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습니다. 온라인으로 넘어간 소비자를 다시 붙잡을 기회조차 사라진 셈입니다.

책임 떠넘기기까지

이렇게 쌓인 부담은 결국 감당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습니다. 홈플러스는 지난해 3월 기업회생절차를 신청했습니다. 기습적인 기업회생절차 신청에 비난이 쇄도했습니다. 정치권에서도 MBK파트너스를 향한 책임론이 거세게 일었죠.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선 김병주 MBK파트너스 회장이 처음으로 고개를 숙이며 사회적 책임을 다하겠다고 밝힌 것도 이 무렵입니다. 이후 1년 4개월간 MBK파트너스는 책임지겠다는 입장을 여러 차례 내놨는데요. MBK파트너스는 홈플러스 정상화를 위해 수천억원을 지원했다고 주장하고 있죠.

하지만 정작 MBK파트너스가 홈플러스에 실제로 지원한 금액이 그 말에 한참 미치지 못한다는 비판이 나옵니다. 홈플러스 물품구매전단채피해자 비상대책위원회에 따르면 MBK파트너스가 조건 없이 내놓은 현금은 400억원에 그쳤습니다. 나머지는 대부분 연대보증이거나 김병주 MBK파트너스 회장의 개인 자산을 담보로 잡은 대출이었는데요. 다만 MBK파트너스 측은 이 자금이 조건 없이 현금으로 홈플러스에 유입됐고 상환 부담도 자신들이 지고 있는 만큼 실질적인 지원으로 봐야한다는 입장입니다.

홈플러스가 37개 매장의 영업을 중단한 가운데 11일 경기도의 한 홈플러스에 영업중단 안내문이 게시돼 있다. 홈플러스는 오는 7월 3일까지 전체 104개 대형마트 매장 중 기여도가 낮은 서울 중계·신내·면목·잠실점 등 37개 매장의 영업을 잠정 중단한다./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이런 식으로 버티는 사이 홈플러스가 자구안을 마련할 방법도 하나씩 막혀 갔습니다. 회사를 통째로 팔아 보려 했지만 사겠다는 곳이 없었고 슈퍼마켓 사업부만 떼어 판 돈도 기대에 크게 못 미쳤는데요.

남은 방법은 결국 돈을 빌리는 것뿐이었습니다. 회생계획을 이행하려면 2000억원이 더 필요했지만 MBK파트너스는 이번에도 직접 그 돈을 대는 대신 최대 채권자인 메리츠금융그룹에 손을 벌리는 쪽을 택했습니다. 메리츠금융그룹은 1000억원까지는 대여할 뜻을 밝혔지만 나머지 1000억원에 대해서는 대주주인 MBK파트너스의 책임이 먼저라며 선을 그었는데요. 그러자 MBK파트너스와 홈플러스는 '맹비난'까지 서슴지 않았습니다.

MBK파트너스가 회생절차 폐지 직후 기자들에게 돌린 입장문에도 이런 태도가 고스란히 담겨 있습니다. 결정문에는 메리츠금융그룹이 1000억원 이상은 대여하지 않겠다고 밝힌 대목이 담겨 있는데요. MBK파트너스는 이 부분을 콕 집어 강조하며 회생계획이 무산된 원인이 메리츠금융그룹의 소극적인 태도에 있다는 점을 부각시켰습니다. 회사가 무너진 순간까지도 MBK파트너스가 택한 건 반성이 아니라 책임을 상대에게 넘기는 쪽이었습니다.

10만명에 가까운 직간접 고용 인원의 생계가 걸린 상황에서도 대주주가 마지막까지 붙든 건 자신의 책임을 줄이는 셈법이었습니다. 홈플러스가 청산의 길을 가게 된다면 그 책임이 누구에게 있을지 반드시 따져봐야 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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