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고 일어나면 새로운 제품이 쏟아지는 소비의 시대. 뭐부터 만나볼지 고민되시죠. [슬기로운 소비생활]이 신제품의 홍수 속에서 소비자들의 관심을 끌 만한 제품들을 직접 만나보고 가감없는 평가로 소비생활 가이드를 자처합니다. 아직 제품을 만나보기 전이시라면 [슬소생] '추천'을 참고 삼아 '슬기로운 소비생활' 하세요.[편집자]
*본 리뷰는 기자가 제품을 직접 구매해 시식한 후 작성했습니다. 기자의 취향에 따른 주관적인 의견이 포함될 수 있습니다.
시원한 우동
뜨끈한 국물과 탱글한 면발을 즐기는 우동 마니아들에게 여름은 잔인한 계절이다. 땀이 줄줄 흐르는 무더위 속에 뜨거운 뚝배기 우동을 붙잡고 있을 순 없는 노릇 아닌가. 그렇다고 차가운 냉면이나 냉모밀로 갈아타자니 우동 특유의 그 묵직하고 탱글한 식감이 못내 아쉽다. 그 쫄깃함을 그리워만 하던 여름의 초입. 구세주처럼 떠오르는 메뉴가 바로 '냉우동'이다.
하지만 막상 마트 매대를 뒤져봐도 선뜻 손길이 가는 제품이 없다. 아쉬운 대로 뜨거운 가쓰오우동을 끓여 얼음물에 다급히 식혀봤지만, 금세 퍼져버린 면발과 싱거워진 국물에 '역시 이 맛이 아니야'라며 씁쓸함만 삼키게 된다. 그렇게 제대로 된 냉우동에 목말라 있던 차에 면사랑의 '냉우동' 밀키트가 눈에 들어왔다. '이번엔 다를까' 반신반의하는 마음으로 제품을 장바구니에 담았다.
기업명부터 면에 대한 자부심이 고스란히 묻어나는 '면사랑'이다. 그간 B2B(기업 간 거래) 중심으로 내공을 쌓아온 면사랑은 최근 여름면 시장을 겨냥해 '저당 가쓰오 냉우동 1인' 냉동 밀키트를 선보였다. 상온면과 냉동면의 결정적 차이는 결국 '면발'에 있다고 자신하는 이 제품. 과연 전문점에서 먹던 그 쫄깃한 우동 맛을 식탁 위에서 그대로 재현할 수 있을까.
면을 얼렸다
제품을 보자마자 가장 먼저 든 궁금증은 하나였다. '꽁꽁 얼어붙은 냉동면은 상온면과 대체 뭐가 다를까.' 보통 '우동 밀키트'를 떠올리면 뚝뚝 끊어지고 밀가루 풋내와 시큼한 보존제 맛이 나던 상온 우동면이 먼저 기억난다.
끓는 물에 넣으면 단숨에 퍼져버리던 여느 냉동 밀키트의 한계도 스쳤다. 과연 면사랑 냉우동은 면발의 생명력을 죽이지 않고 처음 삶은 그대로의 식감을 고스란히 품어내고 있을지 의심과 호기심이 동시에 피어올랐다.
밀키트 패키지에는 '시원한 쯔유에 탱글한 우동면'이라는 소개와 함께 '부드럽고 쫄깃한 연타면발'이라는 문구가 적혀있다. 봉지를 뜯자 우동면과 가쓰오장국, 간 무, 와사비, 건조 고명이 모습을 드러냈다.
조리법은 간단하다. 면을 끓는 물에 5분간 삶아내 차가운 얼음물에 헹군다. 면을 끓이는 동안 얼어있던 가쓰오장국을 봉지 그대로 찬물에 담가 살얼음이 낄 정도로만 해동한다. 익은 면 위에 장국과 고명을 얹으면 조리는 끝이다. 물을 따로 섞을 필요 없는 스트레이트 타입 장국이라 국물 농도를 맞추는 번거로움이 없다. 무와 쪽파, 와사비까지 갖춘 고명을 얹으면 제법 그럴싸한 일식 전문점의 비주얼이 완성된다.
