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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그 광고]42년째 일요일에 요리사가 되는 마법

  • 2026.06.21(일) 13:00

농심 짜파게티…1984년 출시 후 짜장라면 1위
일요일에 라면 소비량 많다는 점 노린 마케팅
짜장면 모사품 아닌 '짜파게티'만의 맛 호평

그래픽=비즈워치

[그때 그 광고]는 우리나라 식품유통업계의 광고 역사에 한 획을 그은 광고들을 소개하고 그 뒷 이야기들을 펼쳐보는 콘텐츠입니다. 꼴찌 브랜드를 단숨에 1위로 만든 '최고의 광고'부터 잘 나가던 브랜드의 몰락을 불러온 '최악의 광고'까지, '광고의 정석'부터 '광고계의 이단아'까지. 우리의 인상에 남았던 여러 광고 이야기를 나눠 볼 예정입니다. 여러분의 추억의 광고는 뭔가요? 혹시 이 광고 아닌가요.[편집자]

'일요일'이라 쓰인 빨간 하트가 떠다니고, 익숙한 목소리가 들린다.

"즐거운 일요일은 짜파게티 먹는 날~", "내가 우리집 짜파게티 요리사~"

그리고 그 유명한 노래가 나온다.

"짜라짜자짜짜짜짜~파게티~" "일요일은 짜파게티"

일요일엔 뭐다?

식품업계는 '데이 마케팅'을 많이 시도하는 업종입니다. 2월 14일엔 초콜릿을, 3월 14일엔 사탕을 주고받자고 하고요. 삼겹살을 먹자는 3월 3일, 빼빼로를 먹는 11월 11일 등 웬만한 날 하나씩은 다 꿰차고 있는 느낌입니다. 하지만 결국 이 '데이 마케팅'은 1년에 하루 있는 날이라는 단점(?)이 있습니다. 

물론 가끔 돌아오는 날이니 의미가 있다고 할 수 있겠지만, 제품을 만들어 파는 입장에선 뭔가 아쉬운 것도 사실입니다. 그런 점에서 매주 돌아오는 '데이'가 있다면 얼마나 매력적일까요. 그런데 소비자들이 이를 지겨워하지도 않는다면? 식품 기업으로서는 꿈에 그릴 마케팅일 겁니다. 

그리고 '꿈'을 이룬 기업과 제품이 하나 있습니다. 바로 일요일마다 저를 요리사로 만들어 주는 그 제품. 평생 주방에 들어가지 않을 것 같은 아버지들이 주방모를 쓰고 "일요일엔 내가 요리사~"를 외치게 하는 제품. 40년 넘게 한 카테고리에서 압도적인 점유율을 지키고 있는 제품. 이제는 글로벌 시장에서도 사랑받는 그 제품. 바로 농심 짜파게티입니다. 

농심은 1984년 짜파게티 출시 후 꾸준히 중년의 아버지나 말썽꾸러기(일 것 같은) 아들 등을 등장시켜 '내가 우리집 짜파게티 요리사', '오늘은 내가 짜파게티 요리사' 등 요리를 하지 않을 것 같은 가족 구성원이 짜파게티를 이용해 가족이나 친구들의 식사를 책임지는 콘셉트를 내세워 왔습니다.

1988년엔 처음으로 '일요일은 짜파게티'라는 문구를 사용해 이를 더 강조했는데요. 이때까지만 해도 요일 마케팅보다는 휴일에는 엄마를 가사 노동에서 해방시켜주고 아빠나 아들이 가족들을 위해 요리를 한다는 느낌이 더 강했습니다. 1990년대 짜파게티 광고에서는 다시 "오늘은 내가 짜파게티 요리사"로 돌아오거든요. 

