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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증은 안 되고 돈은 내라?…홈플러스 공방의 역설

  • 2026.06.26(금) 09:41

메리츠 "보증 먼저" MBK "2000억 집행 먼저" 평행선
2000억 DIP 공방…'대주주 책임론' 속 중대 고비 임박

/사진=AI 생성 이미지

홈플러스 회생을 둘러싼 MBK파트너스와 메리츠금융그룹의 공방이 거세지고 있다. MBK와 홈플러스는 최대 채권자인 메리츠가 2000억원 규모 긴급운영자금(DIP) 대출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한다. 반면 메리츠는 홈플러스 부실의 책임은 대주주인 MBK에 있다며 보증 없는 신규 대출은 어렵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법원이 오는 30일까지 자금조달 계획 제출을 요구하면서 양측의 책임론도 정점에 하는 모습이다.1000억 예치한 메리츠 "보증 없인 집행 못 해"

메리츠는 지난 25일 자사 홈페이지에 '주주님들께 드리는 글'을 올려 홈플러스에 1000억원 규모의 긴급운영자금(DIP) 대출을 결정한 배경과 과정을 설명했다. 먼저 메리츠는 일부 주주들이 제기한 우려를 언급했다. 홈플러스에 대한 추가 대출이 거액의 고위험 여신 증가로 비칠 수 있고 주가 하락과 주주가치 훼손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그럼에도 1000억원 참여를 결정한 것은 홈플러스 납품업체와 영세상공인 피해를 고려했기 때문이란 설명이다. 메리츠는 "그룹 경영진은 이러한 지적을 엄중히 받아들이고 있다"면서도 "홈플러스 납품업체 등 영세상공인 등의 생계유지 관련 사회적 책임을 마냥 외면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MBK와 김병주 회장의 보증이 자금 집행의 전제 조건이라는 점을 못 박았다. 메리츠는 "상환 안정성을 높이기 위해 대주주인 MBK 본사와 김병주 회장의 보증 제공을 필수적인 선행조건으로 분명히 했다"고 밝혔다.

보증 없는 집행은 배임 논란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도 강조했다. 메리츠는 "합리적인 채권회수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자금대여를 하는 행위는 배임행위가 될 수 있다"며 "대주주 보증 제공이라는 선행조건에 대해 어떠한 타협이나 양보도 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MBK "최대 채권자가 2000억 지원해야"

MBK는 메리츠가 홈플러스 회생에 필요한 2000억원 규모 긴급운영자금(DIP)을 지원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최대 채권자인 메리츠가 회생을 위해 역할을 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MBK는 지난 24일 입장문에서 "중요한 것은 1만여 명의 임직원과 수많은 협력업체, 납품업체, 소상공인 생계가 걸린 홈플러스의 회생"이라며 "메리츠가 진정으로 홈플러스 회생을 원한다면 2000억원 규모의 긴급운영자금 지원에 즉시 나서달라"고 밝혔다.

MBK는 메리츠가 홈플러스 청산 시 원금 전액을 회수하는 것을 넘어 5000억원 이상의 추가 수익을 얻는 구조를 확보하고 있으면서도, 정작 회생에 필요한 운영자금 지원에는 나서지 않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 MBK와 주요 경영진이 이미 약 4000억원 규모의 재정적 부담을 감당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메리츠가 2000억원 규모 긴급운영자금을 지원할 경우 그중 1000억원에 대해서는 연대보증을 제공하겠다는 의사도 여러 차례 전달했다고 설명했다.

홈플러스와 일반노조도 공동성명을 통해 메리츠의 즉각적인 2000억원 지원을 촉구했다. 법원이 오는 30일까지 홈플러스 운영에 필요한 재원 마련을 요구한 만큼 메리츠가 최대 채권자로서 회생에 협조해야 한다는 게 MBK 측 주장이다.

다만 금융권에서는 MBK가 메리츠의 청산 이익 가능성을 강조하고 있지만, 정작 보증 제공이 어려운 이유에 대해서는 충분히 설명하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홈플러스 회생을 진정 원한다면 대주주인 MBK가 보증 제공을 통해 책임 의지를 보여야 한다는 시각이다.

30일 분수령 다가오는데…상장사 메리츠의 셈법

메리츠가 보증을 요구하는 배경에는 상장사로서의 부담도 있다. 상장 금융회사인 메리츠는 홈플러스 회생이라는 명분만으로 회수 가능성이 불확실한 신규 자금을 집행하기 어렵다. 손실이 발생하면 주주가치 훼손과 경영진 책임 문제가 불거질 수 있어서다.

상법상 이사의 충실의무가 강화된 점도 고려할 부분이다. 이사회가 충분한 안전장치 없이 부실기업에 신규 대출을 승인했다가 손실이 발생하면 주주 이익을 침해했다는 논란이 생길 수 있다. 메리츠가 이날 주주들에게 보증 필요성을 재차 밝힌 것도 이 때문이다.

업계 일각에서는 홈플러스 사태의 책임은 채권자인 메리츠보다 대주주 MBK와 홈플러스 경영진에 우선적으로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홈플러스 위기는 단순한 자금 부족이 아니라 대주주의 투자 및 관리 실패, 홈플러스의 경쟁력 약화가 누적된 결과라는 것이다. MBK가 보증을 못 하는 이유는 설명하지 않고 채권자에게 추가 자금을 요구하면서 보증 제공에는 선을 긋는 것은 '벼랑 끝 전술'에 가깝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MBK는 보증 요구에 대한 설명을 하지 않은 채 다른 이야기만 반복하고 있다"며 "진정 홈플러스의 회생을 원하면 보증을 못 할 이유는 없어 보인다"고 짚었다.

양측이 책임 소재를 두고 맞서는 사이 법원이 제시한 시한은 다가오고 있다. 서울회생법원 회생4부는 지난 23일 홈플러스와 MBK파트너스, 홈플러스 노조 등에 회생절차 폐지 여부에 대한 의견조회 공문을 보냈다.

법원은 지난해 12월29일 제출된 회생계획안에 대해 수행 가능성이 없다고 보고, 회생절차를 폐지하는 방안에 대한 의견을 오는 30일까지 제출하라고 요구했다. 회생계획안 가결 기한은 7월3일로 연장됐지만, 관리인이 2000억원 규모의 추가 자금조달 계획에 대해 현실적이고 구체적인 소명자료를 내지 못했다는 판단이다.

30일까지 법원이 인정할 만한 자금조달 계획이 제시되지 않으면 홈플러스 회생 절차는 중대 고비를 맞게 된다. 회생절차가 폐지될 경우 파산 가능성도 거론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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