냉우동을 한 입 후루룩 들이켜자 나도 모르게 감탄사가 터졌다. 가장 놀랐던 건 역시 면발의 식감이다. '다가수 숙성(多加水 熟成)' 공법과 '수연(水延)·수타(手打) 방식'의 연타 제면 기술을 적용했다는 설명답게 한 입 삼키는 순간 입안을 치고 올라오는 탄력이 상당하다. 냉동면에 품었던 일말의 의심은 첫 면발을 입에 담는 순간 깨끗이 씻겨 나간다. 그동안 시판 제품에서 느껴본 적 없는 쫄깃함과 탱글함이다.
면을 한 번 삶은 뒤 급속 냉동했기 때문에 우동 전문점에서 뽑아서 갓 건져 올린 듯 면발의 생명력이 살아있다. 상온 우동면 특유의 뚝뚝 끊어지는 식감이나 시큼한 보존제 냄새는 찾아볼 수 없다.
여기에 풍미를 더하는 건 가쓰오 장국이다. 품질 좋은 가쓰오부시를 오랜 시간 우려낸 듯 특유의 은은한 훈연 향과 짭조름하면서도 깊은 감칠맛이 녹진하게 녹아있다. 설탕 대신 대체당을 사용해 당류 부담을 낮췄다고는 하나, 1인분 기준 당류는 16g으로 타사 제품(10~20g)과 비교했을 때 획기적으로 적은 편은 아니다.
다만 단맛과 짠맛의 밸런스가 좋아 마지막 한 모금까지 질리지 않고 먹을 수 있다. 고명에 대한 아쉬움은 있지만 국물과 면발은 일식당에서 먹는 맛과 비교해도 밀리지 않는 퀄리티다.
냉동면, 주류가 되려면?
맛과 퀄리티 면에서는 합격점을 줄 만하지만 현실적인 장벽도 존재한다. 우선 '가격'이다. 1인분에 4980원이라는 가격은 시중의 일반적인 봉지 라면이나 상온 우동에 비해 꽤 묵직하게 다가온다. 최근 외식 물가를 고려하면 납득할 만한 수준일 수 있으나 가성비를 최우선으로 두는 소비자에게는 다소 진입장벽이 높을 수 있다.
더 큰 문제는 '냉동 보관방식'에 있다. 면과 소스, 고명이 원팩으로 구성되다 보니 부피가 제법 크다. 닭가슴살, 냉동 밥, 만두 등으로 이미 발 디딜 틈 없이 포화상태인 자취생의 소형 냉동실을 떠올려보면, 이 제품 몇 팩을 쟁여두기란 여간 부담스러운 일이 아니다.
1인 가구의 여름철 간편식 수요를 겨냥해 1인분으로 출시한 기획력은 좋으나,역설적으로 그 1인 가구의 좁은 냉동실 사정은 배려받지 못한 듯해 아쉬움이 남는다. 그럼에도 냉동면 밀키트는 최근 입소문을 타며 숨은 '꿀템'으로 대접받고 있다. 한 번 먹어본 이들은 역체감이 심해 상온면으로 돌아가지 못할 만큼 품질을 인정한다.
하지만 여전히 대중적인 인지도 면에서는 갈 길이 멀다. 소비자들에게 냉동 만두나 냉동 피자는 익숙하지만, 국수나 우동을 냉동으로 먹는다는 개념은 아직 낯설다. 냉동식품은 신선도가 떨어지거나 방부제가 많을 것이라는 막연한 편견, 그리고 조리가 번거로울 것이라는 오해가 여전히 손길을 머뭇거리게 만든다.
직접 경험해 본 냉동 냉우동의 품질은 전문점 못지않게 훌륭했다. 맛과 기술력은 이미 증명된 셈이다. 결국 냉동면이 간편식 시장의 주류로 대중화되기 위해서는 '냉동이라서 오히려 더 신선하고 맛있다'는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 실제로 유통 기한을 늘리기 위해 산도조절제(보존제) 사용이 불가피한 상온면과 달리, 냉동면은 어떤 보존제도 없이 급속 냉동 기술만으로 갓 만든 면발을 그대로 담아낸다.
상온면은 흉내낼 수 없는 이 식감을 무기 삼아 시장의 편견을 깨뜨릴 수 있다면 냉동면은 올여름 면 시장의 판도를 바꿀 진정한 치트키가 될 것으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