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킨 프랜차이즈 BBQ를 운영하는 제너시스BBQ가 또 대표이사를 교체했습니다. 지난 1월 취임한 박지만 대표가 일신상의 사유로 갑자기 물러나면서 이달 박성진, 심재선 각자대표를 새로 선임했는데요. 화려한 이력을 지닌 전문경영인이 1년도 안 돼 회사를 떠나는 일은 제너시스BBQ에서 낯선 풍경이 아닙니다. 일각에서는 윤홍근 제너시스BBQ 회장에게 지나치게 쏠려 있는 의사결정 구조 탓이라는 이야기가 나옵니다.
화려한 이력서에도
제너시스BBQ는 1995년 설립된 이래 창업주인 윤홍근 회장이 14년간 단독 대표이사를 맡아 이끌어왔습니다. 전환점을 맞이한 건 2009년이었는데요. 이때 윤홍근 회장 또는 윤경주 부회장 등 오너 경영인과 전문경영인이 함께 회사를 이끄는 공동 대표이사 체제를 도입했습니다.
문제는 이후 회사를 거쳐간 전문경영인 대부분이 1년의 임기조차 채우지 못했다는 점입니다. 등기부등본상으로 2009년 공동대표 체제 도입 이후 총 15명의 대표이사가 거쳐갔는데요. 이 중 약 80%에 해당하는 12명이 1년의 임기를 채우지 못했습니다. 2021년 10월부터는 현재까지 약 5년도 되지 않는 시간 동안 7명의 대표이사가 거쳐가며 불안정한 경영 체제가 지속되고 있습니다.
이 중에는 취임 한 달 만에 물러난 인물도 있습니다. 김종태 전 대표는 2011년 3월 취임해 같은 해 4월 사임했습니다. 재임 기간은 약 한 달에 그쳤죠. 심지어 회사 등기에 이름조차 남기지 못한 사례도 있습니다. 신한은행 부행장과 신한생명 대표이사를 지낸 이성락 전 대표는 2016년 3월 취임했지만 3주 만에 자리에서 물러났습니다. 당시 가격 인상 논란에 대한 도의적 책임을 지고 물러난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재임 기간이 워낙 짧아 등기 절차조차 밟지 못했습니다.
외식업계 베테랑도 예외는 아니었습니다. 스타벅스코리아 수석부장과 파리크라상 전무를 지낸 백영호 전 대표는 2019년 2월 취임했지만 그해 9월 물러났습니다. 재임 기간은 7개월이었습니다.
최근에도 남부럽지 않은 이력을 갖춘 인물들이 영입됐지만 역시나 오래 버티지 못했습니다. 지난해 7월에는 CJ제일제당 경영리더 출신인 김지훈 전 대표가 제너시스BBQ 대표이사로 합류했지만 같은해 말에 사임했습니다. 올해 초에는 대한항공, GS칼텍스, KT를 거친 박지만 대표가 선임되며 기대를 모았지만 역시 6개월 만에 고문으로 물러났죠.
이쯤 되면 실적 탓 아니냐는 의심이 들 법도 하지만 그렇지도 않습니다. 제너시스BBQ는 국내외 사업이 순항하면서 꾸준히 성장 중입니다. 매출은 2021년 3663억원에서 2025년 5278억원으로 꾸준히 늘어났고요. 영업이익 역시 2021년 654억원에서 지난해 690억원으로 증가했습니다.
강력한 오너십
실적이 나쁘지 않은데도 제너시스BBQ의 대표이사가 반복해서 교체되는 이유를 두고 업계에서는 치킨 프랜차이즈 업계 특유의 업무 강도 때문이라는 시각도 나옵니다. 치킨 프랜차이즈는 가격 인상 논란과 가맹점 이슈, 치열한 경쟁 탓에 대표이사가 짊어질 부담 자체가 큰 편인데요. 실제로 교촌치킨을 운영하는 교촌에프앤비, bhc를 운영하는 다이닝브랜즈그룹에서도 대표이사들의 임기가 대부분 2~3년씩으로 아주 긴 편은 아닙니다.
