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검색

'파산 초읽기' 홈플러스…이젠 '간청'만 남았다

  • 2026.07.04(토) 13:00

[주간유통]법원, 홈플러스 회생절차 폐지 결정
청산가치 논란 1년 전부터…자구 노력 끝내 무위
메리츠엔 매달리고 MBK는 침묵…남은 기한 2주

그래픽=비즈워치

[주간유통]은 한주간 유통·식음료 업계에서 있었던 주요 이슈들을 쉽고 재미있게 정리해 드리는 콘텐츠입니다. 뉴스 뒤에 숨겨져 있는 또 다른 사건들과 미처 기사로 풀어내지 못했던 다양한 이야기들을 여러분께 들려드릴 예정입니다.[편집자]

역사 속으로?

사적인 이야기를 기사에 담는 건 피하는 편이지만 홈플러스 이야기는 꼭 하고 싶습니다. 제가 서울로 이사 온 2000년, 집 앞에 까르푸가 문을 열었습니다. 몇 년 뒤엔 바로 옆에 홈플러스도 생겼죠. 두 곳 모두 25년이 넘도록 참 많이도 드나들었습니다. 어렸을 적엔 부모님 손을 잡고 장을 보러 갔고 주말이면 가족 외식도 했습니다. 학교가 끝나면 친구들과 딱히 살 게 없어도 놀러 가곤 했습니다.

이 까르푸는 홈에버를 거쳐 홈플러스가 된 가양점입니다. 이 점포는 지난해 말 영업 중단에 돌입했는데요. 영업 중단 소식을 들었을 때 든 감정은 단순한 아쉬움이 아니었습니다. 어릴 적 시간이 통째로 사라져 간다는 상실감에 가까웠습니다. 나머지 홈플러스는 현재 이 회사의 본사가 있는 강서점인데요. 이곳마저 이제 문을 닫을 위기에 처해 있습니다. 최근 홈플러스의 기업회생절차에 대해 '폐지' 결정이 났기 때문입니다.

서울회생법원이 홈플러스 기업회생절차 폐지를 결정한 3일 오전 홈플러스 강서점에서 한 고객에 물건을 살펴보고 있다. / 사진=정혜인 기자 hij@

서울회생법원 회생4부는 지난 3일 홈플러스의 기업회생절차를 폐지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지난달 30일 제출한 수정 회생계획안 변경안을 수행 가능성이 없다고 판단한 결과입니다. 회생절차가 폐지됐다는 건 사실상 청산의 길로 간다는 의미입니다. 지난해 3월 4일 홈플러스가 기습적으로 기업회생절차를 신청한 지 꼭 1년 4개월 만의 일입니다.

채무자회생법상 회생계획의 기한은 오는 9월까지 더 연장할 수 있었지만 재판부는 추가 연장이 의미 없다고 봤습니다. 홈플러스가 수립한 회생 계획을 수행하려면 최소 2000억원이 필요한데 끝내 조달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이미 정해져 있던 답

사실 홈플러스의 회생 가능성에 대한 의구심은 처음부터 계속 꼬리표처럼 따라다녔습니다. 법원이 정한 조사위원인 삼일회계법인이 지난해 6월 12일 제출한 조사보고서를 보면 홈플러스의 청산가치는 3조6816억원, 계속기업가치는 2조5059억원이었습니다. 회사를 팔아 정리하는 쪽이 계속 운영하는 것보다 1조1757억원 더 유리하다는 의미입니다.

그럼에도 법원이 곧바로 청산에 들어가지 않은 건 조사위원이 달아둔 단서 때문이었습니다. 외부 자금이 조달되거나 인가 전 M&A가 성사되면 기업을 계속 운영할 가치가 있다는 내용이었습니다. 법원은 이 가능성에 걸고 홈플러스에 '구조혁신형 회생계획안'을 짤 시간을 줬습니다.

서울회생법원이 홈플러스 기업회생절차 폐지를 결정한 3일 오전 홈플러스 강서점에서 고객들이 물건을 살펴보고 있다. / 사진=정혜인 기자 hij@

홈플러스는 이 기회를 살려 회사를 통째로 팔아 보려 했습니다. 하지만 지난해 11월 26일 마감된 본입찰에 응찰한 곳은 하나도 없었습니다. 이후 인수의향서를 낸 곳들도 매출 규모가 홈플러스와 비교가 안 될 만큼 작았죠. 사실상 어떤 기업도 홈플러스 인수에 관심을 가지지 않은 셈입니다.

