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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뢰 위기, 바이오]"바이오 투자, 이제 그만해야겠습니다"

  • 2026.06.30(화) 07:50

上 알테오젠·삼천당 사태, 투자자 신뢰 잃어
섹터 전반에 의구심, 어지간한 호재 안먹혀

한국거래소(KRX) 정보데이터시스템에서 집계한 지난 1월 4일부터 내달 23일까지의 코스피·KRX 헬스케어 지수 비교/그래픽=비즈워치

"바이오 투자는 이제 그만해야겠습니다."

올 들어 바이오 종목 투자자들에게 가장 많이 들은 말이다. 장기간의 연구개발이 언젠가 기업가치로 돌아올 거라 믿고 투자한 이들이지만, 알테오젠의 로열티 논란과 삼천당제약 사태를 거치며 이제는 회사의 말을 믿기 어렵다며 등을 돌린 것이다.

실제로 지난 24일 기준 한국거래소 정보데이터 시스템에 따르면 'KRX 헬스케어 지수'는 주요 지수 36개 가운데 등락률 35위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코스피 지수가 두 배 상승하는 동안 헬스케어 지수는 26% 하락했다.

외부 요인만으로는 설명되지 않는 과도한 하락의 배경에 바이오 섹터의 신뢰 위기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재무 지표로 가치를 평가하기 어려운 바이오 기업은 가치 산정의 기초가 되는 정보를 제대로 제공하는 것이 중요한데, 이 기초 정보에 대한 신뢰가 흔들리자 섹터 전반으로 의구심이 번졌다는 것이다.
 코스닥 대장주가 당긴 '신뢰 위기' 방아쇠

바이오 종목에 대한 신뢰 위기는 코스닥 대장주인 알테오젠 사태로부터 시작됐다. 올 1월 회사 기술이 적용된 키트루다 피하주사(SC) 제형 '키트루다 큐렉스'의 실제 로열티율이 시장 기대를 밑도는 것으로 확인되면서다.

시장에서는 알테오젠이 키트루타 큐렉스 순 매출의 4~5%에 해당하는 로열티를 받을 것으로 추정돼 왔다. 증권가에서는 로열티 5%를 가정한 키트루다SC 기술가치는 약 15조원에 달할 것이란 분석도 나왔다. 

회사는 계약상 비밀유지 의무를 이유로 로열티율에 대해 비공개 입장을 유지해왔다. 하지만 파트너사인 머크(MSD)가 지난해 3분기 보고서를 통해 알테오젠과의 계약 내용 로열티율은 2%라고 명시한 것이 뒤늦게 알려졌다.

투자자들이 등을 돌린 계기가 됐다. 1월21일 알테오젠 주가는 하루 만에 22.4% 급락하며 48만1000원에서 37만3500원으로 내려앉았다.

회사에 유리한 기대가 장기간 유지되는 동안 이를 방치했다는 비판도 나왔다. 계약 내용을 직접 밝히지 않더라도 과도한 기대를 낮출 신호는 줄 수 있었다는 지적이다.

투자자들의 신뢰가 크게 흔들렸다. 코스닥 시가총액 1위 기업조차 핵심 계약 구조를 둘러싼 정보가 시장 기대와 크게 달랐다는 사실은, 바이오 기업의 기업가치 평가 자체에 대한 의문으로 번졌다.

삼천당, 검증없는 성장 스토리…투자자 불신 키웠다

알테오젠이 로열티 논란 이후 대장주 자리에서 물러난 사이, '비만약계의 알테오젠'으로 불리던 삼천당제약이 주식시장에서 치고 올라왔다. 지난 3월20일 코스닥 시가총액 1위에 오른 데 이어 3월 말에는 주가가 100만원을 넘기며 '황제주'에 등극했다.

이례적 상승세를 보였던 삼천당제약의 집권은 오래가지 못했다. 회사가 내세운 기술력과 기대 매출이 검증 과정에서 의혹을 해소하지 못하면서다.

분위기가 급변한 건 삼천당제약이 미국 파트너사와 체결한 1억달러(약 1500억원) 규모 라이선스 계약을 공시한 이후다. 회사는 향후 10년간 15조원 규모의 매출을 전망하며 순이익의 90%를 배분받는 계약 구조라고 설명했지만, 계약 상대방과 주요 조건을 공개하지 않으면서 시장의 의구심이 커졌다.

기대 매출 규모에 비해 선급금이 낮다는 점, 일반적인 기술이전 계약에서 주로 쓰이는 매출액 기준 로열티 대신 순이익 배분 방식을 택한 점을 두고 계약의 실질을 검증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잇따랐다.

이 같은 의구심은 한 블로거의 주가조작 의혹 제기, 전인석 대표의 상속세 재원 마련을 위한 블록딜 추진 사실이 알려지면서 더욱 증폭됐다.

전 대표는 지난 4월 초 기자간담회를 통해 직접 해명에 나섰지만 S-PASS의 기술성, 계약의 실질, 블록딜 시점 등을 둘러싼 의문은 해소하지 못했고, 지난 3월 한때 126만원에 달했던 주가는 현재 25만원대까지 내려앉았다. 

두 회사 문제 아냐…업계에 번진 위기감

업계에서는 두 사건을 거치며 섹터 전반의 신뢰가 흔들렸다는 분석이 나온다. 바이오 투심은 주요 기업의 대형 기술수출 계약·주요 이벤트에 대한 기대로 회복될 것으로 예상됐지만, 이런 전망이 빗나가면서다.

물론 바이오주의 주가 하락의 원인이 특정 기업들의 문제만으로 한정할 수는 없다. 고금리 환경이나 반도체 투자 쏠림 등 외부 변수도 무시할 수 없어서다. 대형 기술수출과 같은 희소식이 들리면 투심이 돌아설 거란 전망도 뒤따랐다.

하지만 호재들이 투심을 되돌리지 못했다. 지난 1일 한미약품은 일라이릴리에 단장증후군 치료제 '소네페글루타이드'를 최대 1조9000억원에, 17일엔 오스코텍은 아지오스에 자가면역질환 치료제 '세비도플레닙'을 최대 1조원 규모에 기술수출하는 등 굵직한 호재가 이어지고 있으나 업계 전반으로 퍼진 투자자의 신뢰 하락을 되돌리기 쉽지 않다.

한 바이오 업계 관계자는 "두 사안의 구체적인 문제점은 다르지만 투자자들이 보기엔 결국 '바이오는 믿기 어렵다'는 인식으로 굳어져 가는 것이 문제"라며 "개별 기업의 해명만으로는 한 번 무너진 신뢰를 되돌리기 어려운 상황이 돼 가는 것 같다"고 우려를 표했다.

정유경 신영증권 연구원은 지난 10일 리포트를 통해 "일부 바이오텍의 부정적 이슈로 개별 기업의 밸류에이션이 조정된 이후에도 섹터 전반의 과도한 하락이 이어졌다"며 "현재 많은 기업의 주가가 전년 동기 수준으로 하락했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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