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약을 처음부터 끝까지 자체 개발해 상용화에 성공하면 막대한 수익을 거둘 수 있습니다. 하지만 통상 10~15년 이상의 개발 기간과 수조원에 달하는 자금이 필요한 만큼,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들에게는 기술이전(라이선스 아웃)이 보다 현실적인 목표로 여겨져 왔습니다.
후보물질을 발굴한 뒤 상대적으로 비용과 기간 부담이 적은 초기 임상 단계에서 안전성과 유효성을 입증하고, 이를 글로벌 제약사에 이전해 후속 개발을 맡기는 전략입니다.
리가켐바이오, 얀센과 옵션 계약…연내 기술이전 행사 '주목'
그런데 최근 몇 년 사이 업계에서는 언뜻 보면 기술이전처럼 비춰지는 '옵션 딜(Option Deal)'이 주목받고 있습니다. 기술이전에 '옵션'이라는 단어가 뒤에 붙어 있거나 '최대 수조원대 규모 계약'이라는 기사나 보도자료 제목만 보면 일반적인 대형 기술이전과 크게 다르지 않아 보입니다. 일부 투자자들 사이에서도 옵션 딜을 기존의 전형적인 기술이전과 동일한 의미로 받아들이는 경우도 있습니다.
기술이전과 옵션 딜은 엄연히 차이가 있습니다. 한 예로 리가켐바이오가 지난 2023년 글로벌 제약사 얀센(Janssen)과 체결한 항체약물접합체(ADC) 후보물질 'LCB84'에 대한 옵션 계약을 들 수 있습니다. 이 계약은 총 2조2458억원 규모의 대형 기술이전으로 알려졌으나, 실제 구조를 보면 향후 임상 데이터를 확인한 뒤 얀센이 세계 독점 개발권을 가져갈지 말지를 결정하는 전형적인 조건부 옵션 계약입니다.
현재 'LCB84' 임상 1상을 진행 중인데 업계에서는 이르면 연내 얀센의 옵션 행사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습니다. 임상 2상 개시 전 얀센이 옵션을 행사하면 옵션 행사금으로 2억 달러(약 2900억원)를 추가로 받게 되고, 기술이전 본 계약이 체결됨에 따라 개발권은 얀센으로 넘어가게 됩니다.
'권리 이전' vs '조건 충족시 결정'
기술이전과 옵션 딜의 계약 구조를 들여다보면 둘은 상당히 다릅니다. 기술이전은 말 그대로 개발과 상업화 권리를 상대방에게 완전히 넘기는 '권리 이전' 계약입니다. 계약이 체결되면 글로벌 제약사는 해당 기술이나 후보물질에 대한 전반적인 권리를 확보하고, 이후 임상 개발과 허가 절차를 주도하게 됩니다. 국내 기업은 계약금과 마일스톤, 로열티를 받으며 개발 부담을 상당 부분 덜 수 있습니다.
반면 옵션 딜은 기술이 실제로 완전히 넘어간 상태가 아니라, 글로벌 제약사가 향후 해당 기술을 도입할 수 있는 선택권을 먼저 확보하는 '권리 확보' 계약입니다. 즉, 지금 당장 기술을 전적으로 사는 것이 아니라 일정 조건이 충족되면 나중에 기술 도입 여부를 결정할 수 있는 구조입니다.
가장 큰 차이는 개발 책임과 리스크에 있습니다. 기술이전 계약 후부터 글로벌 제약사가 개발을 이어가지만, 옵션 딜은 원개발사가 여전히 연구개발을 계속 수행해야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글로벌 파트너사는 비교적 적은 규모의 옵션 대가만 우선 지급하고 후보물질의 권리를 묶어둔 뒤, 임상 진행 과정과 데이터 확보 성과를 지켜봅니다. 이후 최종 결과에 따라 옵션을 행사할지 결정하게 됩니다. 즉, 옵션 행사 전까지는 여전히 원개발사가 리스크를 짊어지는 구조입니다.
개발 단계 및 전략 따라 형태 제각각
옵션 딜이라고 해서 모두 같은 구조는 아닙니다. 옵션이 설정되는 시점과 조건, 권리 범위에 따라 계약 형태는 크게 달라질 수 있으며, 국내 기업들은 이를 다양하게 활용하고 있습니다.
리가켐바이오와 퍼스트바이오의 계약은 후보물질 발굴 단계에서 이뤄진 초기 옵션 딜입니다. 양사가 공동 연구를 진행한 뒤 유망 후보물질이 도출될 경우, 리가켐바이오가 해당 물질에 대한 독점 라이선스를 확보할 수 있는 권리를 갖는 형태입니다.
알테오젠의 사례는 기술 검증 단계에 가깝습니다. 글로벌 제약사는 알테오젠의 인간 하이알루로니다제를 자사 제품에 적용해 보기 위한 데이터를 먼저 검증한 뒤, 최종 기술 도입 여부를 결정하는 구조입니다.
즉, 옵션 딜은 하나의 정형화된 계약 형태가 아니라 개발 단계와 파트너사의 전략에 따라 다양하게 변형되어 활용되는 계약 방식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옵션 행사 조건 등 계약사항 면밀히 따져봐야
옵션 딜은 분명 긍정적인 신호입니다. 글로벌 제약사가 해당 기술의 잠재력을 인정하고, 다른 경쟁사들이 가로채지 못하도록 비용을 지불해가며 우선권을 묶어두었다는 의미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옵션 딜을 기술이전 성사와 동일하게 받아들이는 것은 위험할 수 있습니다. 옵션 계약에서 공개되는 수조 원 규모의 계약금액에는 향후 옵션이 최종 행사됐을 때 지급될 계약금과 마일스톤이 모두 포함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만약 임상 데이터가 기대에 미치지 못해 파트너사가 옵션을 행사하지 않거나 계약을 파기하면, 발표되었던 거액의 총 계약금은 실제 수익으로 이어지지 않고 사라질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 옵션 계약 체결 이후에도 개발 리스크와 비용 부담은 여전히 국내 원개발사에 남게 됩니다.
따라서 총계약 규모라는 수치에만 환호할 것이 아니라, 지금 당장 유입되는 실제 옵션 대가가 얼마인지, 옵션 행사 조건과 타임라인은 어떻게 되는지, 그리고 누가 후속 개발 비용을 부담하는지 등을 공시를 통해 면밀히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최대 몇 조원 계약이라는 숫자보다 중요한 것은 계약서 안의 조건입니다. 옵션 딜은 기술에 대한 글로벌 시장의 뜨거운 관심과 가능성을 보여주는 훌륭한 이정표일 수는 있지만, 기술이전을 체결했다는 의미는 아니라는 점을 기억해야 합니다.



