그런데 이 '일요일=짜파게티' 마케팅이 소비자들을 저격했나 봅니다. 사라진 '일요일'이 2000년대 들어 다시 등장합니다. 배우 손현주와 명계남이 출연한 2001년 CF에서 "오늘은 일요일인데~", "일요일은 짜파게티 먹는 날인데~" 등 일요일과 짜파게티를 다시 매칭합니다. 간편하게 한 끼를 때울 수 있는 라면과 밥을 차리기 귀찮은 주말 오전은 너무나 잘 어울리는 조합이기 때문일 겁니다.

넘버원 비빔라면

짜파게티의 성공은 우연의 산물이 아니었습니다. 수많은 실패를 통해 이뤄낸 필연이었죠. 1984년 짜파게티가 세상의 빛을 보기 14년 전인 1970년 농심(당시 롯데공업)은 '롯데 소고기 짜장면'을 내놓습니다. 국내 최초의 짜장라면입니다. 1978년엔 '삼선짜장면'으로 업그레이드한 제품도 선보였죠.

1982년 너구리와 육개장 사발면, 1983년 안성탕면으로 3연타석 홈런을 친 농심은 다시 한 번 '짜장라면'에 도전합니다. 1983년 내놓은 농심 짜장면이었죠. 하지만 아직 '짜장라면'이 대세가 되기엔 부족했습니다. 스프가 면에 달라붙어 떡지거나 아예 섞이지 않는 등 기술적 문제가 컸습니다.

짜파게티 이전 농심의 짜장라면/사진=농심 홈페이지

이듬해 농심은 국내 최초로 적은 양의 물로도 뭉치지 않고 자연스럽게 녹는 '그래뉼 공법'을 도입한 분말 스프를 넣은 '짜파게티'를 출시합니다. 짜장면과 스파게티를 더한 이름은 발음도 재미있으면서 제품의 방향성까지 보여준 완벽한 네이밍이었습니다.

짜파게티는 생각보다 더 많이 팔리는 라면입니다. 짜장라면 점유율 80%라는 말로는 표현이 어렵습니다. 국내에서 연매출이 2000억원이 넘는 라면은 딱 셋 뿐입니다. 신라면과 진라면, 그리고 짜파게티입니다. 최근 몇 년간은 매출이 진라면을 넘어서며 신라면에 이은 '넘버 투' 브랜드가 되기도 했죠.

짜파게티는 지금 글로벌 시장에서 위명을 떨치고 있는 K라면 유행의 도화선이 된 제품이기도 합니다. 요즘 라면 시장에서 빼놓을 수 없는 '모디슈머 열풍'의 시작점이기도 하고요. 2019년 영화 기생충에 한우 채끝을 넣은 '짜파구리'가 소재로 사용되며 해외에서도 짜파게티 판매량이 치솟았죠.

짜파게티 포장 변천사/사진=농심 홈페이지

활용도가 높아서일까요. 유니 짜파게티·사천 짜파게티·마라 짜파게티·짜파게티 더 블랙·오파게티·카레게티·새우 짜파게티·하얀 짜파게티 등 농심 라면 중 배리에이션이 유독 많은 브랜드이기도 합니다. 

농심은 2020년 이 모디슈머 메뉴를 제품화한 '앵그리 짜파구리'를 내놨는데요. 이 때 재미를 꽤 봤는지 이후 신볶게티, 신라면 툼바, 신라면 로제, 너구보나라, 카구리 등의 모디슈머 제품들을 연달아 출시하고 있습니다. 이런 점을 보면 짜파게티는 여러가지 부분에서 농심을 대표하는 제품이라 할 만합니다.

제가 개인적으로 생각하는 '국민 라면'의 기준은 레시피의 다양성입니다. 100명에게 물으면 100가지 조리법이 나오는 라면이라면 '국민 라면'이라 할 만하겠죠. 그 기준에서 보면 짜파게티는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국민 라면'일 겁니다. 여러분도 일요일이면 생각나는 '나만의 짜파게티 레시피'가 있으신가요? 오늘은 저도 '짜파게티 요리사'가 돼 봐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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