통매각이 좌초되자 홈플러스는 회사 전체가 아닌 슈퍼마켓 사업부인 홈플러스 익스프레스만 떼어 팔기로 방향을 바꿨습니다. 다행히 홈플러스 익스프레스는 지난 5월 하림그룹 계열 NS홈쇼핑에 매각됐는데요. 문제는 매각가가 1206억원에 그쳐 당초 홈플러스가 기대했던 3000억원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는 점입니다.

네 탓 공방만

홈플러스 익스프레스 매각에도 홈플러스는 회생계획을 수행하기 위한 운영자금 2000억원이 추가로 필요한 상황이었습니다. 홈플러스 익스프레스를 제외한 잔존 사업 매각도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이어서 돈을 빌릴 곳을 찾아야 했는데요. 홈플러스는 이 자금을 최대 채권자인 메리츠금융그룹에게 구하려고 했습니다.

하지만 메리츠금융그룹은 전혀 움직이지 않았습니다. '홈플러스 회생의 책임은 MBK파트너스에 있다'는 이유에서였는데요. 홈플러스와 MBK파트너스는 홈플러스가 청산 절차를 밟게 되면 그 책임은 돈을 주지 않은 메리츠금융그룹에 있게 된다며 비난하기도 했습니다.

그래픽=비즈워치

이런 식으로 메리츠금융그룹과 홈플러스·MBK파트너스는 계속 입장문을 쏟아내며 진흙탕 싸움을 벌였습니다. 지루한 싸움 끝에 메리츠금융그룹이 1000억원을 대출해 줄 테니 대주주 MBK파트너스와 김병주 회장의 보증을 요구했죠. 당연히 홈플러스와 MBK파트너스는 거세게 반발했고요. 메리츠금융그룹과 지금도 평행선을 걷는 중입니다.

결국 법원이 개입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법원은 지난달 23일 오는 30일까지 2000억원의 자금 조달 계획을 마련하라고 요구했습니다. 이때까지 돈을 구하지 못하면 회생계획을 인가하지 않겠다는 사실상의 '최후통첩'을 한 건데요. 홈플러스는 이 기한까지 추가 자금을 조달하지 못했고 결국 지난 3일 회생절차 폐지 통보를 받아들 수밖에 없었습니다.

마지막 기회 잡을까

다만 즉시 홈플러스가 파산 절차를 밟게 되는 건 아닙니다. 홈플러스는 오는 17일까지 항고할 수 있는데요. 이 기간 안에 자금을 조달해 항고한다면 폐지 절차를 취소할 수 있다는 게 법원의 설명입니다. 하지만 지난 수개월간에도 구하지 못한 2000억원을 2주 만에 마련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게 업계의 시각입니다.

실제로 홈플러스가 법원의 회생절차 폐지 결정 이후 낸 입장문에도 자금을 마련해 항고하겠다는 의지 대신 메리츠금융그룹을 향한 '간청'만 담겼습니다. 홈플러스는 이 입장문에서 "최대채권자인 메리츠금융그룹에게 2000억원의 운영자금 대출을 해주실 것을 간청드린다"고 적었는데요. 반면 MBK파트너스가 추가로 무엇을 하겠다는 내용은 전혀 포함되지 않았습니다. 대주주조차 움직이지 않겠다고 결정한 이상 청산 가능성에 무게가 실립니다.

서울회생법원이 홈플러스 기업회생절차 폐지를 결정한 3일 오전 홈플러스 강서점 의 신선식품 매장에 의류 상품이 판매되고 있다. / 사진=정혜인 기자 hij@

홈플러스가 파산하게 되면 정작 그 피해는 대주주가 아닌 직원들과 협력업체의 몫입니다. 현재 홈플러스에 직고용된 인원만 1만5000여 명에 달합니다. 이들은 그대로 일자리를 잃게 됩니다. 협력업체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홈플러스에 상품과 용역을 공급하는 협력사는 4603곳인데요. 이 중 47%는 매출의 절반 이상을 홈플러스에 의존합니다.

플러스가 파산 절차에 들어가면 이들도 판매 채널을 잃고 함께 흔들릴 수밖에 없습니다. 홈플러스 직원들과 협력업체, 입점 소상공인까지 더하면 무려 10만명 이상이 홈플러스 파산에 영향을 받게 됩니다.

30여 년간 사람들 곁을 지켜온 홈플러스가 사라지길 바라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겁니다. 여기서 청춘을 바쳐 일해 온 직원들은 물론이고, 장을 보고 데이트를 하고 가족 나들이를 했던 소비자들도 마찬가지겠죠. 남은 2주의 항고 기간 동안 홈플러스가 마지막 기회를 잡을 수 있을지 지켜봐야겠네요.

naver daum
SNS 로그인
naver
facebook
google
  • 오늘의 운세
  • 오늘의 투자운
  • 정통 사주
  • 고민 구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