하지만 제너시스BBQ처럼 1년 미만 임기의 대표이사가 이렇게 많은 경우는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교촌에프앤비는 권원강 회장이 창업 이래 긴 시간 대표이사를 맡아 오다 2019년 전문경영인 체제를 본격화했는데요. 이때 취임한 롯데그룹 출신 소진세 전 대표를 비롯해 황학수, 윤진호 전 대표 등이 모두 2~3년간 임기를 채웠습니다. 2022년 조은기 전 대표가 취임 1년 만에 해임된 사례가 있긴 하지만 예외적인 일에 가깝습니다.
다이닝브랜즈그룹의 경우 임금옥 전 대표가 2017년부터 2023년까지 6년 넘게 회사를 이끌었습니다. 2023년 말 경영진 교체 과정에서 이훈종 전 대표가 한 달 만에 물러난 적이 있지만 이 역시 일시적인 사례였습니다. 대표이사의 책임이 큰 건 경쟁사도 마찬가지인데 유독 제너시스BBQ에서만 대표이사 교체가 반복되고 있죠.
이 때문에 업계에서는 윤홍근 회장의 강력한 리더십이 오히려 전문경영인들에게 독이 되고 있다는 이야기도 나옵니다. 대표이사 자리에 누가 앉든 실질적인 결정권은 회장에게 있다는 뒷말인데요.
윤홍근 회장은 1995년 창업 이후 30년 이상 회사를 진두지휘해 왔습니다. 현재도 모든 의사결정이 결국은 회장의 손을 거쳐야만 한다고 하는데요. 대기업이나 금융권 출신의 화려한 이력을 앞세워 합류한 전문경영인들조차 회장의 의중을 거스르지 못해 오래 버티기 어렵다는 겁니다. 여동생인 윤경주 부회장조차 오빠의 뜻을 거스르지 못한다는 말이 나올 정도입니다. 결국 누가 대표이사를 맡든 윤홍근 회장의 판단이 회사 운영을 좌우한다는 게 업계의 대체적인 평가입니다.
2009년 이래 현재까지 임기 1년 이상을 채운 대표이사는 윤홍근 회장, 그의 여동생 윤경주 부회장, 윤 회장의 복심으로 평가받는 김태천 부회장뿐이라는 점도 이런 이야기를 뒷받침합니다. 윤홍근 회장이나 윤홍근 회장의 생각을 이해하는 인물들만 버틸 수 있었다는 거죠. 실제로 윤경주 부회장과 김태천 부회장은 2009년부터 대표이사 공백이 있을 때마다 대표이사를 맡으며 수년의 임기를 채웠습니다.
이번엔 다를까
재미있는 건 이번에 새롭게 선임된 인물들이 모두 내부 출신 인사라는 점입니다. 제너시스BBQ는 지난 7월 1일 박성진, 심재선 각자대표를 선임했는데요.
두 사람의 이력은 회사 내부 사정에 비교적 정통하다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심재선 대표는 2012년 공채로 합류한 뒤 전략기획팀장, 운영본부장 등 주요 보직을 거쳤는데요. 회사 내부에서는 심 대표가 입사 초기부터 윤홍근 회장의 신뢰를 받은 인물로 잘 알려져 있다고 하네요. 박성진 대표는 2023년 직영1팀장으로 합류해 직영본부장을 거쳤습니다. 앞선 대표이사들처럼 바로 외부에서 대표이사로 영입된 게 아니라 제너시스BBQ에서 수년간 직영 사업을 이끌었다는 점이 차이점입니다.
업계 일각에서는 내부 출신 대표이사 체제가 이전보다 오래 갈 수 있다는 관측을 내놓습니다. 윤 회장의 성향과 회사 운영 방식을 이미 잘 아는 인물들인 만큼 마찰을 줄일 수 있다는 이유에서인데요. 외부에서 영입한 인사들이 조직 문화에 적응하지 못해 밀려났던 전례와는 다를 수 있다는 기대입니다.
반대로 회의적인 시각도 여전합니다. 대표가 내부 출신이든 외부 출신이든 회장에게 쏠린 의사결정이 그대로라면 결과는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입니다.
제너시스BBQ는 최근 브루나이, 카자흐스탄 등까지 진출하며 해외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내는 중인데요. 이런 상황에서 경영진이 자주 교체된다면 중장기 전략을 밀고 나가기 쉽지 않다는 우려도 나옵니다. 이번 각자대표 체제를 기반으로 안정적인 경영을 이어가며 K치킨을 대표하는 기업으로서의 입지를 지켜나갈 수 있을지 지켜봐야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